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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한국 시각)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갈 수 있다"고 말하며 사실상 방북 요청에 응했다.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 조선카톨릭교협회 위원장이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북측 인사 강지영 선생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1989년 임수경 방북 시 북한 학생대표로 임수경을 맞은 이가 바로 당시 김책공대 학생회장이었던 강지영이었다. 나이는 임수경보다 열 살쯤 많으니 나보다 일곱 살 많다. 그러나 내게 항상 '안 선생'이란 칭호를 쓰며 깍듯이 대해 주었다.

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초선의원으로 '평화3000' 박창일 신부님과 열 번 이상 방북했는데, 그때마다 나를 맞이해 준 이가 바로 강지영 선생이다. 평양·개성·금강산·묘향산에서 우린 참 열심히 만나 한반도 평화에 벽돌 한 장을 쌓는 심정으로 헌신했다.

강지영 선생은 머리가 명석한 북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지만 겸손하고 항상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한번은 내 아내가 류머티즘 류의 손가락 통증으로 아프다고 걱정했더니 강지영 선생이 친절하게 치료법을 알려줘 몇 개월 후 완쾌됐다. 고마움의 표시로 내 아내는 당시 초등학교에 다닌 그의 딸에게 정성 어린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나처럼 강 선생도 딸 바보였고, 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오산과 평양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강 선생과 나의 다리 역할을 하였다. 좋은 시절이 되면 두 가족이 함께 만나기로 약속했다.

좋은 시절 되면 만나자던 약속, 10년 만의 재회
  
2006년 봄 강지영 선생과 개성에서.
 2006년 봄 강지영 선생과 개성에서.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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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형제처럼 친했고 신뢰하는 사이였다. 그와 함께 마신 술은 거짓말 좀 보태 남한에서 평생 먹은 술의 양보다 많을 듯하다. 그의 배려로 남측의 신부님들과 함께 평양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올린 적이 있다. 대접이 소홀해서 죄송하다던 그의 겸연쩍은 표정이 기억에 또렷하다.

올해는 2008년 겨울 평양 방북 이후 10년 만에 평양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10년 만에 만난 우리가 가장 먼저 나눈 대화 주제는 '가족'이었다. 그가 내 아들, 딸의 나이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놀랍고 고마웠다.
 
10년 만에 평양에서의 재회, 사진 왼쪽은 박창일 신부님.
 10년 만에 평양에서의 재회, 사진 왼쪽은 박창일 신부님.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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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고위급 회담 북측 대표로 내정된 강지영을 두고 남한에서는 강지영의 급, 즉 위상에 관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측 체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내가 언론에 관련 내용을 설명했지만, 결국 강지영이 북측 대표로 나올 뻔한 고위급 회담은 무산됐다. 어쨌건 그는 우리식 표현대로 승승장구하였고 종종 제3자를 통해 안부를 전해 오곤 했다. 우린 10년간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 10.4 선언 기념행사 차 남측 방문단 일원으로 평양에서 만난 강지영 선생은 명실상부한 북한 지도자급 인사가 되어 있었다. 오찬장에서도 이해찬 대표, 리선권 북측 대표와 함께 주석단에 앉았고 10.4 선언 기념식에도 단상 위에 올라 있어 은근히 뿌듯했다. 내 친구가 성공해서 기분 좋은 그런 마음이었다.

10년 만에 만난 그는 최고 인민회의대의원(국회의원급), 난 수도권 내리 4선을 지낸 의원이 되어 있었다. 앞으로 10년간 강 선생과 나는 민족평화와 번영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자고 결의했다. 그리고 또 다른 10년 후엔 통일을 함께 이루길 갈망한다.
 
10.4 선언 기념 행사장 무대의 강지영 선생.
 10.4 선언 기념 행사장 무대의 강지영 선생.
ⓒ 안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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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대박이다. 조선카톨릭교협회 위원장으로 교황을 맞기 위해 분주할 강지영 선생에게 지혜 충만과 신의 은총이 함께하길 기도한다. 그리고 그의 가정의 행복과 부인과 딸의 건강을 기원한다.

*강지영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조선적십자사 위원장
조선종교인협의회장
조선카톨릭교협회 위원장

태그:#안민석, #남북문화체육교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치, #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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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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