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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7일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연석회의'를 출범시키면서 민생5대의제를 발표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민생5대의제로 꼽힌 산업군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지면에 싣습니다.[편집자말]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 노동을 하면서도 건설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채 일해왔다.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 노동을 하면서도 건설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채 일해왔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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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월 21일 아침 출근길. 노동자들과 등교하는 학생들을 가득 태운 버스가 성수대교를 지나갈 즈음, 성수대교는 재앙영화처럼 붕괴했다. 이 사고로 수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듬해인 1995년 6월 29일. 초여름이 시작되는 더운 날씨에 쇼핑을 즐기던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한 삼풍백화점은 거짓말처럼 붕괴됐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두 사건은 부실 건설공사의 대명사가 됐고, 이를 계기로 건설산업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졌다. 더불어 그동안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건설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났고, 노동환경 개선을 이루는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이로써 탄생한 법이 1996년 제정된 '건설근로자의고용개선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이다. 이 법은 건설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 복리후생을 담고 있으며, 여기에 건설노동자의 퇴직금인 '퇴직공제부금'이 명시돼 있다.

대한민국 노동자는 누구나 1년 이상 일을 하면 '퇴직금'을 받는다. 그리고 이 퇴직금은 딱히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해주는 소중한 돈으로,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하루 4800원 퇴직금 적립
 
 건설노동자들이 수십 년을 일해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왜냐면...
 건설노동자들이 수십 년을 일해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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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퇴직금이 노동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노동자 중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이 수십 년을 일해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현행법이 1년 이상 동일한 사업장에서 일한 노동자에게만 퇴직금 지급을 규정하고 있는데,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는 짧게는 1개월에서 길어봐야 반 년 동안만이 같은 건설사에 채용돼 일하기 때문이다.

더 심하게는 매일 매일을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도 수십만 명에 육박한다. 법이 이러한 지경이니, 건설노동자가 수십 년을 건설업에 종사하며 건설현장을 일터로 삼아 일해도 현행법이 규정하는 퇴직금은 지급받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수십 년을 열심히 일한 건설노동자에게도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퇴직금 받을 권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1996년 건설근로자법이 제정되면서 건설노동자도 퇴직금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퇴직공제부금 제도'가 신설됐다. 그러면서 1998년부터 퇴직공제부금으로 하루 2000원씩 적립하도록 했다. 제도 신설로부터 20년이 흐른 현재 2018년부터는 하루 4800원을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여름 같은 폭염과 장마철, 한겨울의 폭설과 한파로 건설공사가 중지되면 건설노동자도 일을 하지 못하는 날들이 점점 늘어간다. 건설노동자는 한 달 평균 16일을 일하면 그나마 '본전은 했다'는 안도감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실정이니, 하루 4800원인 퇴직공제부금을 적용받아도 건설노동자의 1년 치 퇴직금은 92만1600원밖에 되지 않는다. 2018년 최저임금 시급 7530원, 월 157만3770원의 1/2을 겨우 넘을 뿐이다.

현재 퇴직공제부금이 건설노동자의 노후보장을 위한 제도의 목적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올해 발주되는 공사부터 적용되는 퇴직공제부금 4800원 마저도 10년 만에 겨우 800원 인상된 것이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노후를 위한 대책인 퇴직공제부금의 인상 및 건설노동자 누구나 적용받을 수 있도록 건설공사현장의 전면 적용을 주장해 왔다. 또한, 건설현장이 국민들에게 부정과 부패의 온상으로 낙인 찍히고, 불법이 난무해 어느 누구도 취업하려 들지 않는 최악의 산업이기에 혁신이 필요함을 요구해 왔다.

민주당 민생5대의제에 포함된 건설노동자, 하지만
 
손에 손 잡은 '민생연석회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네번째)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에서 불공정 카드수수료 개선·건설노동자노후보장·하도급납품대금조정·주택임대차보호강화·편의점주최저수익보장 등의 5대 과제 추진 방향을 발표한 뒤 참석자들과 손잡고 있다.
▲ 손에 손 잡은 "민생연석회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네번째)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에서 불공정 카드수수료 개선·건설노동자노후보장·하도급납품대금조정·주택임대차보호강화·편의점주최저수익보장 등의 5대 과제 추진 방향을 발표한 뒤 참석자들과 손잡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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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연석회의'를 발족하며 민생 5대 의제를 제시했다. 지난 8월 25일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해찬 당 대표 후보와 남인순 최고위원 후보의 약속을 바탕으로 발대식을 거행한다고 했다. 

민생연석회의는 외부와 거버넌스를 구축,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운영하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가치를 당 전체로 확대하고, 산적한 민생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며, 민생제일주의 정당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 5가지 의제 중 하나가 '건설노동자 노후보장, 건설현장 투명성 강화'이며, 그 실현 방안으로 지난 19대 국회부터 발의된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내세웠다. 이 건설근로자법은 ▲ 건설노동자(건설기계노동자) 노후보장을 위한 퇴직공제부금 확대 적용 및 인상 ▲ 건설현장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전자카드제 도입 ▲ 건설노동자 기능인등급제 ▲ 체불근절을 위한 임금구분지급확인제도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여기에 '건설기계노동자에게도 퇴직공제부금 적용 확대'라는 내용도 들어 있는데, 건설기계노동자들은 건설노동자들과 함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건설일용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점 이외에는 차이가 없다. 고용의 불안정성과 각종 사회보장 제도 및 노동자 보호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은 동일하다.

계류, 또 계류... 이제 그만 좀 하자

그럼 건설노동자의 미래는 밝아질까. 단언하기 이르다. 

건설노동자의 노후보장과 투명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한 건설근로자법 개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발의됐고, 여·야·정부 간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정쟁으로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또,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 됐지만 매 회기 때마다 정쟁으로, 당리당략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은 국회의원들과 정당들의 많은 의지와 약속을 받아왔다. 그때마다 믿음을 갖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봐왔다. 어느새 계절도 여러 번 바뀌고 강산도 변할 정도의 세월이었다. 그러나, 건설노동자의 노후를 위한 법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또 계류다.

이제는, 건설노동자의 최소한의 노후가 보장되도록 하는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위해 정당을 넘어서 국회의원들이 한 마음으로 노력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본관 전경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본관 전경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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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주현씨는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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