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 마르> 포스터

영화 <엘 마르> 포스터 ⓒ (주)미로스페이스


'근육긴장이상'으로 침대에서 인공호흡장치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알베르토(마놀로 크루즈 분). 작은 거울로 세상을 보고 상상을 그림으로 옮기면서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지만,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 로사(비키 헤에르난데즈 분)와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지셀(비비아나 세르나 분)이 있어 외롭지 않다.

사랑을 꿈꾸고 자유를 갈망하는 알베르토의 마음은 멈추지 않고 바다를 보고 싶은 소망으로 발전한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자칫 병세가 악화될 수 있는 위험으로 인해 반대하던 로사는 아들이 그린 그림을 보고 바다에 데려다주겠노라 결심한다.

영화 <엘 마르>는 콜롬비아 영화계의 신예 마놀로 크루즈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과 연기까지 소화한 작품이다. 처음에 <엘 마르>를 단편 영화로 작업하고 있던 마놀로 크루즈는 장편 영화로 발전시키자는 비키 헤르난데즈 배우의 권유를 받고 지금의 영화로 규모를 키웠다. 기획에 참여한 카를로스 델 카스티요는 공동 연출자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엘 마르>의 한 장면

영화 <엘 마르>의 한 장면 ⓒ (주)미로스페이스


마놀로 크루즈는 <엘 마르>를 만든 이유를 두 가지로 대답한다. 첫 번째로 "좋은 내용이 아닌 것을 계속 내보내는 미디어 산업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이를 타파하고 본인이 꿈꾸던 이야기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함"을 꼽는다. 두 번째는 "물질적인 것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삶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사랑을 주는 것임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미디어 산업이 가져야 할 태도를 지적하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말하고자 <엘 마르>를 만든 것이다.

<엘 마르>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간다. 마치 인물의 내면을 여행하는 듯한 전개 속엔 삶과 죽음, 희망과 좌절, 꿈과 고통 등 다양한 요소가 묻어난다. 공간, 여성, 바다는 알베르토의 사연을 더욱 풍성히 꾸며준다.

영화는 콜롬비아 산타마리아의 한 수상 가옥 마을에서 찍었다. 이곳은 배로 이동하고 집 내부가 바깥으로 열려 있어 현대적인 사회상과 거리가 멀다. 알베르토와 로사가 사는 수상 가옥은 문명과 떨어진 인상 외에 바깥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준다. 알베르토의 상태처럼 말이다. 제한된 프레임에 인물을 놓고 클로즈업을 강조한 촬영은 알베르토의 고립을 한층 강화한다.
 
 영화 <엘 마르>의 한 장면

영화 <엘 마르>의 한 장면 ⓒ (주)미로스페이스


어머니 로사와 소꿉친구 지셀은 알베르토가 세상과 만나는 연결고리다. 영화는 대부분을 알베르토와 로사가 보내는 일상으로 채웠다. 로사는 아들을 무한한 사랑으로 보살핀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보호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보호 심리엔 세상으로부터 아들을 지키려는 마음과 아들을 바깥으로 보낼 수 없다는 두려움이 동시에 담겨 있다. 로사의 사랑이 단단하나 약간 갇혀 보인다면 지셀은 약하나 조금 더 열린 사랑을 보여준다.

<엘 마르>의 콜롬비아 원제 < La cienaga: Entre el mar y la tierra >는 '늪지대'와 '바다와 땅 사이'를 의미한다. 영어 제목은 부제를 그대로 옮긴 < Between Sea and Land >다. 영화에서 알베르토는 로사에게 줄곧 "바다에 가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한다. 바다는 알베르토와 로사에게 다른 의미를 가진다. 알베르토에게 땅은 '감옥'이고 바다는 '자유'를 뜻한다. 남편을 바다에서 잃었던 로사에게 바다는 '죽음'이다. 반대로 땅은 '안전'이란 의미를 담는다.

영화는 두 사람이 도착한 바다에서 현실과 꿈, 자유와 속박, 운명과 사랑, 희망과 고통을 모두 끌어안아 놀라운 정서로 승화시킨다. 알베르토와 로사의 바다가 하나로 완성되는 순간이자 어떤 영화보다 강한 울림을 전하는 끝맺음이다. 그리고 "작은 틈으로 스며든 빛이 인생을 바꾼다"는 마지막 문구가 긴 여운을 남긴다. 2016년 제32회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심사위원 특별상-연기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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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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