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heshe 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이하 히쉬태그) 한 장면.

뮤지컬 (이하 히쉬태그) 한 장면. ⓒ 서정준

 
우리는 흔히 어떤 '이야기'에 '진정성', '개연성' 등을 언급하며 그 이야기의 완성도, 수준을 가늠한다. 그렇다면 실제 사연이 곧 이야기가 된 경우는 어떨까.

오는 21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될 뮤지컬 < heshe 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 >(아래 히쉬태그)는 실제 미혼 한부모들이 배우로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CJ나눔재단이 주최하고 벨라뮤즈가 주관한 이 작품에는 오세혁 연출, 다미로 작곡가, 배우 김대곤, 장민수, 하현지, 한서윤, 안지환, 박대원, 임찬민(우정출연) 등을 비롯해 다섯 명의 미혼 한부모(권영선, 김다현, 김명지, 최소미, 김미경)가 참여했다(충실히 자신들의 역할을 해내는 이들에게 굳이 '미혼 한부모 배우'라는 식의 구분을 짓는 것은 실례되는 표현임을 안다. '아무런 꼬리표 없이 이들을 봐주는 것'이 이 작품에서 지향하는 가치라는 점도 알고 있다. 다만 쉬운 설명을 위해 구분해둔 것임을 밝힌다. - 기자 말).
 
 뮤지컬 <heshe 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이하 히쉬태그) 포스터.

뮤지컬 (이하 히쉬태그) 포스터. ⓒ 벨라뮤즈

  
<히쉬태그>는 '그와 그녀의 태그'라는 부제처럼, 주연이 된 다섯 배우가 미혼 한부모로 살며 겪은 자기 삶의 극적인 순간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여기에 에피소드 앞 뒤로 김대곤 배우의 유쾌한 연결이 더해져 하나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1시간이 조금 넘는 공연은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극의 만듦새 역시 눈물을 요구하기보다는 가볍고 편안하게 만들어졌다.
 
 뮤지컬 <heshe 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이하 히쉬태그) 한 장면. 서있는 사람은 하현지. 앉아있는 사람은 좌측부터 김명지, 장민수.

뮤지컬 (이하 히쉬태그) 한 장면. 서있는 사람은 하현지. 앉아있는 사람은 좌측부터 김명지, 장민수. ⓒ 서정준

 
그런데 오히려 여기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진정성'이다. 사실 뮤지컬 속 극적인 순간은 작가가 대본을 짜는 등의 다른 작품들보다는 극적이지 않다. 물론 '내일의 춤' 에피소드 같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살면서 겪었던 어떤 평범한 순간들에 가깝다.

치킨을 먹는 날 쳐들어온 다른 언니의 남자친구, 한강을 가기 위해 겪는 불편함 등. 하지만 그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한 당사자가 무대에 올라 뮤지컬로 가공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순간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극적으로 다가온다.
 
 뮤지컬 <heshe 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이하 히쉬태그) 한 장면. 배우는 권영선.

뮤지컬 (이하 히쉬태그) 한 장면. 배우는 권영선. ⓒ 서정준

 
연약한 나,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나를 드러낼 때 아픔과 상처가 치유된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그것을 어떤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히 드러내는 것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 배우 못지않게 감정을 잘 컨트롤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각자 직업이 있고 생활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함께 연기하는 전업 배우들 못지않은 개성과 기량을 뽐내기도 한다.

물론, 재능기부로 참여한 창작진과 배우들도 자신들의 역할을 다한다. 오세혁 연출과 다미로 작곡가는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무대 작품으로서 최소한의 극적인 요소를 더했지만, 이야기의 가치를 온전히 살려내는데 집중했다.

배우들 역시 미혼 한부모 배우들과 함께 공감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크게 키워주는 확성기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배우들도 퇴장 없이 무대 바깥에서 함께 노래하고, 무대 안의 배우들을 지켜보는 등 '함께'의 가치를 높인다.
 
 뮤지컬 <heshe 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이하 히쉬태그) 한 장면. 무대 바깥에서도 계속해서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

뮤지컬 (이하 히쉬태그) 한 장면. 무대 바깥에서도 계속해서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 ⓒ 서정준

 
사실 <히쉬태그>에는 작품 제목과 달리 '그'의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편하고 위협적인 농담을 건네는 택시기사,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쾌락만을 원하고 책임을 거부하는 이기적인 남자친구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이 살며 겪고 느낀 현실인 것을 어찌할까 (정확히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시선에 가깝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여러 미혼 한부모와 함께하며 에피소드를 늘리고 싶다고 밝힌 제작진의 마음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힘을 보태줄 '그'들도 더 늘어나길 바란다.
 
 뮤지컬 <heshe 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이하 히쉬태그) 프레스콜 포토타임. 배우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뮤지컬 (이하 히쉬태그) 프레스콜 포토타임. 배우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 서정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CJ나눔재단 벨라뮤즈 HESHE태그 히쉬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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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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