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배지현

관련사진보기

"미투는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학생의 날을 맞아 중·고등학교 안에서 벌어진 미투(Me too) 운동을 가리키는 '스쿨미투'의 첫 집회가 열렸다.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등 30여 개 단체가 주최하는 스쿨미투 집회인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가 진행됐다. 스쿨미투는 지난 3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졸업생 96명이 남자 교사들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폭로해 불거졌다.

처음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 중고등학생, 학부모, 일반 시민 약 100여 명(주최 측 추산 300명)이 함께 했다. 이날의 드레스 코드는 남색 혹은 교복이었다. 참가자들은 '내가 원하는 학교는 ( ) 학교다'라는 문구에 각자 원하는 문구를 넣어 손 팻말을 들었다. '#no school for girls(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고 적힌 배지를 달기도 했다.

스쿨미투 집회를 기획한 양지혜씨는 "처음에는 고발에 응답한다는 마음으로 활동했는데 더 많은 연결로 이어져 기쁜 마음"이라며 "스쿨미투 고발이 피해사실로만 남지 않고, 변화의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집회 취지를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스쿨미투 고발이 이어졌다.

"다음 해, 그 다음 해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
ⓒ 배지현

관련사진보기

 
ㅅ고등학교 고발자는 대독을 통해 "공론화하기로 한 이유는 학교 후배들이 더 참지 않았으면 해서였다"라며 "학교에 다니면서 교사들로부터 여성성을 강요받거나 성적 수치심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들어왔다"라고 밝혔다. 또, "후배들에게 제보를 받아보니 남자 교사가 여학생들에게 '허리를 잘 돌리네'라고 말을 하는 등 참담한 내용이었다"라며 "그 다음 해, 또 그 다음 해에는 더 심해질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청주의 한 고등학생은 발언대에서 "선생님이 '여성은 남성 앞에서 자면 안 된다', '여자는 60kg 넘으면 안 된다', '개학식까지 살을 빼 와라'라는 발언을 했다"라며 "전자칠판 터치스크린이 미투 고발하는 여자들처럼 예민하다는 표현도 했는데 모든 학교의 여학생들이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교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도 나섰다. 전북의 한 공동체 대안학교를 다녔다고 밝힌 A씨는 "가족보다 더 신뢰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에게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했다"라며 "저를 포함한 학생 3명이 혼외정사를 강요받았다, 대안학교 학생은 성폭력을 신고할 수 있는 부서조차 없는데 다시는 저와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발언했다.

교사뿐 아니라 동급생인 남학생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충청도의 한 고등학생도 나섰다. 그는 "제가 '우리가 왜 걸레로 불려야 하냐'고 전교생 앞에서 소리치자 교실은 울음바다가 됐다"라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한 용감한 학생을 통해 남자 기숙사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남학생들은 우리를 '가슴 달린 원숭이'로 치부하며 우리 행동 하나하나에 성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집회 참가한 중년층 "학교부터 일터까지 환경 바뀌어야"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배지현

관련사진보기

 
주최 측은 다섯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요구안은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을 시행할 것 ▲학생들이 안심하고 말할 수 있게 2차 가해를 중단할 것 ▲학내 성폭력 전국 실태조사 ▲성별 이분법에 따른 학생 구분·차별 금지 ▲사립학교법 개정과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민주적 학교를 조성할 것 등이었다.

고발 발언이 끝나고, '여성의 머리가 짧으면 남자들이 싫어한다' 등 학교에서 들었던 혐오 발언이 적힌 칠판의 내용을 지우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노래 '스승의 은혜'를 "스승의 성희롱 너무 많아서 나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네"라고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교복을 입고 참가한 김아무개씨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다"라며 "지난 몇 달간 SNS를 통해서만 스쿨미투를 봐왔는데 이렇게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는 바뀌는 게 없겠다 싶어 참가했다"라고 말했다.

참가자 중엔 중년층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용순옥씨는 "스쿨 미투는 아니지만, 약 20년 전 일반 미투를 겪었던 사람으로서 그 당시엔 입을 열지 못해 동참하고자 나왔다"라며 "이 아이들이 자라면 학교에서 일터로 올 텐데 환경이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오후 3시 30분부터 "친구야 울지마라,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울 서대문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으로 행진했다.

스쿨미투 집회는 오는 18일 대구 동성로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다.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있다.
 3일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있다.
ⓒ 배지현

관련사진보기

 
 

태그:#스쿨미투, #학생의 날, #미투, #교사, #학생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