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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에서 1년간 84명의 학생이 전학 간 이유를 두고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해당 학교 교장이 설전을 벌였다. 지난 29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 의원이 문제 삼은 내용은 이 학교의 교사인 최아무개씨와 관련된 일이다. 전 의원은 과거 최 교사가 페미니즘·퀴어문화축제와 관련한 교육을 해 일부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학교가 해당 교사의 문제를 계속 덮는 것에 대해 (한 학부모가) 항의했다, 그런데도 (다른 교사가 그 학부모의) 자녀를 상처 주는 일이 발생해 전학을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장은 "팩트체크가 안 됐다"고 반박하며, 교사를 둘러싼 논란은 법원에서도 '허위사실'이라고 밝혀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자와 인터뷰에서는 작년에 유독 전출자 많아진 이유가 '해당 지역의 아파트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과 겹쳤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29일 국정감사장에서 전희경 의원이 이중렬 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9일 국정감사장에서 전희경 의원이 이중렬 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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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초등학교는 2017년 8월 일부 학부모들이 양성평등교육을 한 최아무개 교사의 수업 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하며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 <조선일보>는 "수업시간 '퀴어축제' 보여준 여교사, 그 초등교선 '야, 너 게이냐' 유행"라는 제목의 기사를 써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는 최 교사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소송에서 해당 보도가 허위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최 교사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7일 알려졌다.

재판부는 "학부모 220여 명이 간담회에서 최씨의 수업중단을 요구했다"는 해당 기사의 내용을 허위라고 봤다. 또 ▲ 일부 학부모가 최 교사의 수업 이후 학교에서 '야 너 게이냐' 등의 말이 유행했다고 주장한 부분, ▲ 학부모들이 '말 안 듣는 것들은 죄다 남자'라고 한 최 교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는 부분 등을 기사로 작성하는 데 바탕이 된 자료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4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최 교사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 의원이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최아무개 교사를 둘러싼 사안과 W초, 서울시교육청의 대응 방식을 문제 삼고 나섰다. 전 의원은 두 기관의 '무대응 문제' 때문에 84명 전출 문제가 생겼다는 식으로 날을 세웠다(관련 영상 : https://youtu.be/7ZJOJDLvCzg). 다음은 전 의원과 증인으로 나온 W초등학교 이중렬 교장의 질의응답 내용을 일부 옮긴 것.

전 의원: "전학간 학생들의 부모들에게 왜 전학을 갔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떤) 학부모는 학교가 최 교사의 문제를 계속 덮는 것에 대해 항의했는데, 오히려 (담임교사가) 아이에게 공개적으로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해 전학을 가게 됐습니다."
이 교장: "그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팩트체크가 안 되어 있는 사실입니다."
전 의원: "지금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학부모가 설명한 내용입니다."
이 교장: "사실을 얘기해주십시오. 팩트체크가 안 됐습니다."
전 의원: "팩트체크가 제대로 됐으면 80여 명의 학생들이 등을 지고 W초를 떠났겠습니까?"
이 교장: "제가 (84명 전출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전 의원: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지만 이 교장은 이 자리에서 '84명 전출 이유'에 대해 말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전 의원은 이 교장을 겨냥해 "국감장에서 보여주시는 행태는 학부모들이 왜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심증을 더욱 굳어지게 한다"면서 "지금 교장선생님이 지나치게 최 교사 쪽에 편향되어 있다는 얘기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교장은 "위원장님 한 말씀 드릴 수 있겠느냐"면서 다음처럼 말했다.

"(최 교사에 대한) 문제를 주장한 일부 학부모들이 있었으나, 그것은 현장에서 사실로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법원 판결에서도 많은 부분들이 허위로 판명됐다. 그 부분들을 저는 공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지금 교장선생님이 그런 식이니까 학부모들이 국회까지 도움의 손길을 청한 것이다. 아시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장은 다시 "팩트체크 반드시 부탁드리겠다"고 맞섰다.

하지만 전 의원은 "팩트체크는 학교 현장에서 교장선생님이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찬열 교육위원장(바른미래당)도 "국회의원이 팩트체크 할 시간이 없다. 그만(하라)"고 말을 보탰다.

이 교장 "'84명 전출', 아파트 전세 끝나는 시점이 원인"

이 교장은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제가 잘못한 게 전혀 없고 전 의원이 사실이 아닌 얘길 자꾸 하니까 팩트체크 하시라고 말한 것"이라면서 "교육위원장이 증인 얘기를 잘 듣지 않고 '의원이 팩트체크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려면 왜 증인을 불렀느냐"고 아쉬워 했다.

이어 이 교장은 '84명 전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15년 첫 입주한 학군의 신도시 아파트 입주자들이 2년 전세 기간이 끝나고, 전매도 가능하게 된 때가 바로 2017년부터"라면서 "이런 지역 특성에 따른 이사 행렬 때문에 전출 학생이 불어난 것이지 최 교사 문제는 일부 소수의 학생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학교 주변 부동산업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우리 학교에 들어오려고 아파트를 구하는 학부모들이 무척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운영하는 학교알리미 자료를 보면, 84명이 전출한 지난해 이 학교에 새로 들어온 전입학생은 총 487명을 기록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몰려들어 최근 2년 사이에 20여 개의 교실을 증축했다고 알려졌다. 올해 현재 학급당 학생 수는 27.8명으로, 주변 지역 학교보다 3명 정도 많은 상태다.

태그:#전희경,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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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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