2018 KBO리그의 주인공은 SK 와이번스였다. SK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합계 11경기를 치르는 혈투 끝에 우승 트로피를 안아 올렸다.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과 한국시리즈 최종 6차전은 모두 연장전 끝에 홈런으로 승부를 갈라 야구 만화처럼 극적이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정규 시즌 1위 두산 베어스에 14.5경기 차로 뒤진 '언더독' SK가 밀릴 것이라는 대다수 전문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뒤집어졌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퇴임한 SK 힐만 감독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퇴임한 SK 힐만 감독 ⓒ SK 와이번스

 
일각에서는 '2018시즌 MVP는 힐만 감독'이라는 농담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SK의 우승에 힐만 감독이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힐만 감독은 15일 SK의 감독 이·취임식에 참석한 뒤 16일 출국했다. 그의 임기 2년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이듬해 KBO리그의 모범 사례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8년 힐만 감독이 추구했던 SK의 야구는 2019년 각 팀들이 연구해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 

SK의 최대 무기는 홈런포였다. SK는 힐만 감독의 임기 첫해인 지난해 팀 홈런 234개로 KBO리그 역사상 한 시즌 최초로 팀 200홈런을 넘어섰다. 올해는 그보다 1개 부족한 233개의 팀 홈런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는 13개, 한국시리즈에는 8개의 홈런을 고비마다 터뜨려 우승을 차지했다. 

힐만 감독은 KBO리그의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과 규모가 작아 홈런이 양산되는 문학구장의 특성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최고의 팀 컬러를 창출했다. 올해 SK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만 8명이었다. 
 
 2018 KBO리그 정규 시즌 팀 순위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8 KBO리그 정규 시즌 팀 순위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타격왕은 포드를 타고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는 메이저리그의 격언처럼 장타력의 가치는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타 팀들이 올해의 SK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KBO는 내년에는 타고투저 현상의 완화를 위해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힐만 감독은 홈런포를 중시하는 '롱볼'에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올해 SK는 54개의 희생 번트로 리그 최다 3위에 오를 만큼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작전을 활용하는 야구를 펼쳤다. 힐만 감독의 일본 프로야구 감독 경험이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역시 팀의 짜임새가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그의 팀 운영에서 타 구단 감독들이 무엇보다 배워야할 가장 큰 장점은 철저한 선수 관리와 인내심이었다. 팔꿈치 수술 후 첫 시즌을 맞이한 에이스 김광현은 물론 불펜진까지 투수는 가능한 혹사를 피했다. 야수는 컨디션 등에 따라 라인업을 수시로 바꿨다.

올해가 2년 임기의 마지막 시즌이라 성적에 대한 욕심을 낼 수도 있었지만 힐만 감독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정규 시즌에서 충분한 관리를 받았기에 SK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힐만 감독의 세심한 관리를 통해 부활한 SK 에이스 김광현 (출처: [KBO 야매카툰] 덜미 잡힌 두산, LG의 큰 그림? 편 중/엠스플뉴스)

힐만 감독의 세심한 관리를 통해 부활한 SK 에이스 김광현 (출처: [KBO 야매카툰] 덜미 잡힌 두산, LG의 큰 그림? 편 중/엠스플뉴스)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KBO리그의 일부 감독들은 선수의 기량 발전을 자극하기 위해 언론을 통해 선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SK 선수들을 끊임없이 감싸고 긍정했다. 선수들의 몸은 물론 마음까지 세심하게 보살피는 지도자가 힐만 감독이었다. 

정규 시즌 종료 전에 이미 재계약 고사를 발표한 힐만 감독에 한국시리즈 우승 헹가래를 선물하겠다는 SK 선수들의 의지는 그대로 현실화되었다. 떠나는 감독으로 인해 우려되었던 레임덕은 SK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인 감독으로 사상 첫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힐만 감독의 팀 운영 방식은 뚜렷한 교훈을 남겼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혹평을 받던 KBO리그 감독들이 향후 지향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 KBO리그에 힐만 감독의 '긍정 바이러스'가 미칠 파급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주목된다. 
 
 외국인 감독 중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남긴 힐만 감독

외국인 감독 중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남긴 힐만 감독 ⓒ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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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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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감수: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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