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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노벨상 많이 받는데, 우리 한국은 왜...'라는 말은 매년 10월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한국의 학계·언론계가 짚는 원인의 허구성, 일본 현황, 그리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11월 1일과 2일 이틀 4회에 걸쳐 모색해 봅니다. [편집자말]
노벨상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메달. 제작비용은 700만 원 정도이지만, 10억 원이 넘는 상금도 별도로 수여된다.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은 수치로 측량하기 어려운 커다란 영예다.
▲ 노벨상 메달 노벨상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메달. 제작비용은 700만 원 정도이지만, 10억 원이 넘는 상금도 별도로 수여된다.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은 수치로 측량하기 어려운 커다란 영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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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은 노벨상의 달이다. 하지만, '10월의 희망'은 항상 실망으로 끝났다. 그리고 다시 옆동네에 대한 선망으로 이어진다. 올해도 예외가 없다. 혹시라도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지 않나 싶어 마음 속으로 기대를 걸어보다가 결국 꽝. 그런데 옆 나라 일본에서는 계속 수상 소식이 이어진다.

올해도 일본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2000년 이후로만 벌써 18명째. 2000년 이후만 따지면 일본은 노벨 과학계열 상 수상 숫자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2000년 이전까지 합해 역대 전체 일본인 수상자들의 수상 분야도 다양하다. 전체 23명 중 물리학 11명, 화학 7명, 생리의학 5명으로 분야별로 골고루 배분돼 있다(23명 중 2명은 나중에 미국 국적을 취득했으나, 이들은 일본인으로 태어나 일본에서 교육받고 노벨상을 받게 되는 업적을 이룬 시점에 일본 국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수상을 일본의 성과로 보기로 하자).

왜 일본에 저리도 노벨상 풍년이 나는지, 반대로 왜 우리는 도대체 하나도 없는지, 벌써 몇 년째 각종 분석 기사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대답은 하나같이 천편일률이다.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나온 분석을 분류해보면 대략 다섯 가지 답변들이 형태만 바꿔가며 반복되고 있다.  

첫째, 투자. 일본은 과학 연구에 우리보다 오랫동안 더 많은 투자를 해왔다.

둘째, 기초과학 중시. 일본은 기초과학을 중시하는데, 우리나라는 응용 연구에 치우쳐 있다.

셋째, 안정적 연구 환경. 일본의 연구자들에게는 마음 놓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주어지는데, 우리는 다들 부족한 연구비 신청하고 연구 관련 행정 업무하느라 바쁘다는 것.

넷째, 홍보. 일본이라는 나라가 원래 서양에 잘 알려져 있고, 일본 연구자들은 서양 연구진들과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어서 연구성과 홍보를 잘한다는 것.  

다섯째, 장인정신. 일본의 과학자들에게는 특유의 성실함과 장인 정신이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는 오타쿠 문화라는 것이 있어서 한 가지만 파고들기 때문이라는 것.


매년 껍데기만 바꿔 변주되는 이 다섯 가지 설명들을 듣고 있다 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이 중 몇 가지는 별로 어려워 보이는 해법도 아닌데, 그렇게 간단하고 쉬우면 왜 우리는 실천을 못할까?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19년째인데, 왜 일본은 하는 것을 우리는 지난 19년 동안 못했을까? 예를 들어 우리도 기초과학에 투자 많이 하고, 연구자들에게 안정적 연구환경을 보장해주고, 서양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잘 하면 일본처럼 노벨상이 쏟아져야 하지 않나? 아니면 혹시 우리의 진단이 뭔가 근본적으로 오진인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을 풀어 보고자 우선 팩트 체크부터 해봤다.
  
대한민국의 과학 기술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

세계은행 데이터(World Development Indicators, World Bank Databank, 온라인 검색 가능)를 이용해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연구 투자를 비교해봤다.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항목을 보니 대한민국이 2015년도에 4.2%이다. 일본보다 GDP 대비 수치로 보면 1% 정도 높다.

GDP 대비로 봤을 때 다른 주요국들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대개 2%대이고, 영국은 2%도 못 된다. 전세계에서 우리보다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가 많은 나라는 단 한 나라, 이스라엘밖에 없다. 그것도 불과 0.01%P 앞설 뿐이다.

인구 100만 명당 연구개발 인력도 2014년도에 우리가 약 6900명인데, 일본은 약 5400명이다. 우리가 일본보다 무려 1500명이나 많다. 영국, 독일 등과 비교하면 우리가 거의 2500명 정도 더 많다. 영국, 독일 등은 인구 100만 명당 연구개발 인력이 대개 4000명 대 초중반이다.

과학기술 분야 논문은 우리가 2016년에 대략 연간 6만 편 정도를 발표했는데, 이는 프랑스와 비슷한 규모다. 영국, 독일, 일본은 모두 각각 약 10만 편 정도다. 우리의 논문 편수는 사실 적지 않다.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라는 나라들이 모두 우리보다 인구도 많고 경제규모는 2배 내지 4배가 더 크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대학 숫자도 우리나라 대학이 현재 모두 합쳐 400개 내외인데, 일본에는 대학이 거의 770개 전후로 있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의 연구개발 투자, 연구개발 인력, 과학기술 분야 논문편수 모두 지난 20년간 엄청난 속도로 증가해 왔다는 것이다. 그 중 연구개발 투자와 인력은 대략 지난 20년간 거의 3배로 증가했다. 거의 매년 5% 내외의 속도로 고속 성장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비교의 대상이 된 주요 국가들 중 다른 어떤 나라도 한국 만큼의 성장세를 보인 나라가 없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세 항목 모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절대 규모로 봐도 우리의 연구개발 투자는 적지 않다.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2018년 R&D통계핸드북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OECD 통계 기준으로 약 800억 달러(구매력 평가 기준)이다. 거의 100조 원에 육박한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이고, 프랑스와 영국을 큰 격차로 제치고 있다. 영국에 비하면 거의 2배에 가깝다.

최소한 데이터를 놓고 본다면 대한민국이 일본이나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과학 연구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이 응용연구에 치중하고 일본은 기초연구에 집중한다는 '환상'
 
한국은 기초연구를 외면했다? 사실일까.
 한국은 기초연구를 외면했다? 사실일까.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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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자주 보이는 설명은 한국은 기초과학을 외면하고 응용과학에 치중하는 반면 일본은 응용과학보다 기초과학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데, 우리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설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행하는 설명이다. 당장 주변을 돌아봐도 이런 설명에 중독돼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 OECD 자료를 들여다 봤다. 2016년 기준으로 GDP 대비 우리의 기초연구 투자는 0.69%. 주요국들 중 압도적인 1위이다. 이스라엘이 0.49%, 미국이 0.46%, 일본은 0.39%, 중국은 더 낮은 0.11%이다. 영국의 기초연구 투자는 2012년 이래 4년 내내 GDP 대비 0.28%대이고, 프랑스는 같은 기간 동안 0.54%이다.

상기 한국연구재단의 R&D 통계핸드북을 다시 보자. 한국의 GDP 대비 기초연구 투자 비율을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중국, 이스라엘, 네덜란드, 덴마크, 체코의 9개국과 비교하고 있는데, 우리가 1위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렇게 통계를 놓고 보면, 기초연구를 등한시하고 응용연구에 치중한다는 비판은 사실 우리나라 과학계가 아니라 일본 과학계가 들어야 할 비판이다. 실제로 응용연구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은 과거 일본 과학계가 수십 년 동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비판이다. 당장의 제품 생산에 도움이 되는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니 기초연구나 이론 연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외국 연구자들이 발표한 일본 과학계를 분석하는 논문들을 찾아보면, 이런 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엔 총회의 의뢰로 2015년에 발표된 유네스코 과학보고서 '2030년을 향하여(Toward 2030)'를 보면, 일본에서 2000년도 이후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서, 노벨상 선정 기준이 바뀌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노벨위원회가 선정기준을 발표하지는 않지만, 수상 결과의 추세를 놓고 봤을 때, 2000년도를 전후해서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이론적 측면 못지않게 실제 인류의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도입했고, 이것이 실용성을 강조하는 일본의 학문 풍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선정 이유들을 보면 이들의 업적이 실제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들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는 우리가 얼핏 생각하는 기초연구 투자비 조달과는 사뭇 다른 방법으로 연구비를 조달하는 사람도 있다. 2015년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민간기업에서 투자를 유치해서 연구비를 조달하고 그 연구에서 비롯된 특허의 출원과 소유는 투자 기업이 갖되 연구팀은 로열티를 받는 소위 '오무라 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해 오무라 교수는 무려 150억 원의 연구비를 확보했고, 400병상이 넘는 병원까지 지었다. 순수하기만 한 기초연구를 갖고 이런 식의 모델 성립이 과연 가능할까?

일본은 전통적으로 주요국들 중 국가 전체 연구개발 지원비에서 정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로 유명하다. 2012년부터 5년간 국가 전체 연구개발비 중 정부 예산 비율을 보면 대략 16% 내외밖에 안 된다.

같은 기간 우리의 경우 22% 내외. 우리의 정부 예산 비중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본보다는 일관되게 높다. 정부 투자 이외에 나머지 예산은 민간 부문에서 온다. 그러면 일본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 목적과 방법과 예상 성과가 무엇인지를 민간 부문 연구지원 기관이나 스폰서들에게 설명하고 연구비를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기초연구를 중시하는 나라의 과학계의 풍경인가?

사실 응용과학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편견일지 모른다. 과학의 실용성, 즉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끼치는 영향을 중시하고, 일반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추세는 세계적인 조류이다. 위에서 인용한 유네스코 과학보고서도 실제로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과학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맘놓고 편안히 연구에만 집중해서 노벨상이 많이 나오는 걸까?

투자 확대도 아니고, 기초과학 중시도 아니면, 그러면 혹시 연구 환경 때문일까? 연구 환경은 수치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경험 많은 일본인 연구자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필자가 근무 중인 학교는 사립대학교(간사이외국어대)다. 일본은 국립대에서 근무한 연구자들이 은퇴 후 혹은 은퇴 직전에 사립대로 옮기는 전통이 있다. 일본에서 사립대는 정년 규정이 느슨하다. 학교법인에서 결정만 하면 계약직 교수로 정년을 넘어서 임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사립대에서 10년 내지 15년 정도 더 근무하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 중인 학교에도 그렇게 일본의 전통 명문인 도쿄대, 교토대 내지 다른 명문 국공립 및 사립대에서 수십 년간 근무하고 온 원로 교수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그것도 필자의 연구실이 있는 본관 7층과 바로 아래 6층에 집중 포진해 있다. 그들 중 일부 경험 많은 교수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았다.

최소한 필자가 만나본 연구자들은 하나같이 일본의 연구 환경이 좋아서 노벨상이 많이 나온다는 의견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연구비? 글쎄 별로 풍족했다고 보기는 좀 그런데요. 그리고 그 노벨상 받은 교수 내가 옛날부터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에요. 그런데 그 교수 연구비랑 관계없이 항상 똑같은 자세로 연구만 합니다. 매일 정시에 나와서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하죠. 하루종일. 그렇게 단조롭게 연구만 하면서 30년, 40년 살아가는 겁니다. 아마 그 교수 앞으로도 계속 똑같은 패턴으로 살 겁니다."

일본의 연구환경에 대해서 일본인 연구자들은 오히려 걱정이 많았다. 일본의 연구환경이 좋아서 노벨상이 많이 나온다는 의견에 대해 평가를 문의하자, 일본인들이 동의하지 않을 때의 특유의 표현인 "글쎄요, 그런가요?"라는 반응들. 연구환경이 좋아서 노벨상이 많이 나온다는 주장에 대해 필자가 만난 일본인 연구자들은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들은 23명 전원이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국공립대 출신들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일본 국내의 국공립대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만약 연구환경이 일본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결정적 이유라고 한다면 일본의 국공립대와 사립대간에 뭔가 결정적인 연구환경 상의 차이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필자가 대화를 나눠본 연구자들 다수가 국공립대와 사립대 양쪽의 연구환경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다들 일본의 국공립대와 사립대간에 연구환경의 차이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에 연구환경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립대가 봉급은 30% 정도 더 주고, 요즘이야 안 그렇지만 과거에는 사립대가 정년도 더 길게 보장됐다는 것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순수 국내파
 
다스쿠 교수는 2018년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다. 그가 노벨상을 받게 되면서 노벨 과학계열 수상자는 23명으로 늘어났다.
▲ 교토대 의학부 혼조 다스쿠 명예교수 다스쿠 교수는 2018년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다. 그가 노벨상을 받게 되면서 노벨 과학계열 수상자는 23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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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환경이 일본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일본 과학자들이 외국 과학계와 네트워크가 좋기 때문일까? 그래서 홍보가 더 잘 돼 있기 때문일까?

홍보의 정도나 네트워크의 강도를 수치로 평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주목할 점이 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거의 전부가 국내파들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유학 경험이 없다.

나중에 연구자로서 다 성장하고 나서 해외 연수를 단기로 가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자기의 학문적 뿌리는 어디까지나 일본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고 대학 나오고 박사 학위 받고 일본 연구기관에서 나중에 노벨상을 받게 되는 업적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해외 생활 경험이 부족하고 영어 실력이 그리 좋지 않다. 심지어 역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주요 대학 교수들이 미국, 영국의 명문 대학 박사들이다. 과연 어느 쪽이 해외 네트워크가 더 좋고 홍보에 유리한 자원을 갖고 있는 것일까?
 

'장인정신'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장인 정신이다. 사실 일본인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의외로 상당수의 일본인들이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 때문에 일본인들이 노벨상을 많이 받는다고 믿고 있었다. 뭔가 한 가지에 깊이 파고드는 소위 '오타쿠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썩 훌륭한 설명이 아니다. 만약 장인 정신이나 오타쿠 문화 때문에 일본인들이 노벨상을 많이 받고 있다면, 그런 문화라는 것이 어제 오늘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닐 텐데, 왜 갑자기 2000년도부터 노벨상 '빅뱅'이 시작된 것일까?

노벨상은 1901년도부터 수여가 시작됐다. 1901년도부터 1999년까지 99년 동안 일본인 중에 과학으로 노벨상을 탄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2000년에서 2018년까지 19년 동안 무려 18명이다. 왜 그 장인 정신이라는 것이 99년 동안 숨어 있다가 19년 전에 갑자기 기지개를 편 것일까?

그리고 노벨상에 그 장인정신이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면, 도대체 그 장인 정신은 왜 지난 120년간 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만, 그리고 왜 서유럽과 북미 지역에만 몰려 있는 것일까? 왜 그 장인 정신이 그토록 특정 국가들, 특정 지역들에서만 발현되는 것일까?

사실 장인 정신이라고 하는 것이 정의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별 설득력이 없다. 사후적으로 억지로 끼워 넣은 설명일 가능성이 더 높다. 더욱이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많은 소규모 국가 연구자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노벨상을 많이 배출하지 못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에서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그럼 연구에 임하는 태도가 철저하지 못하고 장인 정신이 결핍되어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한국 사회와 언론 지상에 횡행하는 일본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다섯 가지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 보았는데, 별로 딱히 들어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사실 일본이 왜 그리도 노벨상을 많이 받는지를 알려면 우선 노벨상을 많이 받는 다른 나라들을 봐야 한다. 그리고 노벨상을 많이 받는 나라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노벨상을 못 받는 나라들과 많이 받는 나라들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만 들여다 봐서는 제대로 된 답이 나오기 어렵다.

(* 다음 기사 '노벨상 많은 일본, 왜냐면'( http://omn.kr/1bxbl )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장부승 교수는 현재 일본 오사카시와 교토부 중간에 위치한 간사이외국어대에서 국제정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글쓴이가 2018년 10월 26일 내일신문에 기고한 칼럼, "일본의 노벨상 빅뱅의 미스터리"를 확대 보완한 것입니다.


태그:#노벨상, #일본, #노벨상의비결, #연구클러스터, #독자적충원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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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틴 펠로우, 랜드연구소 스탠턴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 재직중. 일본 및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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