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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흥 중요무형문화재 제61호 은율탈춤 예능보유자
 박일흥 중요무형문화재 제61호 은율탈춤 예능보유자
ⓒ 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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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배뱅이굿은 일제 강점기에서도 우리 선조님들이 가장 좋아했던 대표적인 공연예술이었습니다. 황해도 전통예술을 대표하는 예술인인 양소운 선생님이 빽빽한 배뱅이굿 공연일정으로 인해 목이 부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지경에서도 관객들의 아우성에 울면서(목이 너무나도 아파서) 공연을 하시다가 공연 도중 목에서 피를 토하시고 득음을 했다는 일화만 봐도 당시 배뱅이굿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일흥 중요무형문화재 제61호 은율탈춤 예능보유자가 '황해도 배뱅이굿'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의 스승인 고(故) 양소운(국가무형문화재 제 17호 봉산탈춤 예능보유자 국가무형문화재·제 34호 강령탈춤 예능보유자) 선생님 일화를 덧붙여 전한 내용이다.

판소리와 같으면서 달라

배뱅이굿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남도의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한명의 창자가 소리와 아니리와 발림을 엮어 극을 주도해 나간다. 그러나 배뱅이굿은 남도소리로 구성된 판소리와는 다르게 각본에서부터 서도소리와 남도소리 경기도 소리, 강원도 소리 등을 수용하고 있다. 또한 소리꾼이 고깔이나 무구 등 다양한 소품을 사용한다는 점과 여러 사람이 뒷소리를 받아 소리를 같이 하는 것이 판소리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또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배뱅이굿은 전편과 후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전편은 '배뱅이의 출생과 죽음'에 대한 내용으로 배뱅이가 태어나서 성장하다가 상좌중과 사랑에 빠져 끝내 병이 들어 죽는 과정까지를 그리고 있으며 후편에서는 '배뱅이의 진오귀굿과 극락세계 발원'이라는 내용으로 팔도무당이 출연하고 박수무당의 임기응변을 강조하는 등 구수하고 맛깔나는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박일흥 예능보유자는 "생전에 양소운 선생님은 '황해도 전통예술은 마땅히 후손들에게 계승·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다'라고 강조하시면서 특히 원형을 고집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그들도 먹고 살아야지(예능보유자 자격을 독식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시면서 봉산탈춤 예능보유자로만 대외적 활동을 하셨기 때문에 선생님의 서도소리와 배뱅이굿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고 전하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서도소리와 '황해도 전통예술' 원형보존과 전승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올해 6월 기존 '양소운전통예술보존회'를 정비해 '황해도 배뱅이굿 서도소리(양소운류)보존회'로 설립했다"며 "특히 선생님이 생전에 공연하신 녹음자료와 선생님과 함께 했던 공연을 토대로 '황해도 배뱅이굿'을 올해로 3회째 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뱅이굿은 1850년 중반 평안남도 용강 태생인 김관준이라는 서도명창이 만들어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작사자가 도산 안창호라는 설도 있다.

오늘날 전하는 배뱅이굿은 김관준으로부터 전하는 '평안도 배뱅이굿'이 주종을 이뤄왔다. 이에 비해 문창규 창시로 알려진 '황해도 배뱅이굿'을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었던 양소운 선생이 2008년 유명을 달리하면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평안도 배뱅이굿과 황해도 배뱅이굿을 비교해 보면 배뱅이란 이름이 지어지게 된 내력만 해도 평안도 배뱅이굿에서는 배뱅이 어머니가 꿈에서 달비 한 쌍을 치마폭에 받아서 배배배 틀어 넣았다고 해서 '배뱅이'라고 지었다고 하며 황해도 배뱅이굿에서는 아버지인 최정승이 '백의 백 갑절'이라는 뜻으로 '배뱅(百百)'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처럼 큰 틀에서 보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극의 구성 및 세부적인 내용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궁금하면 17일 인천 한중문화관으로

올해로 세 번째 황해도 배뱅이굿 완창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박일흥 예능보유자는 1972년부터 2008년까지 양소운 선생님으로부터 강령탈출·은율탈춤·서도소리·배뱅이굿을 사사받았으며 현재 (사)은율탈춤보존회 부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은율탈춤과 서도소리 그리고 '황해도 배뱅이굿'을 후학들에게 지도하고 있다.

박일흥 예능보유자는 "선생님과 만원버스를 타고 공연장을 가면서 장구가 망가질까봐 가슴 조이던 추억이며 하다못해 수업 끝나고 선생님과 함께 먹었던 어묵까지도 너무나도 그립다"며 "생전에 늘 강조했던 선생님 말씀처럼 황해도 전통예술을 원형 그대로 전승·보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3회 황해도 배뱅이굿 완창공연은 오는 17일 오후 3시 오후 3시~5시까지 인천 한중문화관 4층 공연장에서 열린다. 공연문의는 032-811-3420으로 하면 된다.

태그:#박일흥, #황해도 배뱅이굿, #양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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