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4-2로 경기를 마친 넥센 샌즈 등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4대2로 경기를 마친 넥센 샌즈 등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넥센이 불가능해 보였던 14.3%의 확률을 점점 현실로 만들고 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끌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는 10월 3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5안타를 때려내며 4-2로 승리했다. 인천에서 당한 2연패를 고척에서 2연승으로 되갚은 넥센은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단 2번 밖에 없었던 '역스윕(2연패 후 3연승)'에 1승을 남겨두게 됐다.

넥센은 선발 이승호가 4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5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고 '가을의 발견' 안우진도 4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이어갔다. 타선에서는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가 4회 결승 투런 홈런과 함께 4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반면 넥센의 '영건듀오'에게 8이닝 2안타로 꽁꽁 묶인 SK의 다음 행선지는 잠실이 아닌 인천으로 결정됐다. 

2년차 좌완 이승호의 깜짝 호투와 '복덩이' 샌즈의 선제 투런 홈런

3차전에서 3-2의 짜릿한 승리를 거둔 넥센은 4차전에서 1차전 선발 제이크 브리검을 당겨 쓰지 않고 준플레이오프 4차전처럼 2년 차 좌완 이승호를 선발로 올렸다.  대신 패하면 그대로 시즌이 끝나는 경기인 만큼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와 루키 안우진을 불펜 대기 시키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타선에서는 샌즈가 5번으로 올라오고 플레이오프에서 12타수1안타(타율 .083)로 부진한 김하성이 7번에 배치됐다.

3차전에서 뜻밖의 일격을 당했지만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도 급해지지 않았다. SK 역시 1차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24개의 공을 던졌던 문승원이 4차전 선발로 등판했다. 다만 1차전 선발 김광현이 아닌 2차전 선발 메릴 켈리를 미출전 선수로 분류하며 승부처에서 총력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SK 역시 좌완 이승호에 대비해 김성현이 2번에 전진 배치되고 플레이오프에서 13타수1안타(타율.077)5삼진으로 부진한 한동민은 7번으로 내려갔다.

넥센 선발 이승호는 1회부터 김강민과 김성현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SK가 자랑하는 중심타선 최정과 제이미 로맥, 이재원을 삼진 2개와 내야 땅볼 하나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문승원 역시 2사 후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좋은 구위를 과시했다.

경기 초반부터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잦은 투수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양 팀의 선발 투수들은 기대 이상의 호투로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갔다. 이승호는 1회와 4회 2사 후 제구가 흔들리며 4개의 볼넷을 허용했지만 삼진 5개를 곁들이며 우타자 8명이 배치된 SK타선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문승원 역시 3회까지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팽팽한 투수전의 추를 무너트린 선수는 '9만 달러의 신화' 샌즈였다. 넥센은 4회 1사 후 박병호의 몸 맞는 공으로 얻은 1사 1루 기회에서 샌즈가 문승원의 6구째를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넥센은 5회 무사 1루에서 '무서운 막내' 안우진을 마운드에 올렸고 안우진은 김강민과 김성현, 로맥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2사 1,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겁 없는 99년생 듀오의 합작 완봉, 재평가가 시급한 이승호 트레이드
 
 지난 10월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4-2로 경기를 마친 넥센 마무리 김상수가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4대2로 경기를 마친 넥센 마무리 김상수가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겁 없는 신인 안우진이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며 마운드에서 안정을 찾자 넥센은 6회 기다리던 귀중한 추가점을 올렸다. 넥센은 선두타자 서건창의 볼넷과 샌즈의 안타로 만든 1사 1, 3루에서 임병욱의 스퀴즈가 나주환의 실책으로 연결되면서 3루주자 서건창이 홈을 밟았다. 기세가 오른 넥센은 김하성의 적시타로 스코어를 4-0까지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7회까지 42개의 공을 던진 안우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SK는 선두타자 최정이 볼넷을 골라 출루했지만 안우진의 초구를 잡아 당긴 로맥이 6-4-3으로 연결되는 병살로 물러나면서 기회를 날렸다. 넥센은 9회 투구수 50개를 넘긴 안우진 대신 이보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SK는 9회 침묵하던 한동민의 투런 홈런으로 2점을 추격했지만 2사김강민의 2루타로 만든 마지막 기회에서 대타 정의윤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경기를 내줬다. 

작년 7월 31일 이승호가 손동욱과 함께 김세현, 유재신(KIA타이거즈)의 반대급부로 넥센으로 이적했을 때만 해도 이승호를 눈여겨본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승호는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 출신의 대형 유망주였지만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으며 트레이드 후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김세현은 작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 활약했으니 트레이드의 무게추는 굳이 달아볼 필요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팔꿈치 재활을 끝낸 이승호는 올 시즌 32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고 가을야구에서도 당당히 넥센의 4선발로 활약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1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던 이승호는 이날 4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볼넷은 5개나 허용했지만 이승호는 대담한 투구를 펼쳤고 SK의 경험 많은 타자들도 좀처럼 이승호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SK는 정규 시즌 116개의 실책으로 최다 2위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실책 5개를 기록한 SK는 4차전에서도 6회 실점 없이 2사 1, 2루가 돼야 할 스퀴즈 상황에서 나주환의 실책으로 1실점 후 1사 2, 3루가 되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반면에 넥센은 1999년생의 두 젊은 투수가 8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시리즈의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이제 양 팀은 한치 앞을 모르는 '최후의 결전' 만을 남겨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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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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