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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21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21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 김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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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새로운 인권의 길이 열렸다. 민주, 평화, 인권을 외치는 광주정신이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전국의 많은 이들이 광주로 모였고, 퀴어(성소수자)들은 서로의 존재를 다시 상기했다. "우리는 존재하고,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옛 전남도청 앞(5.18민주광장). 광주시민들에게 이토록 상징적인 공간이 또 있을까. 이곳에서 퀴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감격할 만하다. 5월 영령들이 피땀으로 지킨 민주화의 성지에서 새로운 인권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 물꼬가 트인 것만으로 이 축제는 성공적이다. 운영위 분들, 참가자들에게 감사하다. 축제장과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준 경찰분들에게도.

특히 청소년들이 많았던 것이 인상 깊었다. 참가자를 나이로 구분 짓고 싶지는 않지만, 젊은 세대에겐 이미 퀴어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았다.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가 보란 듯이 손을 잡고, 서로를 마주보며 속삭이는 모습들. 그 용기 있는 사랑은 곧 역사가 되고 세상은 그렇게 진보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퀴어에 대한 오해와 혐오발언이 행사장 외곽에서 끝없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왜 성소수자를 위해 이 공간을 내어주어야 하는지, 왜 하필 축제의 형태인지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욕설 및 과격한 행동으로 경찰의 제지를 받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집으로 복귀하는 길에는 혐오세력과 잠깐의 대치가 있었는데, 그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내색은 안 했지만 많이 무서웠다. 과연 그들은 퀴어들이 무서울까.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21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21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 김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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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웠던 점도 있다. 축제를 사흘 앞둔 지난 18일 '5.18구속부상자회 비상대책위'는 "신성한 5.18민주광장에서 퀴어행사가 웬말이냐"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축제 현장에서도 누군가의 충격적인 구호가 내 귀에 꽂혔다.

"전두환은 물러가라! 노태우는 물러가라! 게이새끼 물러가라!"

사실 '5월 정신'이 무엇인지 유려하게 설명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저 구호가 5월 정신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축제 후 나왔던 기사들도 아쉬웠다. 많은 기사들이 '광주 첫 퀴어축제, 찬반갈등'과 같은 제목을 달고 있었다. 성소수자가 찬반의 영역일까. 사회적 약자에게 혐오 표현을 쏟아내는 것이 '반대'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한 축을 이루는 게 맞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약자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여성이 불법촬영 걱정 없이 안전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해도 희화화되거나 폭력에 노출되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다.

이 문제를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 사회적 책임을 방조한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고, 폭력을 의견으로 포장하는 혐오문화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내가 존엄한 인간이라면 퀴어도 그래야한다. 그들의 정체성은 죄도, 질병도, 유희도, 극복의 대상도 아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곁에 존재하는 퀴어들이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적 시선이다.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퀴어문화축제가 열려 참가자들이 주변 도심을 행진하자 이를 막으려는 단체와 경찰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퀴어문화축제가 열려 참가자들이 주변 도심을 행진하자 이를 막으려는 단체와 경찰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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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는 소중하다. 본인의 정체성을 세상에 외치고, 그 외침을 온전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대이기에 소중하다. 오늘 그들이 외쳤던 춤과 노래, 구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 억압에 맞서 해방을 외치는 것. 그것을 보란 듯이, 누구보다 즐겁게 외칠 것이다. 모두가 이 리듬에 맞춰 흥얼거리고,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사랑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누구도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할 권리가 없다. 당신들이 믿는 게 신이든, 부모이든 관심 없다. 다만,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사상으로 인권을 짓밟지 말았으면 한다. 틀린 건 퀴어가 아니라 혐오자의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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