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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제에는 200여명의 탸안지역 각계인사가 첨여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200여명의 탸안지역 각계인사가 첨여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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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국전쟁 태안민간인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충남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10번째를 맞는 제 68주기 추모제는 이전 추모제와는 확연히 달랐다.

먼저 가세로 태안군수(더불어민주당)가 참석했다. 현직군수가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 군수는 희생자 영전에 술잔을 올린 데 이어 추모사를 통해 "유가족 여러분들께 따듯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선량한 민간인들의 희생은 너무나 큰 슬픔이었고 우리 민족사의 가장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며 "화합과 평화를 위해 다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안군은 추모제 지원 예산도 다소 증액했다.

참석자도 가장 많았다. 이전에는 유가족을 중심으로 100여 명 참석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태안을 대표하는 기관장을 비롯해 지역 시민사회 관계자 등 모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두 살 때 아버지를 잃은 유족(딸)이 외손녀(이근주)의 손을 잡고 나란히 처음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정석희 태안유족회장
 정석희 태안유족회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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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로 태안군수가 처음으로 태안군민간인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헌작하고 있다.
 가세로 태안군수가 처음으로 태안군민간인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헌작하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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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익 희생자들이 화해의 손을 맞잡은 것도 10번째 추모제의 다른 점이다. 앞서 지난 10월 31일 태안자유수호위령탑에서는 한국자유총연맹태안지부 주최로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과 좌익에 의해 희생된 넋을 위로하는 '자유수호희생자합동위령제'가 개최됐다.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는 자유수호위령제에, 자유수호위령제는 이날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위령제에 추모의 마음을 표했다.

이날 추모제는 '태안민간인학살백서' 출판 기념회를 겸해 열렸다. 태안민간인학살 백서가 처음 발간된 것이다. 태안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1000여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희생됐다.

백서에는 보도연맹, 적대세력사건, 에비검속, 부역혐의 희생자의 명단과 사건 배경, 구술자 추가조사 등이 망라돼 있다. 백서의 머리말에는 "어떻게 그렇게 잔혹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 속에서 사건을 파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가세로 태안군수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가세로 태안군수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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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민간인학살 백서
 태안민간인학살 백서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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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발간을 주도한 최태육 목사는 "백화산에서 희생된 보도연맹원은 처형 과정에서 시신이 불탔다"며 "불에 탄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아버지, 자식의 심정으로 백서를 집필했다"며 "전쟁에서 물려받은 유산은 국가에 대한 공포와 불신이었을 것"이라고 소회했다. 그는 "태안군에 치유센터와 지역사 인권교육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정석희 태안유족회장은 "모진 세월 철저하게 외면해 왔던 버림받은 사람들을 이곳 태안의 작은 마을에서라도 찾고자 했다"며 "이번 추모제와 백서가 인권과 평화의 절실함을 새기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모제와 백서 출판기념회에는 태안군의회 김기두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들과 홍재표 충남도의원, 이이화 역사학자,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권호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등이 참석했다.

태그:#태안민간인희생, #추모제, #태안군수, #백서발간, #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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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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