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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부품회사인 시마노와 사카이 시청이 출연한 자전거 박물관이다. 드라이지네라는 자전거의 원형이 되는 탈 것 앞.
▲ 사카이 자전거 박물관에서 연수단 일행 자전거 부품회사인 시마노와 사카이 시청이 출연한 자전거 박물관이다. 드라이지네라는 자전거의 원형이 되는 탈 것 앞.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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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전주시의회 서윤근 의원이 '일본에 자전거를 보러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시의회 차원의 연수가 좀처럼 내키지 않았는지, 별도의 연수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평소 관심사인 대중교통과 자전거로 주제로 연수단을 꾸려보자는 설명이었다. 정의당 소속인 허옥희 의원과 민간단체 전문가인 나, 그리고 자전거 정책과가 팀을 이뤄 연수를 가게 됐다.

이 기록은 지난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3박 4일 동안 일본으로 다녀온 연수 후기다. 여유로운 일정이 아니었고, 출발 전 준비해야할 것도 많았다.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먼저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지 8년 차인 나카무라 미코 씨의 도움을 받았다. 민간단체인 한일문화교류센터에서 일하며 한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을 이어주는 일을 하는 미코 씨가 지인들을 통해 연수할 곳을 물색했다.

마침 미코 씨의 친구인 나카무라 아키코씨가 근무하는 사카이(堺, 오사카부) 시가 자전거를 주요 정책으로 다루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공식적인 연락에 앞서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연수를 받을 준비를 진행했다. 통역이 필요했기에 미코 씨에게 동행 의사를 묻기도 했다. 일행은 넷.

여기에서 오사카와 가까운 아마가사키시(尼崎, 효고현)가 방문 예정지로 추가됐다. 마침 아마가사키는 인구 규모가 전주와 비슷하고 사카이와도 가까운 위치에 있다. 아울러 고도 차이가 10미터밖에 나지 않는 평지라서 자전거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준비 과정에서 공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미코 씨의 노력 덕분에 두 도시에서도 연수단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아마가사키 시청과 의회에 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리가 관심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조정했다.

출발을 4일 앞둔 시점에 연수단이 한 명이 추가됐다. 우리 연수 소식을 접한 김남균 씨가 동행해도 되는지 물었고, 연수단은 흔쾌히 같이 가자고 결정했다. 그는 '자전차 행동'을 함께했고, 자전거 판매업을 하고 있다. 또 '전주시 자전거 다울마당' 위원으로 수년간 노력하기도 했다. 연수단에 시민활동가가 한 명 더 추가된 셈이다.

한 달여의 논의와 준비 과정을 거쳐 6명의 자전거 연수단이 꾸려졌다. 시의회 2명, 전주시 자전거 정책과 이재수 과장, 자전거(시민) 활동가 2명, 그리고 일본과 한국을 매개해주는 미코 씨가 하나의 팀을 이뤘다.
      
11일, 일본으로 출발하던 날 오사카로 향하는 항공편을 타기 위해 무안공항으로 모였다. 뒤늦게 연수단의 일원이 되느라 일주일 전에 있었던 준비 모임에 함께하지 못했던 남균씨 까지 모두 모였다.

새벽 5시에 전주에서 출발해 무안을 거쳐 간사이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조금 안 됐다. 3일 밤을 묵을 오사카성 인근의 숙소에 짐을 푼 것은 오후 2시 반쯤이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것보단 시간이 줄었지만, 전주에서 오사카까지는 아직 먼거리인 것 같다.

간사이(関西) 공항에서 텐노지(天王寺) 역을 경유해 텐마바시(天満橋)까지의 이동하는 중 보이는 풍경, 그리고 다시 사카이 자전거 박물관까지 이동하는 중에 보이는 풍경을 화두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오사카 시내 지역을 제외하고는 높지 않은 건물들, 2층짜리 연립 주택들, 아파트라고 해도 5층 또는 10층 정도의 작은 단지들, 틈틈이 보이는 골목길과 비워져 있는 도로. 풍경 하나하나에 대화의 꽃이 피었다.

월요일엔 휴관이라는 소식에 서둘러 자전거박물관에 갔다. 욕심 많은 일행 중 하나는 가급적 모든 일정을 자전거로 소화해보자고 했으나, 시간도 급했고 길을 모르기도 하여 전철로 이동했다.
  
JR모즈 역에서 내려 '다이센(大仙) 공원' 인근의 자전거 박물관으로 향하기 위해 걷기 시작하던 순간, 자전거를 탄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역사 인근의 자전거 주차장과 자전거들이다. 차와 사람, 그리고 자전거가 오가는 길의 풍경에서 평온함을 느꼈다.

중학생이 교복을 입은 채 자전거를 타고 차로를 달린다. 중년의 여성도 보이고 아이를 실은 채 달리는 젊은 아빠도 보인다. 차로로도 달리고 인도로도 달린다. 모즈 역에서 자전거 박물관까지, 왕복 3킬로미터의 길에서 수없이 목격할 수 있는 풍경이다.
 
▲ 차로를 달리는 일본 시민들 사카이 자전거 박물관을 향하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차로를 달리는 시민들을 자주 목격할수 있었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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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박물관이 4시 반까지 운영하는 일요일 오후, 우리는 1시간 정도 짧은 시간 동안 자전거 역사에 흠뻑 빠져들었다.

세계 최대의 자전거 부품회사인 시마노와 사카이시 등이 출연한 재단이 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복제된 오래된 자전거를 포함해, 전시된 수백여 대의 자전거를 시마노에서 기증했다고 한다. 그 시마노의 본사가 바로 오사카부 사카이에 있다.

발로 땅을 구르는 나무바퀴 '드라이지네'와 사람 키보다 높은 형태의 '하이휠러', 그리고 최신 소재인 탄소 재질의 로드 자전거까지. 지금의 천황이 황태자로 책봉된 기념으로 만들어진 작은 자전거와 그가 청년 시절에 탔다는 자전거도 전시돼 있었다.

아울러 사카이 시청이 해마다 주최하는 자전거 관련 미술대회 수상작도 전시돼 있었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자전거에 대한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풀어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짜리 박물관 건물에 수백여 대의 자전거를 채워놓은 도시 사카이.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니 '사카이에서의 자전거는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궁금해졌다. 그 의문과 호기심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뒤풀이를 진행했다.

'곰방와 오사카~'

태그:#전주 자전거 연수단, #사카이 자전거, #사카이 자전거 박물관, #일본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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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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