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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동성애 결혼 합법화를 이뤄 낸 인권 선진국이다. 구체적인 자료를 살펴보더라도 유엔 개발계획(UNDP)이 2017년 발표한 성 불평등지수에서 네덜란드는 스위스, 덴마크에 이은 세계3위로 한국(세계 10위, 아시아 1위)보다 좀 더 앞서 있다.

네덜란드는 페미니즘의 역사에서도 그 이름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1785년에는 네덜란드 공화국의 한 도시에서 여성을 위한 과학협회가 처음으로 설립되며 과학을 다루는 여성 잡지들이 대중화되었다. 1872년에는 세계 최초로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제정하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기독교 정당이 상당수 존재할 만큼 보수층이 세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도시에 매매춘 허가 구역이 설정되어 정부 차원에서 치안과 건강검진 등을 남녀 성 노동자들에게 제공하고, 법의 울타리 안에서 노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드문 국가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페미니즘이 탄생했고, 사회 속에 조화를 이루며, 전반적으로 그 이해도가 높은 축에 속하는 사람들이 바로 네덜란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네덜란드에서도 최근 들어 네덜란드인들의 이민자 차별/배척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네덜란드의 '성 가치관'이 무슬림 이민자를 차별하고 배척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 탁월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네덜란드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이민자/난민에 대한 혐오 정치가 힘을 얻고 있는 유럽 국가 곳곳에서는 진보적인 성 가치관이 굳건한 장벽이자, 무기가 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1. 편협한 인권주의

네덜란드 사회는 진보적 가치와 개인적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러한 편향은 때때로 사람들에게 진보적 가치관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 어떤 사람들은 주류의 진보적인 정치적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당연하다고 간주되는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도 한다. '다르게 생긴 사람'들은 차별하지 않으면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차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편협한 인권주의'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난민, 이민자들이나 종교적 소수자들이 네덜란드 사회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게 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인권 문화를 보호하려는 문화 보호주의자들은 네덜란드와 유럽의 가치관을 '현대적'인 것으로, 무슬림 이민자들을 '동성애를 혐오하고, 후진적인 성 관념을 갖고 있으며 전통적 가족상과 종교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는'사람들, 따라서 배척해야 마땅한 사람들로 규정하고 있다.

2. 특정 종교에 대한 선입견

무슬림 이민은 네덜란드의 진보적이고 도덕적인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문화 보호자들은 이들에 맞서 네덜란드의 문화와 성적(的) 자유를 수호하는 사람들로서 그 정치적 정당성을 고수하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들이 또다른 종교인 기독교(혼전순결을 강조)나 유대교에 대해서는 필수적인 서구 가치들의 보조를 받아 '계몽'에 이르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유엔 개발계획(UNDP)의 '성 불평등지수(GII)' 2017년 자료에 따르면 기독교 국가인 미국(43위)과 아르헨티나(81위), 그리고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50위), 카타르(44위)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종교가 사회의 성적(的) 불평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3. 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까

안타까운 점은, 유럽 선진국과 한국, 미국 등에서 힘을 얻고 있는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이 이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무슬림 이민자들이 배척된 다음에는 성 불평등지수 127위의 인도(힌두교), 53위를 기록한 러시아(동방정교 종주국이자, 동성애 혐오 범죄가 좀처럼 처벌되지 않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그 다음에는 (가부장적인) 동양의 유교 국가 출신 이민자라고 해서 배척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특정 종교에 대한 편견을 대신해, 차이를 인식하고 통합을 지향하는 이민 정책이 하루 빨리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권은 인간의 것이고, 인간은 우리들에게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Mepschen, Paul, Jan Willem Duyvendak, and Justus Uitermark. "Progressive politics of exclusion: Dutch populism, immigration, and sexuality 1." Migration and Citizenship 2.1 (2013): 8-12.
2. Mepschen, Paul, Jan Willem Duyvendak, and Evelien H. Tonkens. "Sexual politics, orientalism and multicultural citizenship in the Netherlands." Sociology 44.5 (2010): 962-979.

덧붙이는 글 | https://brunch.co.kr/@bravesound#articles 이곳에서 기자의 더 많은 글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태그:#난민, #차별,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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