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하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매우 중요한 목표를 이뤘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거론하기 민망할 정도로 졸전을 펼쳤다.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주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공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도 타지키스탄에 밀렸고 지나치게 흥분하면서 안 받아도 되는 '노란딱지'를 무려 여섯 장이나 받았다. 전반전 끝나기 직전에 터진 골을 운 좋게 지켜낸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19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9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있는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8강 타지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전세진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준결승전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게 됐다.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패트리어트 칸드라바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타지키스탄의 AFC U-19 챔피언십 8강전. 결승골을 넣은 전세진의 모습.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패트리어트 칸드라바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타지키스탄의 AFC U-19 챔피언십 8강전. 결승골을 넣은 전세진의 모습. ⓒ 대한축구협회


목적 없는 롱 킥, 패스 미스 심각해

상대를 우습게 보고 경기에 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정정용 감독이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경기 운영을 지시했을 것이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내년 20세 이하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 때문이리라.

그런데 이 경기 상대 팀 타지키스탄의 조별리그 통과 기록은 1승 1무 1패(4득점 5실점)로 8강에 오른 팀 중에서 B조 2위로 올라온 태국과 같은 승점에 득점 수에서 2골 모자란다. 세트피스 빼고는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 중앙 수비수 세 명을 두는 포메이션을 내세울 정도로 공격이 위협적인 팀은 아니었다.

포메이션과는 별개로 빌드 업 과정에서 특징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한 롱 패스가 많았다. 전체 패스 수(378개)에서 롱 패스(71개) 비율이 18.78%나 됐다. 한국 선수들의 조별리그 세 경기 평균 롱 패스 비율이 13%(3경기 합산 패스 수 1240개, 롱 패스 수 162개)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비율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롱 패스를 남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가까운 거리에서 동료들과 주고받는 패스도 매끄럽지 못했다. 상대 수비수들보다 더 많은 우리 선수들이 공격을 전개하는 역습 기회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패스 실수가 너무 많았고 이른바 묻지마 크로스도 눈에 띄었다. 조별리그 세 경기 평균 16.6개의 크로스에 비해 이 경기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8개의 크로스가 전부였다. 비록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타지키스탄의 크로스 26개와 비교해도 초라한 수준이었다. 

축구 경기에서 강팀으로 인정받게 하는 추가골의 효과와 자신감 끌어올리기는 접어두고 나온 팀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였던 U-20 월드컵 본선 진출 결과를 얻어내기는 했지만 사흘 뒤 열리는 카타르와의 준결승전과 내년 본선 경기들을 어느 정도의 실력으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카타르와의 준결승 잘 치를 수 있을까?

경기 시작 후 13분만에 이규혁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피스 기회에서 센터백 김현우의 헤더 슛이 왼쪽 기둥에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전반전 종료 직전에 귀중한 결승골을 뽑아냈다.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패트리어트 칸드라바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타지키스탄의 AFC U-19 챔피언십 8강전.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오세훈이 공중볼을 따내고 있다.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패트리어트 칸드라바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타지키스탄의 AFC U-19 챔피언십 8강전.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오세훈이 공중볼을 따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44분, 역습 과정에서 키다리 골잡이 오세훈의 전진 패스를 왼쪽 측면에서 받은 전세진이 침착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 마누처와 바흐닷 두 명을 따돌리고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슛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지만 코스 선택이 좋아서 타지키스탄 골키퍼 쇼루흐가 몸을 쓸 수도 없는 왼쪽 기둥 하단에 맞고 굴러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 경기력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타지키스탄으로서도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동점골을 뽑아내기 위해 과감한 공격을 펼쳐야 했다. 

이 흐름에 따라 한국의 역습 기회가 적지 않았는데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추가골을 기대하는 슛 기회조차 거의 얻어내지 못했다. 한국의 후반전 슛 기록(4개)과 후반전에 경고받은 카드 숫자(4장)가 같은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흐메드 알알리(요르단) 주심의 성향이 파울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이 경기를 통틀어 모두 11장의 노란 딱지를 꺼내들었는데 그 중 여섯 장이 우리 선수들이 받은 것이었다. 지나치게 민감하게 까드를 꺼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상대 선수들과 불필요한 몸싸움을 펼친 것은 변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조별리그 3경기 평균 1장씩만 받은 것과 타지키스탄의 이 경기 공격력을 감안하면 6장의 카드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연장전까지 뛰지 않은 것도 다행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공지되고 타지키스탄의 오른쪽 측면 공격이 매우 위협적이었다. 90+1분에 후반전 교체 선수 마흐마드자리피가 오른쪽 옆줄 바로 앞에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를 보냈을 때 한국 골문 앞 상황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 주장 완장을 찬 황태현이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날려 그 크로스를 막아냈기에 동점골을 내주지 않았다. 1골 지키기를 위한 경기 운영 방법이 너무 미숙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11월 1일 오후 6시 보고르에 있는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태국과의 8강전 연장전을 뛰면서 7-3으로 이기고 올라온 카타르를 만나게 된다. 조별리그부터 4경기를 치르면서 6골을 터뜨려 득점왕을 노리고 있는 간판 골잡이 압둘라시드 우마루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느냐 하는 숙제까지 추가됐다.

2018 AFC U-19 챔피언십 8강 결과
(29일 오후 6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인도네시아 브카시)

★ 한국 1-0 타지키스탄 [득점 : 전세진(44분,도움-오세훈)]

◎ 한국 선수들(3-4-3)
FW : 전세진(87분↔임재혁), 오세훈(61분↔엄원상), 조영욱
MF : 이규혁, 구본철(68분↔정호진), 고재현, 최준
DF : 이재익, 김현우, 황태현(주장)
GK : 이광연

◇ 주요 경기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47.3%, 타지키스탄 52.7%
유효 슛 : 한국 7개, 타지키스탄 5개
슛 : 한국 11개(박스 안 8개), 타지키스탄 8개(박스 안 4개)
가로채기 : 한국 12개, 타지키스탄 20개
오프사이드 : 한국 2개, 타지키스탄 0개
코너킥 : 한국 1개, 타지키스탄 4개
패스 : 한국 378개, 타지키스탄 404개
롱 패스 : 한국 71개, 타지키스탄 75개
패스 성공률 : 한국 74.6%, 타지키스탄 76.5%
크로스 : 한국 8개, 타지키스탄 26개
태클 : 한국 20개, 타지키스탄 15개
태클 성공률 : 한국 75%, 타지키스탄 73.3%
파울 : 한국 21개, 타지키스탄 17개
경고 : 한국 6장(20분 구본철, 29분 오세훈, 51분 이규혁, 66분 김현우, 82분 고재현, 90+5분 임재혁)
경고 : 타지키스탄 5장(45+1분 사라프존, 49분 오야툴로, 58분 판샨베, 74분 마누처, 88분 바흐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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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U-20 월드컵 전세진 정정용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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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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