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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빠할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김천을 극우들의 황금어장이라고 하면. 극우 인사들이 대대적으로 환영 받는 지역. 그래도 할 수 없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몇몇의 사례가 이런 생각을 뒷받침해 준다.

지난 5일과 8일, 극우 정치인들이 김천을 찾았다. 5일엔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지냈던 황교안 전 총리가, 8일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천에 지역구를 둔 송언석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들 모두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모든 평안을 누리는 은혜를 입었다"는 황교안
 
황교안 전 총리 출판기념회 황교안 전 총리의 수필집 ‘황교안의 답 - 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가 7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렸다.
 황교안 전 총리. 사진은 지난 9월 7일 수필집 ‘황교안의 답 - 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 당시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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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총리는 김천의 한 교회로부터 초청을 받아 '그리스도인의 은혜'라는 주제로 간증집회에 나섰다. 행사 현장을 보도한 <김천신문>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가난한 집안의 공부도 못하던 보잘것없는 소년이 예수를 만난 뒤 성공한 삶을 살게 됐다'며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은혜 입음을 입증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28년간 공직생활과 변호사 생활을 거쳐 제63대 법무부장관, 제44대 대한민국 국무총리를 역임했으며 남매를 낳고 화목한 가정을 이뤄 직장과 가정, 모든 관계에서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은혜를 하나님으로부터 입었다"라며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하나님 중심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전한 이야기에 따르면 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손 한번 잡으면서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소위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

교회를 찾는 황교안 전 총리를 두고 '정치 행보를 재개했다'는 세간의 평이 따른다. 2017년 10월,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의 한 교회 홍보 전단에 등장한 것으로 시작으로 수많은 간증 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헌저지선'을 언급한 김진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황교안 전 총리 수필집 ‘황교안의 답 - 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 9월 7일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황교안 전 총리 수필집 ‘황교안의 답 - 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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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총리가 김천을 찾은 며칠 뒤, 현직 국회의원이 김천시를 방문했다. 강원도 춘천에 지역구를 둔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김진태 의원은 8일 오후 송언석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시의원, 한국당 책임당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시국'을 논했다. <김천인터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현재 자유한국당은 존재감도 없고, 미래의 불확실성만 있다"라며 "이대로라면 다음 대선에서의 승리는 꿈이고, 사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나의 소망은 당이 안정화되고 정상화돼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안 받고 상식이 통하는 당으로 탈바꿈하여 다음 총선에서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을 분열시키고 조작하는 세력은 배제하고 제대로 된 우파를 통합하여 우파의 힘을 한 곳으로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동성애, 양심적 병역거부, 난민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도 오갔다고 한다.

이들의 방문 불편하다

경북 김천을 찾아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보니 무척 불편하다.

황교안 전 총리가 누구인가. 법이 제대로 기능을 했다면 그도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감옥에 가 있어야 할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지경까지 가게 된 데에 그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시의적절한 충언만 했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없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권력의 사유화를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는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역 교회는 그런 그를 초청했다. 그리고 그는 현장에서 "모든 관계에서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은혜를 입었다"라고 역설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진태 의원은 또 어떠한가. '김진태' 하면 태극기부대, 극우정치인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극우적 행태로 냉혹한 심판을 받은 자유한국당이 그 이전으로 회귀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안쓰럽기조차 하다. 구태적 행위에 앞장서는 이가 지역에 와서 현안을 논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참 씁쓸하다.

김진태 의원의 방문을 보면서 정작 이해할 수 없었던 이는 송언석 의원이다. 경제 관료 경력 30년의 결과가 극우로의 귀결을 위한 것이었던가. 자유한국당에도 건전한 보수 정치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의 발전을 위한다면, 그런 이들과 어울려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극우가 아니라 건전한 보수다. 국정을 농단한 지난 정부의 총리가 강단에 서고, 태극기부대를 위시해 파면된 전직 대통령을 비호하는 의원이 지역구에서 현안을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을 불러 환호하고 손뼉을 치는 건 각자의 자유겠지만, 시대를 바로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지역신문 '김천일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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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