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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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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1일 국회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그는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출산과 육아의 부담 또한 정부가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예산안 시행으로 4인 가족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적으로 그렸다. 출산 급여, 아빠의 유급 출산 휴가, 두 번째 육아 휴직 부모에게 지급하는 급여를 늘렸다. 이러한 구체적인 혜택은 두 아이 이상을 출산하는 가정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대통령 시정연설 전문 보기). 

증가한 출산·보육 예산의 목표는 삶의 질 개선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저출산 극복'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예산 증가와 정부의 움직임을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 근본적인 사회 구조와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 여전히 '돈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을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우리 부부는 둘째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나와 남편은 경기도에서 다섯 살 된 아이 하나를 키우는 30대 후반 맞벌이 부부다. 아이 키우기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말해도 이 작은 녀석이 주는 행복에 푹 빠져 있다. 아이가 온몸으로 안기며 사랑을 표현할 때의 충만함,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이는 나 하나만 위하며 살던 편협한 세계를 부쉈고 오만하던 나는 육아를 통해 비로소 겸손을 배웠다. 이뿐만 아니라 돈, 경력, 성공에 비할 수 없는 많은 가치를 얻었다. 그러나 남편과 나는 이 경험을 아이 하나에서 끝내려 한다. 둘째 아이는 낳지 않기로 했다. 

둘째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돈이 많이 든다, 주거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다, 집이 좁다'고 말하면 '그래도 둘째는 정말 예쁘다, 부모가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엔 단칸방에서도 둘 셋 낳고 키웠는데 왜 못 하냐'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부모의 나약함을 지적하니 다른 이유를 들어보겠다.  

나는 아이를 낳은 후 4년간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남편은 밤 12시 넘어 퇴근하는 날이 많았고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에도 300명 이상의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아 야근을 했다. 남편 혼자 돈을 버는 동안 나는 경력이 끊겼고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업무 능력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운 좋게도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서 재취업했다. 예전에 일할 때보다 급여가 훨씬 낮았지만,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아도 되는 근무 시간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나는 호시탐탐 경제활동을 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생계 부담도 있었지만 대학부터 공부하고 익힌 능력을 썩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탁하지 않고 동등하게 생계를 부양하며 목소리를 내고 싶기도 했다. 또, 정년 보장 직업이 아닌 남편이 언제 직장에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이들은 엄마가 집에 있고, 외벌이로도 먹고살 만해야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말하는데 경제 활동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여성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나처럼 여러 이유에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 둘째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일하는 곳은 작은 사업장이라 육아 휴직 후 복직이 가능할지 불분명하다. 주변에 도움받을 부모님도 없으므로 아기를 일찍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다. 나는 죄책감에 시달릴 테고, 세상은 젖먹이를 남의 손에 맡긴 나를 '맘충'이라고 낙인찍을 것이다. 아니면 내 월급 전부를 베이비시터 비용으로 써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일을 그만둔다. 아이를 24개월까지 데리고 있다가 다시 일하려면 내 나이는 마흔을 넘긴다. 출산과 육아에도 때가 있지만, 능력 살려 돈 벌기에도 때가 있다. 이쯤 되면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 그 일은 뭘까.

또, 지금 나는 퇴근하면 혼자 아이를 밤까지 돌본다. 아이가 두 명이 된다면? 두 아이 키우기는 두 배가 아니라 열 배 힘들다고 하지만 영혼과 체력 전부를 갈아내며 버티다 보면 시간은 지날 것이다. 그러나 내 일, 인생, 체력이 남아있을지 두렵다. 

여기서 끝인가. 아이가 중·고등학교에 가면 사교육비 압박을 받는다. 대단한 명문대에 보내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어려워하는 과목을 보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려 해도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고등학교 한 과목 당 학원 비용은 40만~50만 원, 아이가 둘이라면 100만 원 이상이다.

공교육 내에서 학교 공부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를 주변에서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대안을 찾으라고도 말하는데 학비가 만만치 않은 대안학교도 있다. 더군다나 이때 남편의 나이는 사십 대 후반,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처지에 있다. 
 
 KBS 드라마 <고백부부> 한 장면
 KBS 드라마 <고백부부> 한 장면. 우리 부부는 둘째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 KBS <고백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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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둘째가 태어난 후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면 어떨까? 남편이 둘째 갖자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대답했다. "첫째 아이는 내가 4년간 전담했으니 둘째가 태어나면 당신이 키우라"고. "1년 육아휴직 내고, 복직 후 저녁 7시까지 집에 올 수 있다면 둘째를 낳겠다"고. 그 말을 들은 남편은 다시 둘째를 갖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아빠의 달)가 법적으로 보장됐지만 실효성은 미비하다. 남편 회사는 일주일 휴가조차 내기 어려운 곳이다. 정부가 아무리 육아휴직 당사자에게 휴직 급여를 넉넉히 준다 해도 기업체에서 육아 휴직 낸 직원의 업무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대체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고, 휴직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관행이 이어지는 한 남성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다.

부부가 동등하게 일하고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며, 육아를 나누기 위해서는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가 필수다. '주 양육자는 엄마, 보조자는 아빠'가 아니라 부부 모두 주 양육자로서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보인 '저출생 극복 프로젝트' 홍보 영상에서조차 아빠는 실종됐다. 왜 둘째를 고민하는 주체는 엄마 혼자여야 하는가. 저출산 해결은 왜 '여성의 출산'에 방점이 찍히는가.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 몇억 원을 이런 어처구니 없는 홍보를 하는 데 썼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 

당시 논란이 일자 문체부 측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아빠의 육아를 다루는 영상을 별도로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출산의 주도권과 선택권이 여성에게 있다고 생각해 여성 배우를 기용한 것일 뿐, 여성에게만 육아와 출산 책임을 지우려는 의도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찜찜함은 남는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육아를 그리거나 새로운 상상력을 담은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빠의 육아휴직, 진정한 아빠가 되는 길입니다.' 
'아내가 아이를 낳았으니 키우는 건 제가 할게요.' 
'육아도 경력입니다. 육아 경력자를 우대합니다.' 


왜 이런 홍보는 많지 않을까. 거부감이 드는가? 그렇다면 아직 멀었다. 여전히 육아를 엄마의 몫으로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육아 휴직'이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고 기업체의 생산성 하락시키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의 경력 포기, 승진 포기로 이어지곤 한다. 아무리 아동수당을 늘리고 돈을 쏟아 부어도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인식이다.
 
 육아
 육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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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주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우리 부부는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비교적 좋은 조건에 있다. 1980년대 초에 태어나 4년제 대학을 빚 없이 무사히 졸업했고 2000년대 중반 IT붐 시기에 취직해 정규직으로 경력을 꾸준히 쌓았다. 경기도에 직장이 있어 서울보다 집값 부담도 적다. 그러나 이처럼 '운이 좋아도' 둘째를 낳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한 아이를 키우면서 간신히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남편은 나를 대신해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는 남편을 대신해 저녁에 아이를 본다. 주말이 돼야 겨우 세 식구가 오붓하게 모인다. 이 균형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게 위태롭지만 남편과 나는 온힘을 다해 버틴다. 

돈 열심히 벌어 아이에게 좋은 교육시키고 역세권 새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서? 아니다. 그런 마음은 진작 비웠다. 우리가 바라는 건 우리도 아이도 과도한 경쟁으로 몰리지 않고, 식탁에 둘러앉아 느긋이 저녁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누구도 지치지 않게 같이 일하고, 같이 아이를 키우면서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시간, 그것이다. 이 작은 틈을 일상에 넣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런 시간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사회를 바란다. 

정부가 주는 몇십만 원의 수당으로 이런 삶을 얻을 수 있을까. 부모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하고 아이는 아동 수당으로 '안심하고' 학원에 가거나 다른 사람 손에 맡겨진다면, 우리 가족은 행복할까.

자유한국당이 지난 2일 저출산 '극약 처방'을 해야 한다며 내놓은 안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당은 "임산부 30만 명에게 '토털 케어' 카드 200만 원을 지급하고, 출산 장려금 2000만 원을 일시 지급하는 예산을 세우겠다"라고 밝혔다. 그러한 대책을 내놓은 의원 중에, 자기 손으로 기저귀를 갈아보거나 아이 데리러 가야 해서 발 동동 굴러본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분들에게 묻고 싶다.

"2000만 원 드릴 테니 의원직 그만두시고 혼자 손주 키워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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