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 음악극 <괴물>의 포스터.

모노 음악극 <괴물>의 포스터. ⓒ 한국문화재재단

 
'불륜설'이 불거졌을 때, 왜 항상 여성에게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질까.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나온 이야기가 10월 판소리로 찾아온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셀리 작가에게서 받은 영감을 창작극으로 탄생시킨 모노 음악극 <괴물>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괴물>은 올해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원작 소설을 쓴 메리 셀리 작가의 인생에서 모티프를 얻어 새롭게 재창조한 이야기다. 유부남과 사랑을 했던 메리 셀리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실제 메리 셀리의 삶과는 다르다.

극 중에서 메리는 태어난 지 11일 만에 엄마를 잃고 아버지 손에 자란다. 아버지는 딸에게 세상 모든 학문을 가르치고 대학까지 보내려고 하지만, 메리는 어느 날 시인 퍼시와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퍼시는 유부남이었기 때문에 메리는 주변의 안 좋은 시선과 험담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퍼시가 홀연히 사라지고 난 후 시작된다. 경찰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가 호수에 빠져 죽었다고 하고, 동네 사람들은 그가 본처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숱한 소문과 비난에 시달리던 메리는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담아 '온갖 시체를 얼기설기 끼워 맞춰 인간을 만드는 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극본을 맡은 김채린 작가는 메리 셀리의 이야기에 우리 사회 '여성혐오' 현상을 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 사회 여성혐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유부남과 결혼하고 도주했지만, 세상의 비난은 모조리 여자인 메리 혼자 짊어져야 했다. 남자는 본부인에게 돌아가면 모든 걸 속죄한 것처럼 여기고, 여자는 번듯한 남자를 꼬여낸 요물로 생각하지 않나. 사회에서 비난을 받으며 마음속에 '괴물'을 키워 온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혐오' 담은 이야기에 판소리를... 차세대 소리꾼 김율희가 부른다
 
 모노 음악극 <괴물>에서 메리 역을 맡은 소리꾼 김율희.

모노 음악극 <괴물>에서 메리 역을 맡은 소리꾼 김율희. ⓒ 김율희 제공

 
실제 메리 셀리는 작품 속 메리와는 달리 퍼시와 행복하게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괴물>은 실제 메리 셀리 작가의 삶과 별개로, 메리 셀리 작가가 어떤 사연으로 시체를 엮어 괴물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인지에 대한 상상력에서 탄생한 셈이다.

모노 음악극 <괴물>의 또 다른 특징은 서양의 모티프에 한국 음악 판소리를 더했다는 점이다. 김채린 작가는 "판소리는 기본적으로 모노극이다. 19세기 영국의 메리 셀리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공감할 만한 '사회적 혐오'에 관한 이야기다"라며 "모노 드라마보다는 우리의 판소리로 풀어내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판소리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메리 역은 전통 판소리는 물론 레게, 재즈 분야에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차세대 소리꾼 김율희가 맡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빛내 화제를 모았던 김율희는 <괴물>에서 작창까지 맡아 역량을 한껏 드러낼 예정이다. 오는 31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집에서 공연.
괴물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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