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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텃밭 허브체험
 파이프 텃밭 허브체험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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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숲엔생태놀이연구소는 아이들이 자연을 벗 삼아 공부하고 즐겁게 노는 법을 연구한다. 자연 속 놀이는 아이들이 좀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숲엔생태놀이연구소 이성숙 이사장은 다른 이가 걸었던 길은 실패 확률이 낮지만, 그렇다고 그 길이 정답이 될 순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조금 다른 길을 찾았다.

사회적협동조합 숲엔생태놀이연구소는 자연을 놀이 재료로 활용한 생태놀이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태텃밭, 요리 놀이, 밧줄 놀이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며 아이들과 자연에서 논다. 숲엔생태놀이연구소 이성숙 이사장은 30년 가까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운영하며, 오랜 시간 자연을 놀이터 삼아 아이들을 교육했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획일적인 교육 때문이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기존의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놀이 중심 교육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리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은 모두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교육은 획일적인 교육 방식만을 고수하고 그 안에 아이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죠. 무엇보다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획일적인 수업 방식을 못 견뎌 해요.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하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죠. 그런 친구들에게 똑같은 교육을 강요하고 틀에 맞추는 건 잘못된 방법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교육이 자연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렇게 자연을 재료로 놀이 중심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까 교육적 측면이나 창의력 상승, 아이들 성장 등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게 됐죠."


아이들에게 배움이 행복으로 이어지도록

이성숙 이사장은 다년간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하며 목격한 문제에 관해 고민했다. 그러다가 큰 결심을 하고 30년간 해 온 일을 그만두었다. 2016년까지만 기관을 운영하고 1년 동안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구상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길 바랐다. 물론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 헤매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해 보고 싶은데, 정작 아는 게 별로 없어 혼자 골머리를 앓기도 했어요. 그러다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대뜸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묻더라고요. 그 질문하나로 제 생각을 단번에 정리할 수 있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에 관해 이야기했고, 그분이 사회적협동조합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죠. 알아보니,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많았어요. 저는 이 일을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려던 게 아니었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좋은 교육 환경에서 배움을 행복하다 느낄 수 있길 바랐죠."

 
사회적협동조합 숲엔생태놀이연구소 이성숙 이사장
 사회적협동조합 숲엔생태놀이연구소 이성숙 이사장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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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엔생태놀이연구소는 활동을 시작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많은 유아교육기관에서 수업 요청이 들어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촉촉하고 차가운 흙을 만져 볼 기회가 적은 도심 속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수업이기에,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숲엔생태놀이연구소는 대덕구에서는 지원금을 받기도, 창업 육성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도심 속에서 자라온 아이들이 직접 씨앗을 심거나 식물을 키우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예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집중도도 높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선생님이나 학부모님들도 흡족해해요.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한 달에 네 번씩 수업을 나가는 어린이집에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유난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어떤 수업이든 집중하지 못하고 심지어 주변 다른 친구들까지 방해해 수업 분위기를 흐트러뜨렸죠. 처음엔 생태놀이 수업을 낯설어하고 집중하지 못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아이 스스로가 수업에 참여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약 복용도 멈추고 저희와 즐겁게 수업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좋은 교육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아이들이 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도 수업 자체가 단발적인 체험 형태가 아닌, 시작과 끝이 뚜렷한 장기적인 교육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직접 씨앗을 심고 그 씨앗에 싹이 터 자라면, 다시 그 모종을 넓은 땅에 옮겨 심는다. 아이들은 등원과 동시에 몇 번이고 자신들이 심은 식물을 들여다보고 가꿔 나간다.

그 과정에서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모습을 확인하고, 알맞게 익은 열매는 함께 요리하며 직접 먹어 보기도 한다. 아이들이 심은 씨앗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과 같이 쑥쑥 자라 친구가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성취감을 얻는다.

"저는 아이들이 생태놀이수업을 들으면서 같은 것을 고수하지 않도록 유도해요. 요리를 하더라도 어떠한 제한 없이 자기가 원하는 모양을 만들도록 하죠.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려면 같은 모양,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인식을 깨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스스로가 내가 원하는 방법을 선택해서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죠. 친구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면 그 아이의 다름을 칭찬해 줘요. 계속해서 칭찬하다 보면 그 아이는 다양성에 관한 눈이 뜨이고 차츰 자존감이 쌓이게 되는 거죠."

 
페퍼민트로 모히토 만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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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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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엔생태놀이연구소는 생태놀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자료로 축적하고 이를 연구해, 후에 자료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교사들에게 자료집을 배포해 전문지식을 축적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에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 빠짐없이 기록하고 연구한다.

이성숙 이사장은 숲엔생태놀이연구소가 추구하는 가치인 '아동중심교육'과 '놀이중심교육'을 바탕으로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교육환경에서 성장하길 바란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셔서 저희도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요. 되도록 빨리 자료집을 발간하고 싶지만, 쫓기듯 하고 싶진 않아요. 더 많은 아이들과 즐겁게 놀듯이 수업하며 연구하고 싶어요. 아이들 교육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계획이에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토마토>와 사회적경제연구원 성과집에도 실립니다.


태그:#협동조합, #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토마토, #숲엔생태놀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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