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트레일 국제기구인 월드 트레일즈 네트워크(WTN)와 함께 남북을 잇는 ‘한반도 평화올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사진은 서명숙 이사장이 WTN 관계자들과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개최된 ‘2018 월드 트레일즈 컨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 사단법인제주올레
 
 
ⓒ 사단법인 제주올레

"한반도는 65년 전에는 한 나라였습니다. 국경도 없었습니다. 함경도가 고향인 아버지는 전쟁 때문에 남쪽 끝 제주도에 왔지만 늘 고향을 그리워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고향 제주도에서 아버지의 고향 함경도까지 걸어가고 싶습니다. 남북을 잇는 코리아 피스 올레(아래 한반도 평화올레)가 열리는 그날, 여러분들과 손잡고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가 트레일 국제기구인 월드 트레일즈 네트워크(WTN)와 함께 남북을 잇는 '한반도 평화올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WTN 국제 명예홍보대사이기도 한 서명숙 이사장은 '2018 월드 트레일즈 컨퍼런스(9월 26일-29일)' 연설에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한반도 평화올레'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그에게 의미가 각별했다. 지난 2006년 40대 후반의 잘 나가던 언론인이 "이렇게 살다가는 죽겠다" 싶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찾았던 곳이 스페인 산티아고였고, 그곳에서의 36일간 경험이 2007년 제주올레를 만드는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다시 찾은 산티아고에서 세계 41개국 트레일 전문가들에게 그는 가장 느리지만 소박한 길이 어떻게 개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어떻게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자신의 경험과 새로운 제안을 담아 20여분 동안 쏟아냈다. 트레일 전문가들과 WTN 관계자들은 환호성과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뜨거운 호응에 서 이사장은 감정이 복받친듯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서 이사장의 제안은 곧바로 WTN 이사회를 거쳐 공식 사업으로 채택됐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올레'를 시작으로 세계 분쟁지역 접경에 '평화올레'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한반도 비무장지대 일부 구간 개방을 먼저 요구하기로 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트레일 국제기구인 월드 트레일즈 네트워크(WTN)와 함께 남북을 잇는 ‘한반도 평화올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사진은 서명숙 이사장은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개최된 ‘2018 월드 트레일즈 컨퍼런스'에서 '한반도 평화올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사단법인제주올레

"한반도 평화올레가 세계 평화를 만들어내는 길의 시작점 되길"
   
서명숙 이사장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올레는 최근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즉흥적으로 제안된 사업이 아니라, 2007년 제주올레가 처음 열렸던 때부터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지는 장기프로젝트로 계획됐던 일"이라면서 "올 3월 제주올레 6코스 쇠소깍에서 진행된 평화올레 길트기 행사를 시작으로 북쪽에 협력사업 제안 등으로 구체화 했고, 남북 관계가 변화하면서 세계와 함께하는 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1년 전 시작된 제주올레가 길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낸 것처럼, 한반도 평화올레가 세계 평화를 만들어내는 길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올레' 실행 계획에 대해 "이미 7월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 남북소통협력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면서 "빠른 시간 내에 민관협력추진기구를 구성하고, 이미 관광지로 개발된 금강산, 백두산, 개마고원이나 비무장지대(DMZ) 등을 우선적인 대상지로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 '한반도 평화올레'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궁금하다.
"이미 지난 7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 '트레일을 활용한 생태여행 기반 구축 및 남북 소통 협력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고, 청와대쪽에도 그 내용을 전달했다고 들었다. 남쪽에는 각 지역에 길들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로 개설하지 않고, 북쪽 지역에만 새로운 올레 길을 조성한 후에 한라에서 백두까지 각각의 길을 잇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 그렇다면 북한 올레길 후보지로는 어떤 곳이 거론되고 있나.
"비무장지대나 개마고원, 금강산, 백두산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느 정도 관광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 처음에는 용이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디가 먼저 가능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양쪽 정부의 의지와 인프라가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협의가 필요하다."

- 국제 연대사업으로 한반도 평화올레를 제안한 배경은?
"속도와 방향이 다를 수 있다고 봤다. 북쪽 입장에서도 세계 트레일 단체들과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면 상당히 관심을 끌 것이라고 생각했고, 세계적 사업이 될 경우 홍보도 용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한반도 평화올레'는 남북과 미국 관계 변화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일 수 있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남북미 관계가 좋아졌을 때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 대신 사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민관협력사업으로 기획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와 MOU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남쪽의 정부와 지자체, 관련 공기업, 그리고 북쪽의 기관들이 함께 추진기구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 '한반도 평화올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제주올레를 처음 만들었을 때의 원칙인 자연, 인간,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남북의 주민이 길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국제기구인 월드 트레일즈 네트워크(WTN)와 함께 남북을 잇는 '한반도 평화올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 사단법인 제주올레
 
태그:#평화올레, #제주올레, #서명숙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