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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교육부가 후원하고 서울시 교육청과 한국교육사회학회에서 주최한 민주시민교육 학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유은혜 교육부장관
▲ 2018년 10월 27일 열린 민주시민교육 학술대회에서 축사하는 유은혜 교육부장관 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교육부가 후원하고 서울시 교육청과 한국교육사회학회에서 주최한 민주시민교육 학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유은혜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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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부 탄생 이후 민주시민교육이 다시 교육계 화제가 되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민주시민교육이 학계 일부에서 논의된 적이 있었다. 민주시민교육법을 제정하고 민주시민교육원을 설립하여 민주시민을 제도적으로 양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논의만 무성했을 뿐 시민사회나 제도권 학교교육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더구나 이명박근혜 정권 시기 민주세력은 혹독한 탄압을 받았고 민주주의는 압살되었다.

500년 조선 왕조 사회에서 이 땅의 백성들은 통치의 대상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이어서 일제로부터 황국신민을 또다시 강요받았다. 해방 이후 이승만 12년 독재 기간 시민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일제가 아닌 이승만으로 존재만 바뀌었을 뿐, 충량한 신민을 양성하기 위해 '우리의 맹세'를 외며 '이승만=국부' 추앙을 강요받았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부 통치 30년 동안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 쳐 박힌 채 암울한 시대를 살아야 했다. 그 긴긴 시간 동안 불의한 권력이 주입한 노예도덕을 도덕인 양 알고 살아왔다. 불의가 횡행하던 시절! 분노해야 할 상황에서 침묵이 존재했음은 순치된 교육이 낳은 노예도덕의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80년 광주민중항쟁은 공동선을 향한 공적 분노를 표출한 사건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아 죽음으로써 항거한 사건은 노예도덕을 일거에 거부한 혁명적 사건이다. 그리고 87년 6월 항쟁은 절대 다수 시민이 신민으로 살기를 거부한 사건이다.

시민들이 노예도덕을 거부하고 스스로 주인임을 선포한 또 하나의 혁명적 사건이다. 전두환이 직선제를 수용하고 백담사로 쫓겨 간 것은 항쟁의 결과이다. 90년대 중후반 형식적 민주주의가 싹트고 시민사회가 형성되었다. 그리하여 시민운동이 사회운동의 중심으로 자리 이동을 했다.

그렇게 시민의 힘은 성장했고 그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명박근혜 정권을 붕괴시켰다. 2016년 가을에서 2017년 봄까지 지속된 촛불시민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1700백만 촛불시민의 외침은 이 땅에 민주시민의 등장을 선포하는 역사적 대사건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사회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학교사회는 더더욱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민주정부를 다시 세웠음에도 우리의 부박한 현실은 민주주의를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권력 상층만 교체되었을 뿐 한국사회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학교현장으로 내려오면 민주주의는 저만큼 떨어져 있다. 촛불정부의 실패는 민주주의의 실패로 귀착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촛불의 힘으로 세운 촛불 정부 기간 이 땅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것은 시대의 소명이다. 사회 각 부문과 영역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민주주의 의식이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시민교육이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사회에 독재의 망령은 발을 디딜 수 없다.

민주시민 교육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정치, 경제, 환경, 인권, 교육, 평화 NGO를 중심으로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어 민주시민교육을 수행하는 것이다. 바로 사회교육 차원에서 시민단체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정부가 주체가 되기보다 정부의 후원과 협력을 바탕으로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어 나서야 한다. 우선 입법기관인 국회를 통해 민주시민교육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민주시민교육원을 설립하여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교양을 갖춘 민주시민을 양성한다.
 
민주시민교육 대담에서 교사 패널로 김육훈 선생님(독산고 역사교사), 고효선 교장 선생님(서울 북서울중학교), 김선희 선생님(성남 판교고 음악교사)이 참석하였고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이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조희연 서울교육감(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 민주시민교육 현황에 대한 패널 토론장면 민주시민교육 대담에서 교사 패널로 김육훈 선생님(독산고 역사교사), 고효선 교장 선생님(서울 북서울중학교), 김선희 선생님(성남 판교고 음악교사)이 참석하였고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이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조희연 서울교육감(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 하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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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역시 민주주의를 체득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혁신해야 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힘은 정치와 교육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는 사회변혁을 감당하는 공적인 힘이자 핵심기구이다. 분노해야 할 상황에서 침묵하는 절대 다수의 신민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분노해야 할 상황에서 마땅히 분노할 수 있는 주체적 시민성(citizenship)을 함양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게 학교 본연의 역할이다. 공동체의 공동선을 지키기 위해 공적 분노를 형성하고 표출할 수 있는 시민을 기르는 게 학교의 책무이다.

그러한 책무를 훌륭히 수행한 사례가 전라북도 교육청에서 있었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 헌법재판소 판결 장면을 전라북도 도내 초중고 일선 학교에 시청을 권고한 것이 그러하다. 그리하여 전북도내 초중고 98%가 탄핵 심판 장면을 시청했다. 공적 분노가 심판의 결실을 맺는 과정을 전 국민이 지켜보듯이 미래의 시민인 아이들도 지켜본 것이다.

이는 정치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것은 논쟁적인 그대로 학교현장에 옮겨온 좋은 사례이다. 이념을 배제한 채 중립적인 원칙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아이들이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이른바 전후 독일 학교교육에서 적용한 보이텔스바흐 협약의 정신을 한국사회에 적용한 사례이다.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전후 독일 내 좌우 이념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민주시민교육학자들이 1976년 남부독일 보이텔스바흐에 모여 체결한 협약이다.

정치사회적으로 갈등과 논쟁적인 주제는 갈등과 논쟁적인 그대로 학교 수업장면에 제시하는 것이다. 다만 교사의 일방적 주입이나 교화를 배제한 채 중립을 지키는 것이다. 아이들은 사회갈등과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토론 수업을 통해 자기 스스로 논리적인 사고를 키워간다.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은 무엇보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기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한다. 격화된 경쟁교육 속에서 상처를 딛고 상처를 치유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 스스로 온전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미래를 스스로 그려나가는 삶의 근육을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아이들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아이들의 주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교육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해야 한다. 즉 다시 말해 학교와 교사가 먼저 변해야 한다.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위해 학교의 고민! 교사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아이들 스스로 주체성의 발현과정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자 민주 시민성(citizenship)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프랑스의 사회과 토론 수업은 참고할 만하다. 아이들이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로 나뉘어 협상과정을 체험하는 수업이다. 노사협상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은 살아 있는 민주시민 교육 바로 그 자체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토론수업은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그 역사가 짧다. 그렇지만 토론 수업 방식은 상당히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떤가? 정치사회적으로 논쟁적이고 갈등적인 주제를 학교 수업장면으로 끌어오거나 불러올 수 있을까? 아마도 교사 스스로 자기검열을 통해 주저할 것이다. 설혹 교사가 용기를 내어 시도했을 때 학교당국의 제재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반면에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사건이 있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 교과서에서 아이들로 하여금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보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놀라운 진전이자 발전이다. 내년에는 아니 몇 년 후에는 우리나라 학생들도 프랑스처럼 노사협상과정을 직접 학교에서 배우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상처받은 자존감을 치유하고 스스로 주체적인 인간으로 우뚝 서게 만드는 교육이 바로 민주시민교육이다. 그러한 자존감 회복과 주체성 정립 교육을 바탕으로 이웃, 바로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공감하도록 하는 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의 완성일 것이다. 왜냐하면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통해 불의에 대해 분노할 줄 알고 이웃에 대한 관심에서 배려와 희생 등 공동체의 미덕을 체득할 것이기에 그러하다.

따라서 21세기 학교교육은 모든 교과에서 민주 시민성(citizenship)을 체득하고 학교 자체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수직적인 낡은 문화와 권위주의 행태를 과감히 걷어내고 학교현장에 민주주의를 새롭게 수를 놓아 보자!

태그:#민주시민교육, #촛불시민혁명, #주체성, #보이텔스바흐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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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의 안위를 뒤로한 채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항일투사들이 이념의 굴레에 갇혀 망각되거나 왜곡돼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아 근현대 인물연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복원해 내고 이를 공유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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