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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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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인터뷰① ▶( http://omn.kr/1cetv )에서 이어집니다.)

- 디지털 경제와 관련해서 인상적인 전략이나 정책을 펴거나 우리가 벤치마킹할만한 나라가 있다면?
"전세계의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나라는 미국이다. 압도적이다. 미국이 초고속 성장을 하는 힘은 바로 데이터 혁신 기업에서 나온다. 전세계의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인재들도 미국이 블랙홀처럼 다 빨아들이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 있는 연구소를 통째로 사들이는 것도 미국이다. 데이터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으니 데이터는 계속 쌓이고, 이러한 자본의 힘으로 전세계의 뛰어난 데이터 과학자들을 긁어모으니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한번 플랫폼을 장악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후발 주자가) 그것을 깨기가 어렵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니, 격차도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구글의 예를 들면, 알고리즘이 좋으니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그러다보니 데이터가 쌓이고, 그렇게 쌓인 데이터로 더 우수한 알고리즘과 서비스를 만들고, 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니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선순환 구조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인터뷰 4편 - 미·중·영, 디지털 경제의 선두주자
ⓒ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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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이터) 경제 정책이나 전략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또다른 나라는 어디인가.
"단연 중국이다. 세계 경제에서도 미국과 더불어 '빅2'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간혹 '우물쭈물하다가는 중국에 뒤처진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유전자 분석, 재생에너지, 모빌리티, 드론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뒤쳐져 있다. 

흔히 한국 경제를 일컬어서 '호두까기에 낀 호두 신세'라고 한다. 선진국의 기술력과 개발도상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 끼어서 한국 경제가 옴짝달싹 못한다는 뜻이다. 선진국의 기술·자본은 미국을 뜻하고, 개발도상국의 가격경쟁력은 중국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도 잘못된 말이다. 이미 중국은 기술·자본력에서도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영상인식, 드론인식, 게놈인식, 인공지능 과학자들의 역량, 세계 논문발표 양과 질 등에서 우리는 현격하게 중국에 뒤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에 근거하면 재작년부터 중국에 뒤쳐졌다. 미국을 100이라고 했을 때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76 정도인데, 중국은 이미 80을 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중국의 국가 전략이 무섭다.

10년 전부터 중국은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세워서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 플러스 전략은 모든 제조업에 인터넷을 결합시켜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제조업을 인터넷에 결합시켜 생산성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도 높이는 전략이다. 요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한창인데, 도화선이 된 게 중국의 '제조 2025' 전략이다. 2025년까지 제조업 경쟁력을 미국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인데, 10년 전부터 해왔다.

(리커창 총리가 내세운) 대중창업, 만인혁신이라는 '쌍창(双创) 정책'도 주목해서봐야 한다. 모든 사람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라는 식의 전략인데, 20년 전 우리나라의 벤처 붐과 비슷하다. 중국은 1년에 창업하는 기업 숫자가 300만 개나 된다고 한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천인계획, 만인계획을 세워 해외에 있는 뛰어난 IT 전문가들을 중국으로 유치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이렇게 다양한 전략을 (일사분란하게)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이 놀라운 성과를 나타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와 절대적으로 다르고,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힘은 우선 13억 인구라는 '시장의 힘'이다. 시장이 워낙 크니까 미국 기업도 함부로 진입하기가 힘들다. 둘째는 중국 공산당이다. 정책을 입안하면 곧장 집행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경쟁력 측면에서는) 혁신하려고 할 때 이해관계나 기득권의 다툼이 우리처럼 심하지 않다.

중국은 공산당이 결정하면 바로 추진한다. 인권에 대한 개념도 부족해 데이터의 결합이나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따른 법적 문제가 아직까진 크지 않다. 충칭시 사거리 횡단보도에 CCTV가 있는데, 불법횡단을 하면 부근 옥외 광고판에 '○○○씨, 불법횡단 주의하세요'라고 뜬다. 안면인식 기술과 개인정보 데이터를 연결시켜 실시간으로 알리는 거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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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나 중국은 우리나라에겐 '넘사벽'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벤치마킹할만한 나라는 어디인가.   
"이건 제 개인적인 견해인데, 우리가 벤치마킹할 대상은 영국이라고 생각한다. 국토면적, 경제수준, 인구규모가 우리와 비슷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디지털 혁신을 우리보다 잘하고 있다. 디지털을 이용한 행정서비스가 전세계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훌륭하다. 또한, 'AI 퍼스트' 등 인공지능이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육성 전략도 훌륭하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경제와 관련해 벤치마킹한다면 영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우리나라 디지털(데이터) 경제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중요한데,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 때문에 데이터 수집·활용에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8월 31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활용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게 그 회의의 핵심이었다. 이 두 가지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규제가 강하다. 개인정보를 사용하려면 개인의 동의를 엄격하게 받아야 하고, 해당 목적으로만 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니까 (데이터 수집·활용에) 장애가 된다. 이게 참 역설적이지만, 규제가 강하다보니까 데이터 활용도 안 되고, '묻지마' 방식의 동의를 받다보니까 개인정보 보호도 잘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와 활용 수준이 낮다. 중국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미국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는 180도 다르다. 사후동의 방식이다. 기업이 개인정보를 모아서 먼저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옵트아웃(opt-out)' 제도라고 한다. 당사자가 자신의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때 정보수집이 금지되는 제도다.

이렇기 때문에 미국은 세계적으로 큰 데이터 브로커 회사가 많은 것이다. 우리와는 체계가 다르다. 미국은 옵트아웃 제도 덕분에 데이터 활용이 확산되고 있고, 중국은 규제가 없어서 활용 수준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바꾸고 있는 추세다.

유럽(EU)은 개인정보보호 규정인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올해 5월부터 시작했다. 일본도 개인정보보호법을 바꿨다. 핵심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한 '가명정보'라는 것을 만들어서 가명정보는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친 것이다. 유럽 GDPR은 독립적인 가버넌스를 강화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할 경우 엄청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뒀다. 개인정보 보호는 강화하되, 가명정보에 대해서는 연구 등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한국도 이처럼 개인정보 보호는 강화하되,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데이터 경제시대에 뒤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유럽의 GDPR 수준까지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인터뷰 5편 - 디지털 경제 발전을 위한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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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활용과 관련해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지.
"곧 의원 입법이 될 것으로 본다. 국회에서 지난 여름에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이런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십시오'라고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개정하는 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올해 안에 개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개인정보도 보호받고, 활용 절차도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다. 더불어 가명정보, 데이터 간 결합에 대한 규정도 만들어 활용 수준도 높일 수 있다.

'데이터를 개인 회사나 조직의 서버가 아니라 전체 공용 저장소에 모으자'는 것이 클라우드다. 데이터를 활용하고, 결합시키고, 분석하려면 공용 클라우드에 정보를 모으는 게 필수이자 기본 전제다. 우리나라는 3년 전에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적용하면 사실상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어렵다. 

정부기관은 크게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 행정안전부의 클라우드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는 안 되고, 산하기관은 가능하지만 산하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상·중·하로 나눈 뒤 '상'은 안 되고, '중'은 심사를 받아야 하고, '하'는 가능하다'고 돼 있다. 통계분석을 한 결과, 정부부처의 정보시스템이 100이라면 그 가운데 1만 사용 가능하고 99는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CIA마저도 아마존 웹서비스를 사용한다. 10년 계약을 하고 사용중이다. 미국의 펜타곤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겠다고 해서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입찰을 진행중이다. 영국은 자기 나라의 클라우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2년부터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시행해 공공기관의 90% 이상이 클라우드를 사용하도록 했다. 불과 몇 개에 지나지 않았던 클라우드 관련기업이 정책 시행 5년 후 수천 개로 늘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가안보와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민감한 정보를 제외하고는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산하기관 모두 클라우드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제도를 추진하자고 한 것이다. 지금같은 포지티브 제도는 '이것만 하고 나머지는 다 안돼'라는 건데, 앞으로는 국가안보나 민감한 개인정보 약 10%를 제외하고 나머지 90%는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시행된다면, 데이터 경제의 획기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현재 우리나라의 사물인터넷(IoT)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향후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ICT 선진국이다. ICT 선진국의 핵심은 초고속 망과 모바일 망 등 인프라가 핵심이다. IoT 망도 굉장히 촘촘하게 깔린다. 농협이건 공장이건 공공장소건 간에 그러한 망을 바탕으로 전국을 커버할 수 있다. 도로도 마찬가지 아닌가. IT 인프라 부문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톱이 될 수 있다. 거기에다 센서를 이용해 많은 정보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한 정보가 (사물인터넷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단시간에 구축할 수 있는 국가가 우리나라다. 네트워크 인프라 측면에서 단연 세계 최고라고 보면 된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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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이 상용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 사람들의 일자리를 기계나 로봇이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떻게 전망하나.
"새로운 혁신기술이 등장하면 파괴적 혁신을 가져온다. 기존의 산업과 기득권이 해체되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다. 일정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일어난 이유도 다 비슷한 맥락이지 않겠나. 자동차가 등장한 뒤 10년 만에 마차와 마부가 사라진 것처럼 4차 산업혁명도 틀림없이 그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어떤 힘이 더 크냐'가 관건이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낙관한다. 인간의 모든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도 근거없는 비관주의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역사를 보면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쳐오는 동안 일자리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데이터·디지털과 관련된 새로운 직종들이 생겨날 것이고, 개인화되고 스마트해지는 변화들은 또다른 일자리를 낳을 것이다. 개인 맞춤형 제조나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위한 일자리들이 그렇다. 파괴적 혁신에 대해 너무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가는 기술발전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디지털 디바이드(격차)' 해결에 힘써야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교육, 적응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미국, 중국, 영국 등 해외 선진국들의 디지털 전략과 추진 속도를 보고 우리나라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된다고 말했다. 국가의 힘을 집결해 이를 타개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에서 혁신성장, 4차 산업혁명을 나름 대비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국가적인 비전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 국가의 미래 모습 그리고 전세계 경제 시스템에서의 위치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목표를 놓고 기준을 세워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정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디지털 혁신·경제 시대에 전세계로 뻗어가는 플랫폼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은 발전기지다. 글로벌 허브, 테스트 베드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도 강점이 있지만 대한민국은 고유한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전세계 최고의 IT 인프라 - 무선통신 망, 모바일 망, IoT 망 - 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활용하면 스마트 도로 망도 금세 깔 수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세계의 뛰어난 기술·기업·자본·과학자 등을 불러들여 새로운 실험을 하고, 서비스를 만들고, 제조를 하는 장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게 우리나라의 최대 강점이다. 

두 번째는 뛰어난 국민들이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전세계가 알아주는 얼리어답터다. 그래서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과 서비스는 전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두 가지가 있기 때문에 전세계의 뛰어난 인재·기술·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 힘을 갖고 디지털 허브가 될 수 있고, 이것이 우리의 미래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제도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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