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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정다운, 이예지 조합원을 비롯한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원들
 김정우, 정다운, 이예지 조합원을 비롯한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원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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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며 제시한 네 가지 과제 중 두 번째 과제로 청년창업을 언급하며 장려하고 있다. 지난 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년 차 창업자 중 22.6%가 청년창업가였을 만큼 창업에 뛰어든 청년의 수는 대단히 많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도 운영의 어려움이나 경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많은 청년창업가들이 실패를 경험한다.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자리 잡지 못하는 청년창업가들을 위해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이 생겨났다. 

실패든 성공이든, 서로의 경험을 나누다

지난해 11월, 추운 겨울을 준비하듯 대전에서 활동하는 몇몇 청년창업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청년창업가를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번이 처음 모인 자리는 아니다. 지난 2014년 정다운 이사장이 어은동에 위치한 공유공간 벌집의 운영을 맡았을 당시부터 지금의 조합원들과 청년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오갔지만, 그 당시에는 '협동조합으로 운영해야겠다' 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그저 어은동을 기반으로 청년창업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움직여 보자고 생각했죠. 필요를 느낀 사람들이 모이고, 한번 우리가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김정우)."

그렇게 정기적으로 모여 스터디를 하고 자생할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이들도 창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개개인의 사업에 몰두해야만 했다. 각자의 일에 집중해 좀 더 사업을 탄탄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청년창업가들은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시간이 지나 흩어졌던 이들은 다시 모여 본격적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그리고 올해 8월,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국가에서도 청년창업과 관련해 지원 사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청년 대부분이 지원받는 1년은 잘 버틸 수 있었지만, 그 이후의 기간까지 지속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러한 문제를 겪는 청년창업가를 돕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어요.

우리 조합원의 경우에는 이제 막 창업한 사람도 있지만, 2년 이상 사업 운영을 이어 온 조합원도 있어요. 그 사람들에게는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죠. 그런 경험과 노하우가 다른 창업가들에게도 중요한 정보가 될 것 같아, 공유해 보기로 한 거죠(이예지)."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은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청년창업가가 사업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을 만한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이들이 선택한 것은 네트워크 형성이다. 모든 조합원이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 안에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창업가가 모여 서로의 사업 경험을 나눈다. 성공적 경험이든 실패 사례든 이들에게는 모든 이야기가 지식으로 쌓인다. 그리고 그 지식은 청년창업가에게 나침반이 되어 조금 덜 헤매게 하고, 지역에서 자생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

현재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에는 총 열 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조합원의 사업 분야는 디자인, 영상, 목공, 티 하우스, 애견 관련 사업 등 다양하다. 서로 다른 분야이기에 도움받을 수 있는 일도 많다. 조합원들은 협업을 통해 서로의 재능을 나누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거나 아직 겪어 보지 못한 경험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

조합원의 성장 과정은 조합원 개인의 사업을 키우는 요소가 되지만, 조합을 단단히 하는 일이기도 하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은 조합원들만의 자생적 힘으로 조합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외부적 기반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1순위는 조합원들이 사업을 큰 어려움 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래서 조합원에게 필요한 세무나 회계 등의 경영 교육을 진행해 보려고 해요. 올해는 내부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을 하나씩 해낼 예정이에요.

물론 청년창업가들을 위한 교육이나 강연 같은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진행해, 많은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크죠.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해요. 내부적으로도 준비가 된다면, 계획하고 있는 사업을 차근차근 해낼 생각이에요(정다운)."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이 내부적인 준비를 마친 뒤, 가장 먼저 해내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창업 관련 도서를 출판하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각자의 사업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든 조합원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이들이 만들어 낼 책은 창업을 준비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출판 이외에도 지역의 청년창업가를 육성하고, 지역 안에서 정착하고 자생할 수 있도록 도와,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은 경험 공유에 관해 거듭 강조했다. 처음을 맞이하는 이에게 있어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은, 저 너머를 상상할 수조차 없는 산과 같다. 그 산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정상에 오르지 못해 포기를 고민하게도 한다. 하지만 길을 몰라 헤매고 있다면 길을 아는 누군가와 함께하면 된다. 그런 면에서 비파크 청년창업협동조합이 청년창업가에게 등반을 돕는 셰르파와 같은 존재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길을 알고 있는 길잡이이자, 함께 산을 오르며 나아갈 동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토마토>와 사회적경제연구원 성과집에도 실립니다.


태그:#협동조합, #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토마토, #비파크청년창업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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