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야구의 포스트 시즌을 '가을야구' 혹은 '10월의 축제'라고 부른다.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는 10월 3일(이하 한국시각)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10월 29일까지 월드시리즈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만약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갔어도 천재지변이 없는 한 미국 시간으로 10월 31일에 포스트시즌 일정이 모두 끝난다). KBO리그 역시 해마다 우천 취소 등의 변수가 있지만 늦어도 11월 초면 한국시리즈가 모두 끝난다.

하지만 올해는 11월 3일까지 아직 한국시리즈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지난 여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약 3주 간 리그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날씨도 제법 쌀쌀해져 '가을야구'라고 말하기도 조금 어색하다. 비록 한국시리즈는 쌀쌀한 날씨 속에 치러야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양 팀 선수들의 열기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던 지난 여름의 날씨보다 높다.

두산 베어스가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달리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두산의 파트너는 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5차전 연장까지 가는 대혈투를 벌인 SK 와이번스로 결정됐다. 두산과 SK는 지난 2000년대 후반 포스트시즌에서 단골로 맞붙었던 상대로, 두 팀은 2009년 플레이오프 이후 9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재회한다. 과연 4번의 승리를 먼저 따내며 2018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릴 팀은 어디일까.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KT의 경기 시작 전 2018 KBO 정규시즌 우승트로피 전달식이 열리고 있다. 2018.10.13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KT의 경기 시작 전 2018 KBO 정규시즌 우승트로피 전달식이 열리고 있다. 2018.10.13 ⓒ 연합뉴스

 
두산, 한국시리즈는 맡겨 둔 우승 트로피 되찾는 '행사'

두산은 작년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KIA 타이거즈에게 1승 4패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10개 구단 중 2위면 충분히 좋은 성적이지만 2015, 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했던 두산에 준우승은 성에 차지 않는 성과였다. 두산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KBO리그 94승 투수 더스틴 니퍼트(KT 위즈)를 비롯한 외국인 투수 3명을 모두 교체하는 등 우승 탈환을 위한 대변화를 단행했다.

결과는 2016년 자신들이 세웠던 정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93승)을 세운 압도적인 정규 시즌 우승이었다. 2위와의 승차는 무려 14경기 반. 그 어떤 팀을 상대로도 상대 전적에서 뒤지지 않았던 완벽한 시즌이었다. 이제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완전무결했던 2018년의 대미를 장식하려 한다. 김태형 감독과 주장 오재원은 "맡겨둔 우승컵을 되찾으려 한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높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이 드러낸 자신감의 원천은 역시 막강한 선발 트로이카다. 평균자책점 1위(2.88) 조쉬 린드블럼, 다승왕(18승) 세스 후랭코프, 국내 선수 다승(15승), 평균자책점(3.63) 1위에 빛나는 이용찬은 올 시즌 다승 1~3위를 독식했다. 여기에 좌완 터줏대감 유희관과 영건 이영하도 시즌 막판 10승을 채우면서 두산은 10승 투수를 5명이나 배출했다. 4차전에서는 유희관과 이영하를 동시에 투입하는 '1+1 전략'도 가능하다.

홈런왕(44개)과 타점왕(133개)을 독식한 김재환이 이끄는 타선도 단연 최강이다. 정규 시즌 팀 타율 .309에 빛나는 두산은 팀 내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만 무려 7명이다. 올해 3년 연속 3할이 무산된 오재일은 정규 시즌 27홈런80타점을 때려냈고 경찰 야구단에서 전역한 정수빈은 26경기에서 타율 .367를 기록했다. 시즌 전 미국에서 사비로 타격과외를 받은 오재원과 어깨 부상 후유증을 털어낸 김재호도 '3할 키스톤'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두산의 유일한 변수는 우완 셋업맨 김강률의 부상 이탈이다. 한국시리즈를 대비한 미야자키 미니 캠프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친 김강률은 한국시리즈 출전이 불가능하다. 김강률은 두산 불펜에서 강속구를 던지는 유일한 정통파 우완 투수였다. 김승회와 이현승 등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의 비중이 커진 가운데 김태형 감독은 미니 캠프를 통해 구위가 살아난 장원준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플레이오프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5차전 경기. 11-10으로 승리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8.11.2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플레이오프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5차전 경기. 11-10으로 승리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8.11.2 ⓒ 연합뉴스

 
어차피 우승은 두산? SK는 PS에서 두산에게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SK의 플레이오프 상대가 한화 이글스가 아닌 넥센으로 결정됐을 때 SK팬들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넥센의 전력이 공수에서 SK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소화하면서 전력 소모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실제로 넥센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부동의 1번 타자 이정후를 잃었다). 하지만 SK는 넥센과 5차전까지 가는 대혈투를 벌였고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냈다.

플레이오프가 길어지면서 SK는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하며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한다. 5차전에서 김광현이 101개, 메릴 켈리가 49개의 공을 던지면서 적지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1,2차전은 박종훈과 문승원이 선발로 나설 확률이 높아졌다. 김태훈, 김택형, 앙헬 산체스 등 불펜 투수들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무리 신재웅은 2.1이닝2실점(평균자책점7.71)으로 크게 흔들렸다.

SK는 KBO리그 최고의 홈런군단답게 플레이오프에서도 13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5홈런의 넥센을 압도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된 '짐승남' 김강민은 5경기에서 21타수9안타(타율 .429)3홈런6타점5득점을 쓸어 담으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상하위 타선을 오간 김성현(타율 .385 1홈런3타점)과 정규 시즌 슬럼프에 빠졌던 최정(타율 .313 2홈런3타점)도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SK의 홈런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지나치게 큰 스윙만 노리다간 두산 투수들의 유인구에 쉽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차전과 5차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박정권과 한동민은 시리즈 전체로 놓고 보면 1할대의 빈타에 허덕였고 홈런 2개를 터트린 제이미 로맥 역시 21타수 3안타(타율 .143)에 머물렀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7개의 실책을 저지른 수비 불안도 정규 시즌 최소 실책(77개)의 두산에 비해 확실히 떨어지는 부분이다.

SK는 두산과 맞붙은 역대 3번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당시엔 SK가 더 높은 순위에서 두산의 도전을 기다렸고 올해는 플레이오프를 거친 SK가 정규 시즌 우승팀 두산에게 도전하는 입장이 됐다. 부족한 휴식일과 선수들의 잔부상, 투수들의 피로 등 SK가 불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비룡군단에게는 넥센의 거센 도전을 물리친 기세와 트레이 힐만 감독에게 우승이라는 작별선물을 줘야 하는 확실한 '명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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