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한 LA 다저스가 30년 만에 월드 챔피언에 도전한다. 그러나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내세운 LA 다저스는 월드 시리즈 1차전에 패하면서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24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시작된 월드 시리즈는 메이저리그 30팀 중 승률 1위를 차지한 보스턴 레드삭스와 내셔널리그 승률 3위를 기록했던 다저스의 매치로 막을 올렸다. 기선을 잡아야 하는 1차전인 만큼 레드삭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에이스 크리스 세일을, 다저스는 7차전 마무리투수로 등판했던 커쇼를 마운드에 올렸다.

세일과 커쇼의 명함만으로 봤을 때 강렬한 투수전이 될 가능성이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못했다. 세일은 4이닝 3실점, 커쇼는 4이닝 5실점으로 둘 다 퀄리티 스타트는 커녕 5회도 끝내지 못하고 조기에 교체됐다.

에이스 세일과 커쇼, 둘 다 고전했던 1차전
 
'커쇼 11K' 다저스, 휴스턴에 3-1 승리  지난 2017년 10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1차전에서 다저스의 선발투수 클레이턴 커쇼가 1회 초 투구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커쇼는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호투했으며, 볼넷 없이 삼진을 11개나 잡아내며 다저스의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다저스는 6회 말 저스틴 터너가 터뜨린 결승포로 휴스턴을 3-1로 제압해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 '커쇼 11K' 다저스, 휴스턴에 3-1 승리 지난 2017년 10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1차전에서 다저스의 선발투수 클레이턴 커쇼가 1회 초 투구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커쇼는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호투했으며, 볼넷 없이 삼진을 11개나 잡아내며 다저스의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다저스는 6회 말 저스틴 터너가 터뜨린 결승포로 휴스턴을 3-1로 제압해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 EPA/연합뉴스

 
세일은 올 시즌 후반기 부상에 시달렸고,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등판 후 복통으로 인해 예정되었던 5차전 선발을 데이비드 프라이스에게 넘겨야 했다. 프라이스가 포스트 시즌 첫 선발승을 거두는 인생 투구를 펼친 덕분에 세일은 월드 시리즈까지 넉넉한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1회초 2사 후 데이비드 프리즈에게 안타를 허용한 세일은 7월까지만 해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있었던 매니 마차도를 만났다.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있었던 선수였기 때문에 나름 익숙했던 상대였지만 첫 타석에서는 세일이 판정승을 거뒀다.

커쇼는 1회말 첫 수비부터 깔끔하지 못했다. 첫 타자인 무키 베츠에게 안타를 맞는 것을 시작으로 도루까지 허용했고, 앤드류 베닌텐디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실점한 것이다(0-1). 야시엘 푸이그가 무리하게 홈 송구를 시도한 탓에 텐디가 득점권에 진루했고, 제이디 마르티네스의 적시타까지 터졌다(0-2).

다저스는 2회초 지명타자로 출전했던 맷 켐프가 세일의 빠른 공을 잡아당겨 그린 몬스터를 넘기는 대형 홈런으로 추격했다(1-2). 커쇼가 2회말 1사 1,3루 실점 위기에서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를 병살로 실점 없이 막아내자, 다저스는 3회초 저스틴 터너와 프리즈 그리고 마차도의 연속 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2-2).

3회말 베닌텐디에게 안타를 맞은 커쇼는 다음 타자인 스티브 피어스에게 병살을 유도했지만 비디오 판독으로 선행 주자만 아웃됐다. 그리고 제이디 마르티네스가 또 적시타를 터뜨리며 커쇼를 괴롭혔다(2-3).

세일과 커쇼는 4회가 되어서야 3자범퇴 이닝을 만들 정도로 팬들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경기를 펼쳤다. 세일은 5회초 선두 타자 터너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맷 반스와 교체되며 투구를 마쳤다. 반스가 승계주자 실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3-3). 세일의 최종 투구 기록은 4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3실점이 됐다(91구).

커쇼는 또 동점을 지키지 못했다. 베츠에게 볼넷, 베닌텐디에게 안타를 맞은 커쇼는 역시 세일처럼 주자를 남겨놓은 채 라이언 매드슨과 교체됐다. 매드슨이 폭투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맞이한 뒤 잰더 보가츠의 땅볼과 라파엘 데버스의 적시타로 주자 2명이 들어오는 바람에 커쇼는 4이닝 7피안타 3볼넷 5탈삼진 5실점(79구) 패전을 떠안게 됐다(3-5).

다저스는 7회초 마차도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추격했다(4-5). 그러나 7회말 알렉스 우드가 2사 1, 2루 상황에서 에두아르도 누녜스에게 던졌던 커브가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되는 바람에 사실상 백기를 들어야 했다(4-8). 왼손 투수의 역할 비중이 큰 다저스지만, 커쇼와 우드 두 왼손 투수만 도합 8실점하는 바람에 1차전을 내주게 됐다.

가을에 들쭉날쭉한 커쇼, 그의 본모습은 언제 쯤?

이 날 패전으로 커쇼의 포스트 시즌 통산 성적은 29경기(23선발) 9승 9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4.28이 됐다. 올 시즌 포스트 시즌 성적은 5경기(4선발) 2승 2패 ERA 3.91이다.

그의 커리어 정규 시즌 평균 자책점 2.39와 비교하면 커쇼는 여전히 가을만 되면 고개를 숙이는 남자가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커쇼의 포스트 시즌 경기를 뜯어보면 마냥 부진한 경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올해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는 처음으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완투는 아직 없음).

커쇼의 포스트 시즌 기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기에서는 그래도 선발투수로서 버텨야 할 만큼은 버틴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무자책 경기도 꽤 있었다. 문제는 포스트 시즌마다 충격적인 패전이 1경기 정도는 있다는 사실이었다.

2013년 포스트 시즌에서 커쇼는 처음 3경기 등판에서 19이닝 1자책으로 호투했음에도 불구하고 득점 지원 부족으로 인해 1승 1패에 그치고 있었다. 지면 짐을 싸야 하는 일리미네이션 게임에서 4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고 말았다.

2014년은 더 충격적이었다. 2경기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디비전 시리즈 1차전 7회의 아웃 카운트 2개를 잡는 순간에만 6실점한 것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고 말았다. 2015년에는 그나마 2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 이상을 기록하며 충격적인 기억을 남기지 않았다.

2016년에도 커쇼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5이닝 3실점(승리), 6.2이닝 5실점, 0.2이닝 무실점(세이브), 7이닝 무실점(승리), 5이닝 4자책(패전, 일리미네이션 게임)으로 5경기 중 3경기에서 커쇼답지 않았다. 2017년에는 디비전 시리즈 첫 경기(6.1이닝 4실점 승리)와 월드 시리즈 5차전(4.2이닝 6실점) 2경기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잘 던지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커쇼는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는 3이닝 4자책 패전을 당했는데, 이는 커쇼의 포스트 시즌 선발 등판 역대 최소 이닝이었다. 이후 5차전에서 호투하고 7차전 마무리로 등판했던 커쇼는 이번에 또 4이닝 5실점 패전을 당하면서 롤러 코스터를 타고 있다.

무거워진 류현진의 어깨, 이번에도 원정 2경기
 
류현진, MLB 포스트시즌 '1선발' 투구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출격, 선발 투구하고 있다.

▲ 류현진, MLB 포스트시즌 '1선발' 투구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출격, 선발 투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챔피언십 시리즈 2경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류현진은 월드 시리즈에서도 2차전과 6차전 선발 등판을 맡게 됐다. 이번에도 다저스가 홈 어드밴티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류현진은 2차전과 6차전 모두 펜웨이 파크에서 등판해야 한다. 그나마 구원 등판까지 했던 다른 선발투수들과는 다르게 5일 휴식이라는 등판 간격을 유지한다는 것이 다행 요소다.

류현진은 2013년 8월 레드삭스와 인터리그 1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등판했다가 5이닝 4실점 패전투수가 된 적이 있었으며, 다저스가 다시 레드삭스를 만난 2016년에는 어깨 부상 이후 재활을 치르느라 등판 기록이 없었다.

커쇼도 정규 시즌에서 레드삭스를 만난 적이 없었고, 이번 월드 시리즈에서 처음 만난 것이었다. 류현진도 펜웨이 파크 등판은 이번이 처음으로 쉽지 않은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류현진의 맞상대는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던 프라이스다. 프라이스는 포스트 시즌 선발승이 1승에 그쳤을 정도로 가을만 되면 커쇼보다 더 크게 부진했던 투수였다. 그러나 가장 마지막 등판이었던 ALCS 5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승리로 포스트 시즌 첫 선발승을 거둔 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어 류현진과 프라이스 둘 중 누가 우세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펜웨이 파크 원정에서 최소 1승 1패를 만드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1패로 몰린 상황에서 팀을 구해야 하는 류현진은 막중한 사명을 띠고 한국인 최초 월드 시리즈 선발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1차전 직전까지 내렸던 비로 인해 날씨도 더 추워질 예정이라 선수들에게는 쉽지 않을 경기가 될 전망이다.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을 극복하고 류현진이 한국인 최초의 월드 시리즈 선발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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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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