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은 영화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 포스터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멜라니 로랑은 <리스본행 야간열차><나우 유 씨 미><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등을 통해 잘 알려진 프랑스 배우이자 감독이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는 멜라니 로랑 감독의 섬세하고 독특한 연출이 인상적인 영화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여성, 예술 그리고 바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부문 대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의 구성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다. 1부의 주된 이야기는 파스라는 여성과 그녀의 예술성이다. 파스는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사진작가이다. 그녀는 자신의 진짜 이름인 돌로레스(우울) 대신 파스(평화)라는 이름을 쓰며 바다를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리고 종군 기자 출신의 세자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파스의 전시회가 호평을 받으면서 사진작가로서의 명성도 얻게 된다.

이런 행복은 아이를 임신하면서 사라지게 된다. 몸은 무거워지는 반면 자신을 채우고 있던 예술가의 정신은 가벼워진다. 그녀의 사진 세계는 이전과 달라진다. 넓고 자유로운 바다를 담아냈던 이전과 달리 좁고 연결된 느낌을 준다. 아이와 가정이라는 현실과 타협해 버린 자신의 모습처럼 작품세계 역시 자신의 개성과 자유로움을 버리고 대중성과 타협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파스는 말한다. '원래 난 가득 차 있어야 하는데 텅 비었어'라고. 아이를 출산한 후 정신적인 불안과 고통을 겪는 파스의 모습은 세자르의 이해 부족이나 그녀의 부족한 모성 때문이 아니다. 멜라니 로랑은 세자르와 파스의 임신 후 갈등에 대해 직접 자신이 겪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멜라니 로랑은 아이를 출산하였으나 그 아버지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그녀는 파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임신을 통해 엄마가 되는 여성이 겪는 불안을 표현한다.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 스틸컷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이 감정은 감독이 직접 겪은 감정이며 같은 여성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현상이다. 여기에 더해진 예술가의 감성은 파스와 세자르 사이의 갈등을 격화시킨다. 예술은 다른 사람을 통해 영감을 얻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그녀는 본인을 만들기 위해 돌로레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파스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지어주었다. 이를 모르는 세자르는 다른 사람을 만나 예술가의 영감을 얻으라고 파스를 종용한다. 파스가 겪는 혼란은 예기치 못한 임신과 그 사이에 놓인 자신의 정체성 때문이다. 그녀는 세자르와의 말다툼 중 '왜 나를 임신시켰느냐'고 화를 낸다. 그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알지 못하는 세자르와 이 감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파스의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2부는 세자르가 파스를 찾아다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바다라 할 수 있다. 파스는 전시회에서 만난 여인을 통해 '바다의 소리'라는 걸 듣게 된다. 여인을 비롯한 무리들은 온전한 바다의 소리를 녹음하는 일을 하며 파스는 이 소리에 매료된다. 파스에게 바다는 무한한 자유를 의미한다. 그녀는 그 바다에 깊이 빠져 자신을 찾고자 한다.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드는 파스의 모습이 아이를 임신하기 전에 등장하는 이유는 바다가 파스에게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 스틸컷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반면 세자르에게 바다는 고독과 우울로 다가온다. 파스가 떠난 후 그녀를 찾아 예멘에 온 세자르는 다이빙을 하게 된다. 그가 바라본 바다는 어둡고 고요하다. 그는 이 심연에서 파스와는 다른 바다를 바라본다. 다만 그 시선의 끝에는 파스가 있다. 임신 후 파스는 세자르가 다이빙에서 경험하는 고독과 우울에 빠져 있었다. 물속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과정이 힘들고 지치듯 예술가의 세계에서 현실로 다가서는 그 혼란스러운 과정은 파스에게 고통이었을 것이다. 파스와 세자르는 바다에서 서로 다른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 접점에서 세자르는 파스를 바라본다. 파스는 '난 그저 움직이는 건데 사람들은 달아났다고 해'라고 말한다. 작품 속 파스는 상어로 묘사된다. 상어의 몸에는 물에 뜨게 해주는 부레가 없기에 몸이 가라앉지 않기 위해 계속 헤엄을 쳐야 한다. 즉, 상어는 살아남기 위해 평생을 헤엄쳐야 된다. 파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돌로레스'라는 우울이 되지 않기 위해, '파스'라는 자신이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파스는 상어로 태어났기에 움직임을 멈출 수 없다. 세자르는 다이빙을 통해 바다라는 '그녀'에 빠지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는 파스와 세자르라는 두 인물의 심리를 강렬하게 묘사하기 위해 장면을 부각시키고 소리를 활용한다. 깊은 어둠으로 다이빙을 하는 세자르의 모습이나 자신이 임신한 몸을 촬영하는 파스의 모습은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시킨다. 또 아기의 울음소리를 극대화시키거나 고통을 무음으로 표현하는 음향처리를 통해 신선함을 준다. 감독 멜라니 로랑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다이빙:그녀에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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