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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하루 앞둔 9월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가 붙어 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3조4천억원 증가했고 이는 지난해 7월(4조8천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로써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91조1천억원으로 불어났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하루 앞둔 9월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가 붙어 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3조4천억원 증가했고 이는 지난해 7월(4조8천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로써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91조1천억원으로 불어났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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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둘러싸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부동산 투기를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전국 곳곳의 아파트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10월 23일 PD수첩의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 강사가 정부의 규제가 닿지 않는 집값이 오를만한 지역을 찍어주면 수강생들은 돈을 들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실제 광주 봉선동은 지난 1년 사이에 집값이 50~100% 이상 올랐고 6개월 사이에 8억 9천만 원에서 14억 원으로 오른 아파트도 있다고 한다. 대전 둔산동, 경기도 부천 등 스타강사들이 언급한 지역은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음에도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다단계 사기와 부동산 투기의 닮은 점

스타 강사들은 자신은 부동산 흐름을 분석해서 오를만한 지역을 알려주는 것이지 자기의 말로 인해 가격이 오른 것은 아니라고 부인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자기실현적 예언의 성격이 있어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고 행동을 취하면 가격은 오른다.

주택은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컴퓨터, 자동차 등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일반상품과는 다르다. 토지의 공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빠르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 갑자기 수요가 늘어 가격이 급등해도 주택을 빠르게 공급해 가격을 낮추기가 어려운 부동산 시장은 투기에 노출되기 쉬운 태생적 특징이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지대추구형 부동산 투자, 즉 부동산 투기는 다단계 사업과 비슷하다. 지대추구형 부동산 투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싶으면 너도 나도 뛰어들어 한창 거품이 발생하다 추격매수가 없으면 순식간에 가격이 고꾸라진다. 신규투자자가 없으면 금세 사업이 망하는 피라미드형 다단계 사기와 유사하다.

다단계 사기보다 부동산 투기가 더 악성인 이유는 투기에 참가하지 않고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며 생활하던 세입자들은 갑작스레 폭등한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되기 때문이다. 다단계 사기는 다단계에 참여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반면 삶에 필수적인 재화인 부동산으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부동산 투기는 투기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서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아파트가격 폭등을 부동산 전문강사와 수강생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더 큰 책임은 시장의 룰을 만드는 정부에 있다. 사회의 발전에 아무런 기여는 하지 않으면서 공동의 부에서 자신의 몫을 극대화하려는 '지대추구'가 합법인 사회에서 남들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지대추구를 하는 사람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 약삭빠르게 지대추구를 하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지탄하기보다는 지대추구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가 할 일은 시장의 규칙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대추구 금지라는 규칙은 제대로 만들지 않은 채 시장참여자들의 지대추구가 극심한 지역에 대해 '여기는 안 돼, 저기는 안 돼'하며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등으로 묶는 사후대처방식으로는 시장참여자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1100조 원 이상의 유동자금이 존재하고 수천만 원으로도 갭투자가 가능한 지역이 있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만으로는 여유자금 소유자들의 지대추구 욕망을 막을 수 없다. 부동산 스타 강사들은 여유자금을 가진 시장참여자들을 정부의 규제를 피해 투자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의 뒤꽁무니를 쫓는 방식의 규제로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보유세를 강화하여 지대추구의 근원인 토지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지 않은 채 어떤 정책을 사용한다 해도 시장참여자들은 교묘히 정부의 규제를 피해 전국 곳곳을 거대한 도박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거대한 도박장'을 막을 시간, 많지 않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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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의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스타강사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20~30대라고 한다. 시중의 서점에는 지대추구 요령을 알려주는 부동산 투자 혹은 투기 관련 책들이 넘쳐난다. 점점 더 많은 20~30대 흙수저 청년들이 부동산에 눈을 뜨고 있다. 청년들은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우리 시대 유일한 자수성가의 길을 부동산 투기로 보고 있다. 초등학생의 꿈이 건물주인 사회, 청년들이 지대추구로 몰리는 사회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점점 더 많은 20~30대 청년들이 지대추구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막차를 타서 상투를 잡고 하우스푸어가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한 번에 수천, 수억을 버는 부동산 투기에 맛을 들이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인 일상의 노동으로 2백~3백만 원을 버는 근로소득자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한번 강원랜드에 발을 들인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부동산 투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적은 돈으로도 부동산 투기를 가능하게 만들어 전국을 이동식 도박장으로 만든 일차적인 책임은 부동산으로 경기부양을 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키고,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금리까지 낮춘 '이명박근혜' 정부에 있지만 보유세를 강화하여 이동식 도박장의 확산 흐름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PD수첩> 보도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 소유자의 실거주 비율은 34%다. 이 사실은 강남의 아파트가 실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아니라 투기상품, 도박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이 강남, 서울을 넘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땀의 가치를 경시하고 올라가는 땅의 가격만을 좇으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땀 흘려 일한 사람이 대우를 받는 사회의 초석은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만든 땅의 가치는 모두가 향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보유세를 강화하여 땀의 가치는 땀 흘린 이에게, 땅의 가치는 모두에게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과 청년들이 두려움 없이 진취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태그:#보유세 , #종부세, #부동산 투기, #부동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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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불로소득 없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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