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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막바지다. 때를 놓칠 새라 지역 축제는 연일 계속된다. 올해만 가을 지역 축제를 다녀 온 곳이 서너 곳이나 된다. 전남 장흥에서부터 경기도 파주까지. 고향 함양에서도 지인이 연락이 왔었다.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를 함양 상림 숲에서 한다면서 오라고.

장흥 같은 곳은 내가 속한 단체에서 부스를 하나 운영하게 되면서 요가 명상을 지도하러 갔었고 장수, 파주, 서울은 그냥 구경꾼으로 갔었다. 구경꾼이면서도 지역의 예술과 문화를 살펴보러 간 것이다. 토속 음식도 맛보고.

사실 이런 축제를 하나 기획하고 준비하려면 반 년 이상 매달려야 가능할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물론이고 지역의 책임 있는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 없이, 돈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뼈 빠지게 고생했는데 어디선가 섭섭한 소리가 들리면 다시는 축제일을 맡지 않겠다고 기분이 상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함양 축제에는 일정이 겹쳐 가지 못했는데 얼마 전에 우연히 식사를 같이 하게 된 함양의 유력인사가 함양산삼축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 아쉬웠다고 했다. 인구가 적은 다른 지자체를 언급하면서 그 보다도 적게 왔다고 아쉬워했다. 잔칫집에 손님이 많이 오면 좋은 일이다. 지역 토산품 매출도 늘고 향토사회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니 어찌 아니 좋을쏜가.

내가 본 지역축제 소감은 사뭇 다르다. 사람이 많이 오고 매출이 높은 것이 과연 좋은가? 하는 점이다.

천편일률 지역축제... '고유성'이 없다

우선 지역마다 천편일률적이다. 물론 내 건 표제야 다르다. 함양처럼 산삼도 있고 남해처럼 맥주도 있고 장흥처럼 통합의학도 있다. 내가 천편일률적이라고 하는 것은 유흥성 오락과 먹자판이 똑 같으며 주민들이 주체가 되기보다 기관장이나 출연진이 중심이고 주민은 구경꾼이다. 문화의 생산자이자 향유자여여 할 민이 구경꾼이라니. 물고기나 동물을 오락물로 취급하면서 동물학대에 해당되는 일도 다반사다. 아이들에게 매우 나쁜 생명경시 문제가 학습될 소지도 있어 보인다.

새 시대의 화두인 환경과 생명, 성평등의 흔적은 요원하다. 그리고 쓰레기다. 엊그제 서울서 벌어진 거리 음식 축제가 끝나고 나서 어느 방송에서는 '쓰레기 폭탄'을 맞았다고 밀착카메라를 통한 고발이 있을 정도였다. 반쯤 먹다버린 음식과 일회용 용기들. 비닐봉지가 사방에 날리고 그냥 두고 간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으로 된 돗자리와 자리방석.

재활용이 되는 용기들이 상당하지만 이물질이 가득 묻어있다 보니 그걸 다 씻을 수도 없고 그냥 일반쓰레기로 폐기된다.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일회용 종이컵과 비닐봉지는 어느 축제장에서나 공짜로 무제한 나눠준다. 좀 더 고상해 질 수 없을까? 모두의 존재감을 구현하면서도 깊이 있는 일체감을 갖는 민 중심의 축제 말이다.

만약에 말이다. 함양군 축제가 '일회용 없는 축제'를 내 걸고 한다면 어떨까? 천 장바구니와 통 컵, 손수건을 사은품으로 나눠주고 축제가 끝나고 나서도 환경미화원이 할 일이 없어 직장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함양군의 지역민과 지역산물의 신인도는 급상승하진 않을까?

생태근본주의자의 꿈같은 얘기로 치부하진 말라. 대한민국은 불명예스러운 세계 1등이 참 많다. 교통사고, 자살률, 산재도 1위이고 여성의 지위는 거꾸로 1위. 중요한 1위가 더 있다. 비닐봉지를 1인 당 1년에 420개나 쓴다. 4장 쓰는 핀란드의 105배다. 플라스틱은 1인당 132.7t으로 미국(93.8t), 일본(65.8t)보다 훨씬 많다.

값 싸고, 가볍고, 때깔 좋고, 내구성 좋다고 마구 쓰고 버리다보니 세상천지가 비닐이고 플라스틱이고 미세먼지다. 뉴질랜드 정부는 내년부터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법으로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올 연말부터 마트와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 쇼핑백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의 대 역습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 본 다른 나라 축제 몇 곳이 떠오른다. 일본의 나가노지방, 필리핀의 바기오, 독일의 제그 공동체 축제, 그리고 뉴질랜드와 대만. 지역색이 명료했고 고유의 흥이 있었다. 다인종 국가여서 지역 문화가 확연히 차이가 나고 식문화도 다른 게 단일민족(?) 대한민국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새로운 문명전환에 대한 인식문제라고 본다. 일회용품을 안 쓰는 행사, 쓰레기를 안 만드는 축제. 그런 축제 표어를 내 건 날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축제,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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