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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음주운전 사고 등으로 사회 문제로 번질 때마다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했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의 '공인(公人)'이라는 용어는 그릇되게 잘못 사용되고 있는 용례에 속한다.

단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여 '공인(公人)'이라는 '공적(公的)'인 칭호를 붙일 수는 없다. 그들은 많이 알려진 유명한 사람, 즉 유명인사(celebrity)인 것이지 결코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아니다. 사실 그대로 '연예인 〇〇〇' 혹은 '유명인사'라는 호칭이 타당하다.

본래 '공(公)'이라는 한자는 '팔(八)'과 '사(厶)'가 합쳐진 글자로서 '팔(八)'은 "서로 등을 돌리다, 서로 배치되다"라는 뜻이고, '사(厶)'는 '사(私)'의 본자(本字)이다. 그런데 스스로 경영하는 것을 사(厶)라 하고, 사(厶)와 배치되는 것을 공(公)이라 한다.

그리하여 '공(公)은 "사(私)와 서로 등을 돌리다 혹은 배치되다", "공정무사(公正無私)하다"는 뜻이다. 한편 '사(私)'란 '화(禾)'와 '사(厶)'가 합쳐진 글자로서 '벼(禾)'나 '농작물(農作物)'을 의미하였는데, 즉, 개인의 수확물이나 소유물을 의미하였다.

'공(公)'의 배후에 '사(私)'가 은폐되어 있다

독일어에서 'öffentlich(공공)'라는 용어는 '열린'이라는 뜻의 'offen'으로부터 비롯되어 모든 것이 은폐된 것이 아니라 "모두의 눈으로 보아 명확하게 보이는 것처럼 열려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하여 공공(公共)의 것은 결코 권력자에게 귀속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어느 누구에게도 열려있다는 개념이기도 했다.

결국 'öffentlich'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로부터 비롯하여 '공개된, 투명한'이라는 뉘앙스를 띠게 되었으며, 이로부터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상의 정보를 국민들에게 은폐할 수 없다는 의미까지 지니게 되었다. 반면 'öffentlich'의 반대어는 'privat'로서 원래 "모두의 눈으로 보아 흠결이 있다"는 뜻으로서 이로부터 "닫혀있다"는 의미를 거쳐 '사적인'의 의미로 확대되었다.

또 '공(公)'의 의미로 사용되는 영어 단어 'public'은 고대 라틴어로부터 기원했는데 본래 'people'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모두가 '공(公)'을 내세우지만 그 배후에는 너무나 자주 '사(私)'의 그림자가 은폐되어 있다. 그러나 '공(公)'이란 말이 아무렇게나 이용할 그런 용어여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공(公)'이나 '공공(公共)'이란 말을 함부로 그리고 우습게 간주하기 때문에 가장 정의로워야 할 대법원에서 가장 정의롭지 못한 행태가 벌어지는 것이고, 가장 공정해야 할 공정위에서 가장 공정하지 못한 전관예우가 발생하며,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유치원에서 가장 비교육적인 모습이 빈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사회지도층'이면 국민은 '피지도층'인가?

예전보다는 뜸해졌지만, 아직도 정치인이나 대기업 회장 등을 가리켜 '사회지도층'이라고 칭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사회지도층'이란 용어는 대단히 부적절한 언어 사용 용례이다.

만약 이들을 '사회지도층'이라고 지칭한다면, 그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은 그들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사회 피지도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확하고 올바르게 사용된 용례도 아니고, 시대에 부합되지 않는 봉건적인 용어이며 나아가 신분차별의 용어이다.

더구나 지금 우리가 분명히 목도하는 것처럼, 적지 않은 대기업 회장이며 그 가족들의 갖가지 기행과 몰상식적 행태들이 얼마나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는가? 그들을 사회지도층이라고 부르는 것은 차리리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들에 대한 모독이다.

구체적으로 해당 인물의 직업을 지칭하여 이를테면 정치인 ×××, 혹은 〇〇그룹 △△△회장이라고 칭하는 것이 옳다. 과연 그 누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지도층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태그:#공인, #연예인, #사회지도층, #공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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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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