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3대7로 패한 두산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3대7로 패한 두산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장기간 휴식을 취한 타자들은 다소 무기력했다. 안타 7개, 사사구 9개를 얻어내는 등 비교적 찬스는 많았지만, 점수를 뽑는 것이 어려웠다. 무사 만루 찬스에서도 무득점에 그치면서 첫 경기를 상대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두산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와의 1차전에서 3-7로 패배했다. 선발 투수 린드블럼은 6.1이닝 동안 피홈런 두 개 포함 5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타선에서는 최주환의 적시타 두 방 이외에는 점수로 연결되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박건우-김재환-양의지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11타수 2안타로 부진한 것이 뼈아팠다.

정규시즌에 보여줬던 짜임새 있는 야구가 나오지 않았다. 타선의 답답한 흐름이 수비에서 잔실수로 이어지면서 SK에게 분위기를 빼앗기고 말았다. 1차전을 내줬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지만, 기선제압을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인천 원정을 떠나기 전에 균형을 맞춰야 부담을 덜 수 있는 만큼 2차전에서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특히 1차전에서 부진했던 타자들의 활약이 요구된다. 

정수빈, 최주환 분전만으로는 역부족... 두산의 장점이 살아나야 한다

1차전 패배 속에서도 두산의 위안거리는 좌타자 정수빈과 최주환의 분전이었다. 특히 정수빈은 양 팀 타자들 중에서 가장 많은 안타(3개)를 기록했다. 첫 타석부터 타구의 질이 나쁘지 않았고, 2번 타자로서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지명타자로 6번 타순에 배치된 최주환도 멀티히트 활약을 펼쳤다. 팀의 모든 득점이 최주환의 방망이로부터 생산됐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그의 상승세는 단기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문제는 나머지 타자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톱타자 허경민부터 흐름이 꼬였다. 4타수 무안타에 그친 허경민은 6회말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 시도를 실패하면서 상대 투수 산체스를 흔들지 못했다. 리그 내에서 최고의 내야 수비를 선보이는 야수 중 한 명이지만, 수비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다. 공-수 양면에서 정규시즌의 허경민과 다소 거리가 멀었다.

SK는 한동민, 박정권의 투런포로 상대팀의 1선발 린드블럼을 무너뜨린 것과 달리 두산은 5회말 정수빈의 2루타를 제외하면 홈런은 물론이고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단 1개도 없었다. 2번 정수빈이 자주 출루하면서 밥상을 차리더라도 중심 타선에서 흐름이 끊겼다.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박건우가 5타수 무안타로 침묵으로 일관했고, 4번 타자 김재환도 내야 안타 1개를 기록한 게 전부였다.

올 시즌 두산의 팀 홈런 개수는 191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4위였다. 잠실 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팀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개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산의 장점은 상대의 빈 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플레이다.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많기 때문에 주자가 루 상에 나간 상황에서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팀이 바로 두산이다. 이는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단기전에서도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안타와 사사구로 인한 출루는 무려 16번이나 됐다. 기회는 많았다는 이야기다. 결국 도루 실패와 삼진, 병살타 등으로 발목이 잡혀 많은 주자들을 불러들이지 못했다. 굳이 장타가 아니더라도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전환점을 마련하는 게 가능하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팀보다 정규시즌 1위 팀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이지만, 빠른 시간 내로 답답한 흐름을 깬다면 시리즈를 순조롭게 풀어갈 수 있다.

외국인 타자 없이 잘 버텨온 두산... 2차전부터 터져야 산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말 1사 만루 두산 최주환이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1루로 향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말 1사 만루 두산 최주환이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1루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의 올 시즌 팀 타율은 0.309로, KBO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고 팀 타율을 경신했다.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 반슬라이크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있던 타자들이 힘을 모았다. 외국인 타자 없이 타선을 꾸리더라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전력이 탄탄했다. 타 팀보다 주전과 백업 야수들의 격차가 크지 않은 것 또한 독주 체제의 원동력이 됐다.

또한, 라인업에 포진된 선수들 중에서 대부분은 포스트시즌, WBC와 같은 국제대회 등 적어도 한 차례 이상 큰 경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김태형 감독은 1차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다소 긴장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비록 1차전을 내줬더라도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힘을 낼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2016년,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타선의 흐름이 올해와 비슷했다. 11회 연장 접전 끝에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1-0으로 힘겹게 이겼지만, 안타 11개와 사사구 6개를 얻고도 대량 득점에 실패했다. 선발 투수 니퍼트(8이닝 무실점), 구원 투수 이용찬과 이현승의 무실점 투구 덕분에 팽팽한 균형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니퍼트가 무너졌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경기다. 이튿날에도 8회말에 4득점을 기록하기 전까지의 흐름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2차전 8회말을 기점으로 타선이 제 컨디션을 찾았다. 3차전 6득점, 4차전 8득점으로 NC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NC 타선이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한 부분도 큰 영향을 끼쳤지만, 김태형 감독의 믿음에 부응한 타자들의 활약이 시리즈 스윕을 이끌었다. 올해도 그 믿음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2차전에서 한방이 터져야 한다. 무기력한 분위기로 인천 원정을 떠나는 것은 두산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3.5%로, 통합 우승을 달성한 2016년에도 1차전을 이긴 기억이 있다. 반면 1995, 2001, 2015년에는 1차전을 내주고도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두산은 2차전부터 정규시즌 1위의 위엄을 보여줄까. 선발 투수는 '다승 1위'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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