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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이사회본부 내 유로파 빌딩에서 도날드 투스크(Donald Tusk)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투스크 상임의장 제12차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이사회본부 내 유로파 빌딩에서 도날드 투스크(Donald Tusk)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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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도날트 투스크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과 한-EU 정상회담을 열었다. 하지만 한-EU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않아 그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이와 관련해 21일 일본의 주요 일간지인 <요미우리>는 EU쪽에서 작성한 공동성명 초안을 근거로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온도차 때문에 한-EU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EU 쪽에서 작성했다는 한-EU 공동성명 초안에 '우리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계속 요구해 나갈 것이다'와 '압력과 제재 유지를 위해 힘쓰고, 모든 국가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문구가 명기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EU 쪽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등 압력과 제재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북 압박과 제재를 유지하려는 EU와 '비핵화를 위한 지금까지의 성과'에 중점을 두고자 했던 한국이 절충점을 찾지 못해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못했다는 것이 <요미우리> 보도의 요지다. 

청와대 "명백한 오보... 이란.·우크라이나 관련 외교적 의제 때문"

하지만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21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요미우리>가 쓴 CVID 관련 보도는 오보다"라며 "CVID 문제가 아닌 제3국과 관련한 외교적 의제 때문에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않은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제3국과 관련한 외교적 의제'란 이란핵협정(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또다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CVID라는 표현 때문에 한-EU 공동성명이 무산된 게 아니라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란 핵협정과 우크라이나 사태 부분에서 EU가 미국과 러시아 입장에 반하는 내용을 삽입하자고 우리에게 강력하게 제안해서 무산됐다"라고 설명했다.

EU 쪽이 이란 핵협정이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EU를 지지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한 것이 공동성명 불발의 원인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킬 경우 미국과 러시아가 취하고 있는 외교정책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위해선 미·러와의 공조체제 필요하다 판단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은 지난 2015년 7월 14일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타결한 '이란 핵협정'을 가리킨다. 향후 10년 이상 이란이 핵관련 시설을 감축하고, 핵 의심시설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는 대신 대(對) 이란 경제제재를 푼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고, 8월에는 대 이란 제재를 복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EU의 주요국가들은 미국에 협정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난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과 합병 조약을 체결한 뒤에 벌어진 사건이다. 이렇게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한 이후 미국과 EU는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대결을 '신냉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국제적 정세 속에서 EU 쪽이 요구한 대로 한국이 이란핵협정 준수를 미국에 요구하고, 크림반도를 영토로 편입한 러시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경우 미국.러시아와의 외교적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남북정상회담(3회)과 북미정상회담(1회)을 진행했고, 앞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주요국가인 미국·러시아와의 공조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한.EU공동성명에 합의할 수 없어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셈정상회의 의장성명에도 'CVID'는 있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한.EU 공동성명이 CVID 때문에 무산됐다는 <요미우리> 보도는 명백한 오보다"라며 "다른 정상과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CVID'라는 표현을 뺄 필요가 우리 정부 입장에서 전혀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의장성명에도 'CVID'라는 표현은 들어가 있다. 

아시아와 유럽 51개국의 정상들은 지난 18일(현지 시각)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12차 아셈정상회의를 열고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의장성명에서 판문점선언·평양공동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지지하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핵무기, 여타 대량살상무기, 탄도 미사일 및 관련 프로그램과 시설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CVID)할 것"을 촉구했다.

태그:#한.EU 공동성명, #요미우리, #이란핵협정, #우크라이나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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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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