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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자 한 시민이 임 전 차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자 한 시민이 임 전 차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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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은 적극 해명할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의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혐의를 부인하는 듯한 말을 남긴 채 검찰에 출석했다. 15일 오전 9시 20분께 변호인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나타난 임 전 차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회피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사법농단 사건 수사 착수 이후 임 전 차장을 처음 소환했다. 피의자 신분인 임 전 차장은 "한 말씀 드리겠다"라며 "우리 법원이 현재 절대절명(절체절명의 잘못)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단 말씀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동료·후배 법관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에 대하여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임 전 차장은 이후 취재진 질문 대부분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의 입에서 해당 답변만 9차례 쏟아졌다. 반복되는 답변에 취재진이 "국민적 관심이 높다, 국민 여러분께 하실 말씀 없으신가"라고 되묻자, 임 전 차장은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이 말을 끝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갔다.

임 전 차장의 출석 현장에는 민중당 서울시당 관계자들이 나와 "박근혜 개인비서였던 임종헌을 구속하라", "그런데 양승태는?"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거세게 항의했다. 한 시민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던 임 전 차장에게 다가가 "이럴 줄 알았다"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이 시민을 쳐다보며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사법농단 관련 혐의만 40가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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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과 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농단’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자 피켓을 들고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과 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농단’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자 피켓을 들고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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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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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차장은 2012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5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차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실행자'와 '지시자'의 중간에 있는 '실무 총괄자' 역할을 담당해 사법농단 수사의 키맨으로 불린다. 임 전 차장의 사법농단 관련 혐의는 40가지로,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에 개입돼 있다.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피해자 9명이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그 대상 중 하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당시 박병대, 차한성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공관에 불러 2013년, 2014년 연이어 '삼청동 회의'를 열었다. 대법원에 올라온 해당 재판을 일본 기업에 유리하게 진행하는 내용으로 교감한 것이다.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새로운 쟁점 없이 다시 올라온 사건을 기약 없이 미뤘고, 그 사이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위안부 합의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대일 정책에 신경을 쓴 것이다. 검찰이 확보한 임 전 차장의 USB에 담긴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라는 제목의 문건 등이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임 전 차장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효력 집행정지 관련 소송에서 법원행정처가 고용노동부 쪽의 재항고이유서를 대신 제출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어 함께 '박근혜 비선진료' 박채윤씨 '의료용 실' 특허 소송 관련 자료를 받는 등의 의혹에도 엮여 있다. 최근에는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의 부탁으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공범으로 수사대상에 올라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 직권남용죄 법리검토까지 해준 정황도 발견됐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건의 시발점이 된 일명 '판사 블랙리스트', 법관 사찰 의혹과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로 고위 법관의 활동비를 만들었다는 '행정처 비자금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중요한 건 임 전 차장의 입을 통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처장 등 윗선 개입의 여부다. 중간자인 임 전 차장이 모든 게 자신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독박 쓰기'에 나선다면 수사는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무려 40개의 혐의를 혼자 뒤집어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신의 형사적인 유불리를 따져 검찰에 협조를 고려해볼 수 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자 "정말 나에게만 발부된 게 맞느냐"라며 여러 차례 되물은 바 있다. 검찰은 여러 강제징용 재판 거래 자료 등 확보한 증거들로 임 전 차장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아래는 이날 임 전 차장이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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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농단 핵심 피의자로 지목됐는데 혐의 인정하나.
"..."

- 한 말씀 해주시죠.
"네,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 법원이 현재 절대절명(절체절명의 잘못)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단 말씀 드린다. 법원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동료·후배 법관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에 대하여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 사법농단 최종 지시자는 본인인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인가.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 대법원 특별조사단에서 이 모든 상황이 임 전 차장의 개인적 스타일 때문이라고 한 것에 동의하나.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 그리고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은 적극 해명할 것이다."

- 어떤 점이 오해인가.
"검찰에서 답변하겠다."

- (사법농단 등 행위를) 통상적인 업무로 생각한 건가.
"검찰에서 답변하겠다."

- 죄송해야 할 사람이 본인 혼자라고 생각하나.
"검찰에서 답변하겠다."

-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는 말 외에 할 말은 없나.
"드릴 말씀은 충분히 드렸다."

- 함께 일한 판사들이 (사법농단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한 사람으로 임 전 차장을 지목하고 있다.
"그 부분도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

- USB에서 사법농단 관련 문건만 8000건이 나왔다. 이것도 모두 독단적으로 지시한 건가.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도록 하겠다."

- 말씀 어려운 상황인지 알지만 국민들 앞에서 한마디 해달라.
"지금 수사 중이기 때문에 일단 수사기관에서 성실히 답변하는 게 수사받는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 국민적 관심이 높다. 그래도 국민들에게 하실 말씀 없으신가.

"네."

- 사법부 불신을 초래한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다.
"..."

- 동료 법관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

태그:#임종헌, #양승태, #사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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