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2-5로 역전을 당한 후에는 이범호의 투런 홈런과 나지완의 적시타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규시즌 75승의 넥센 히어로즈와 70승의 KIA 타이거즈가 가진 힘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결국 넥센은 7회 제리 샌즈의 홈런을 포함해 집중 5안타로 4점을 뽑았고 최종 스코어 10-6으로 승리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한 경기로 끝냈다.

이제 다음 관문은 준플레이오프다. 상대는 정규시즌 3위 한화 이글스. 한화는 지난 2007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다. 2007년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이 고작 프로 2년 차였고 지금은 감독, 코치,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는 '레전드'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이다. 당시 멤버 중에 여전히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김태균과 송광민, 안영명, 윤규진, 송창식 정도에 불과하다.

가을야구 시리즈 승리가 절실한 쪽은 넥센도 마찬가지다. 2014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기세를 올렸던 넥센은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가을야구의 조연'에 머물렀다. 한화만큼 오래 묵은 한(?)은 아니지만 가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은 넥센 쪽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과연 준플레이오프의 관문을 통과해 SK와이번스에 도전장을 던질 팀은 어디일까.

불안한 선발과 최강 불펜, '이닝 쪼개기' 나올까

한화는 지난 13일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10-8로 승리한 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팬들과 함께 가을야구 출정식을 가졌다. 이날 한화는 자신들의 모회사가 '한국화약'의 약자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엄청난 양의 폭죽을 터트리며 대전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베어스 같은 팀이 보면 '고작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너무 유난을 떠는 게 아니냐'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한화에는 충분히 가을야구 진출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다. 2007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밟아보는 포스트시즌 무대이기 때문이다. 2002~2011년의 LG트윈스와 함께 역대 최장기간의 암흑기를 보낸 한화는 이 기간 동안 3년 연속 꼴찌(2012~2014년)를 비롯해 무려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다. 따라서 한화 구단과 이글스를 응원했던 팬들이 느낀 가을야구 진출의 기쁨과 감격의 크기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화는 이 기쁨을 마음껏 누릴 새도 없이 오는 19일부터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해야 한다. 한화는 탈삼진왕(195개) 키버스 샘슨을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 자원이 없는데 샘슨마저 9월 이후 6번의 등판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7.15로 부진했다. 한용덕 감독은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면 안영명, 박상원, 이태양, 송은범,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을 조기 투입해 '이닝 쪼개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
 
호잉, 싹쓸이 2루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 호잉이 2회말 2사 만루에서 3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한화 호잉의 모습 ⓒ 연합뉴스


제라드 호잉과 이성열로 이어지는 '30홈런100타점 듀오'를 거느린 좌타선의 힘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시즌 막판 한용덕 감독과의 불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송광민도 다시 한 감독의 품에 안겨 자신의 두 번째 가을야구를 기다리고 있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대타로 나와 결승타를 터트린 김태균까지 라인업에 합류한다면 한화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완전체'에 가까운 타선을 짤 수 있다.

한용덕 감독은 예상 외로 1차전 선발 투수로 샘슨이 아닌 데이비드 헤일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샘슨이 넥센전에서 2패 11.21로 부진했던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반면에 올해 7월 한화에 합류해 3승4패 4.34를 기록한 헤일은 정규 시즌 넥센전 등판 기록이 없다. 한화로서는 불펜의 양과 질에서 모두 넥센에 비해 확실한 우위에 있다. 따라서 선발 투수가 5회까지 리드를 잡는 투구를 펼쳐 준다면 더욱 유리하게 시리즈를 끌고 갈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기세, 준플레이오프까지 잇는다

일찌감치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한 후 한화와 3위 경쟁을 했던 넥센보다는 치열한 5위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된 KIA의 기세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한국시리즈 11회 우승에 빛나는 '전국구 구단' KIA는 넥센의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에서 마치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같은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와일드카드 도입 4년 만에 5위 팀이 4위 팀을 꺾을 분위기가 무르익은 듯했다.

하지만 넥센은 KIA의 거센 도전을 한 경기로 잠재웠다. KIA의 에이스 양현종은 4.1이닝 동안 자책점이 하나도 없었지만 5회 실책 3개가 연이어 나오며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간 반면에 4점을 내준 넥센 선발 제이크 브리검은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힘든 팀 사정 속에서 올 시즌 꿋꿋하게 불펜진을 이끌어 온 이보근과 김상수도 경기 후반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다.
 
롯데 8연패 빠트린 브리검 완봉 16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넥센 선발 브리검이 8회말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8.9.16

넥센 브리검의 모습 ⓒ 연합뉴스


타선에서는 후반기 타율 .217로 부진했던 김하성이 3안타를 때려내며 믿음에 부응했고 7회 쐐기 3루타를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한 임병욱도 뛰어난 타격컨디션을 뽐냈다. 결승타를 포함해 3출루에 성공한 서건창의 근성도 돋보였고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박병호도 8회 마지막 타석에서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투런 홈런을 포함해 장타 2개로 4타점을 쓸어 담은 샌즈의 활약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차전에서 끝내면서 다소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넥센의 마운드는 여전히 불안하다. 1차전에서는 KBO리그 6년 차의 에릭 해커가 등판할 예정이지만 2차전 선발이 마땅치 않다. 정규 시즌 한화전에서 13.2이닝 4실점(평균자책점 2.63)으로 강했던 한현희의 등판이 유력하지만 한현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공4개로 2안타를 맞고 강판 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게다가 한화는 올 시즌 44번의 역전승(2위)을 기록했을 만큼 '뒷심'이 좋은 팀이다. 불펜 평균자책점 최하위(5.67) 넥센에는 상당히 신경 쓰이는 부분. 결국 넥센으로서는 경기 초,중반까지 한화의 약한 선발진을 상대로 최대한 많은 점수를 따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화와 넥센 모두 가을야구 진출만으로 올해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한용덕 감독과 장정석 감독에게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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