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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건 변호사가 '양심적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심포지엄'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백종건 변호사가 "양심적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심포지엄"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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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하지만 또 신청해봐야죠."

또다시 변호사 재등록을 거부당한 백종건(34)씨가 옅은 웃음을 내보였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 아래 대한변협)는 16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백씨의 변호사 재등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열린 등록심사위원회에서 위원 5명이 반대 의견을 내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찬성 의견 4명).

대한변협의 재등록 신청 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백씨는 사법고시 합격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병역을 거부해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지난해 5월 출소했다. 출소 후 백씨는 대한변협에 변호사 재등록을 신청했지만, 대한변협은 지난해 10월 이를 거부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법에 나온 '변호사의 결격사유'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변호사법 5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인 2017년 5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주최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처벌 중단 및 대체복무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2005년 출소한 나동혁씨가 포승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인 2017년 5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주최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처벌 중단 및 대체복무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2005년 출소한 나동혁씨가 포승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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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백씨는 "변호사법을 형식적으로 적용하면 인권침해를 불러올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변호사의 등록 거부 결정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을 무시한 반인권적 결정이다"라며 반발하고 있다(관련기사 : '양심' 택한 나는 왜 변호사 등록을 거부당했나).

중요한 건 첫 거부 때와 이번 거부 사이에 헌법재판소의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결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단이다(관련기사 : 헌재,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병역법 조항 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 결정 전에도 백씨의 변호사 등록과 관련해 '적격' 의견을 냈던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는 결정 이후에도 같은 의견을 내며 힘을 보탰다.

"헌재 판결, 역사에 길이 남을 것"

백씨는 이날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진행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전에 심사를 받으며 '변호사직이 제게 참 소중한 것'이라고 호소했는데 한 표 차이로 안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내년에 또 신청해봐야죠"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백씨는 헌법재판소 결정 후 논의되고 있는 대체복무제와 관련해 "군복무 형평성에 맞춰 이에 상응하는 복무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대체복무 수준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받던 기존 형사처벌이나 그로 인한 불이익에 준하는 수준, 즉 징벌적인 수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헌법 및 국제인권법상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의 또 다른 침해로 이어질 것이고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일각에서 대체복무안으로 지뢰 제거 등을 거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이해는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등 대체복무를 도입한 나라 모두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시행 후 국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라며 "우리나라도 도입 후엔 충분히 부작용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역거부는 사실 다수결의 문제가 아니다, 여론에 맡겼다면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대체복무 역시 인권의 문제로 받아들여 병역거부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이 아닌 군인과 대체복무자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양심적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심포지엄'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렸다.
 "양심적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심포지엄"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렸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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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는 이날 심포지엄의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이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최고법원으로서 그 존재 의의를 보여줬다"라며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 결정 중에서 중요한 결정 중 하나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었고 연내 선고도 가능할 전망이다"라며 "원심에서 법정구속된 상태에서 상고한 (양심적 병역거부) 피고인을 대법원이 직권으로 보석허가 결정을 내려 이례적으로 석방한 바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급심 법원들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따라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하거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론을 기다리며 재판을 멈추고 있다"라며 "이처럼 법원에서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상대로 한 유죄판결을 중단했다"라고 덧붙였다.

백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은 우리나라로서는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라며 "여전히 논의할 과제는 많고 국민의 걱정 어린 시선도 느껴지지만 우리나라 역시 다른 많은 나라의 경우처럼 시간이 지나고 대체복무제 경험이 쌓이면 고민과 염려는 종식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백종건, #변호사, #대한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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