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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광명을) : "어떤 성적 취향을 가진 분들이 퀴어 축제를 즐기고 싶으면 공중장소 말고 그 분들끼리의 어떤 장소에서 자기들끼리 즐기면 된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갑) : "퀴어 축제 한 번 가보셨으면 좋겠다."
 
두 의원이 맞붙었다.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진행된 지난 27일 KBS1TV <엄경철의 심야토론>에서다.

이 의원은 일부 보수 기독교계 등에서 주장하는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와 일맥상통한 견해를 피력했다. "(동성애 반대를) 금지하는 것은 반대자의 인권을 억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동성애가 선천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동성애를 '선택의 영역'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금 의원은 이 의원의 이 같은 인식 자체가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인권 억압이라고 맞섰다. 그는 "성소수자 문제로 선천성, 후천성을 따지는 게 동성애를 교육하고 고칠 수 있다는 (그릇된) 시각이다.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고치겠다는 것이다. (성소수자는) 변할 수 없는 특질이다. 어떤 사람의 특질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19금 축제" vs. 금태섭 "반대 아닌 혐오... 직접 가봐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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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더 나아가 폐쇄된 공간에서 퀴어 축제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동성애 지지하는 분들 집회하고 시위할 수 있다. 그러나 나가서 보면 우리 아이가 볼까봐 걱정될 정도로 19금에 해당하는 음란한 장면이 많다. 모든 아이들이 볼 수 있는 백주대낮에 축제를 하면 안 된다. 자유를 인정하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지나치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는 할 수 없다"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함께 패널로 참여한 진중권 교수는 이 주장에 "동성애 축제가 출발한 것은 (이들이)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매일 단속해 참다 못해 길거리에 나온 거다. 그런데 다시 골방으로 들어가라?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김태섭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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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의원은 퀴어 축제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강조하며 이 의원의 관점을 정면 반박했다. 금 의원 "(축제에 나가보면) 실제로 행해지는 것은 반대가 아니라 혐오다. 교회 다니시는 분들에게 '인권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교회 다니는 것은 비정상적이다'라고 하는 것은 문제이지 않겠나"라면서 "(축제에서 행해지는 혐오는) 저 사람들은 비정상이고 악이며 고쳐야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환자라는 주장들이다"라고 말했다.

"인천 퀴어 축제 현장에서 반대만 나온 게 아니다. 부스를 열지 못하도록 물리력을 행사하고 폭언, 폭행 등 범죄 행위까지 일어났다. 누가 봐도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되는 그런 폭력은 저질러선 안 된다.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폭력을 일으키는 게 차별이다."

이날 토론에는 논제의 당사자인 성소수자가 출연해 직접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 시민은 "(일부 퀴어축제 보도에는) 악의적 편집이 있다. 퀴어 축제가 열리는 이유는 성소수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서다"라면서 "시민과 (성소수자 간) 거리를 조율하기 위해서인데, 그 중간 과정에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반대를 허용하자는) 말을 듣기도 버겁다. 제가 여기에 있는데, 왜 반대하시나. 제게는 차별적인 말인데 본인들은 모른다. 윤리적 평가라고 했는데, 제도적 처벌도 받는다. 지금도 연인과 같이 왔는데, (그와) 가족 설계를 못한다. 이 친구가 아플 때 파트너로서 보호자가 안 된다.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성원권을 막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언주, 5년 전에는 차별금지법안 발의 동참
 
지난 2013년 김한길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이름을 올린 이언주 의원.
 지난 2013년 김한길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이름을 올린 이언주 의원.
ⓒ 법안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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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한테 당신 동성애 찬성하냐, 반대하냐 하면 '별 신경 안써요' 이렇게 대답한다.  동성 간 성행위를 좋아서 한다? 본인들이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보고 주변에서 누가 한다고 하면 어떠냐 물으면 답을 못한다.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 제 솔직한 심정이다."

이 의원은 그럼에도 성소수자 문제는 "우리 문화와 맞지 않다"라고 맞섰다. 그는 "기독교에 한정된 의견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다. 현존하는 문화 정서가 그렇다"라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처 주는 발언을 하지 않았나 반성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이 부분은 도덕의 영역으로 남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더 나아가 "(이런 발언을) 법적으로 금지해 처벌하는 것은 반대자에 대한 또 다른 인권 탄압이 되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이런 위험한 법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동성애 인권은 존중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상당히 위험하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제기한 주장과 달리, 5년 전인 2013년 2월 12일 김한길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 법안은 당시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발에 부딪혀 같은 해 4월 24일 철회됐다(관련 기사 : "'차별금지법' 법안 철회 자체가 초유의 사태").

이 법안은 제안 이유에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을 언급하며 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 예방할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사회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인간 존엄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한다"고 적시했다. 이 법안이 말한 성적지향의 정의는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개인의 성적인 취향"이었다.
 
이언주 측 "법안에 문제 있어 의원들 요구로 철회"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언주 의원이 '5년 전에는 차별금지법 발의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당시 법에 문제가 있어 철회요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당시 철회 요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김한길 당시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이언주 의원을 비롯한 51인이 공동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철회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일부 보수 기독교계가 반대해서 철회된 것이 아니라, 의원들이 요구해서 철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한길 대표가 (당시) 내용 설명을 제대로 안 해 상당수 의원들이 절반 정도는 그냥 (공동발의 도장을) 찍어 간 것이다"라면서 "뒤에 의원들 상당수가 법에 문제가 있다면서 철회 요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검색 결과, 당시 법안 철회 요구 의원 35명 명단에 이 의원의 이름은 없었다.

태그:#이언주, #금태섭, #성소수자, #퀴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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