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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 그려져 있던 벽화이다
▲ 오신 손님 00인가 살펴보자 삼청동에 그려져 있던 벽화이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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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언저리에서 발견한 그림입니다. 예전에 이곳은 서울 도심임에도 그다지 많이 알려진 동네가 아니었습니다. 청와대와 가까워서 발전도 더뎠고 또 사복경찰도 많아 분위기가 삼엄했던 곳이지만, 요즘은 화랑과 맛집, 편집샵 등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벽화를 만났습니다.

오신 손님 00 인가 살펴보자.

네모 안에 들어가는 낱말이 무엇인지, 70~80년대에 초등학교(그 시절에는 국민학교라 했습니다)를 다녔던 분이라면, 그래서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은 분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저 앞에는 생략된 구절이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이웃집에 오신 손님, 00인가 살펴보자" 44조로 되어 있어 입에 짝짝 달라붙는 저 문장을 완성하는 단어는 "간첩"입니다.

예전에는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이 더러 있었는데, 그 중에 이산가족을 가장한 간첩도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6.25 전쟁 통에 헤어진 이산가족이 많았는데, 이들이 어느 날 일본을 통해서 한국에 들어와 남한의 가족을 찾아옵니다. 북한에 있는 줄 알았던 가족과 형제를 만났으니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며칠을 묵으면서 친해지면 슬슬 본색을 드러내면서 공작활동을 시작하는데 그렇다고 가족을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런 표어가 나왔습니다. "이웃집에 오신 손님, 간첩인가 살펴보자" 혹은 "오랜만에 오신 손님, 간첩인가 살펴보자" 라는 버전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지금의 50~60대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1960~70년대, 돌이켜보면 그리 먼 시간도 아니지만 어떻게 저 시절을 보냈는지 가끔 낯설어지곤 합니다.

올해 한반도에는 오랜만에 오신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여정 부위원장이 방문하고 4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손님이 되어 평양을 방문했으며 이번 연말에도 또 한번 손님이 오실 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오신 손님, 정말로 반가운 손님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태그:#삼청동 벽화, #오랜만에 오신 손님,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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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건축학과 졸업 후 설계사무소 입사. 2001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작가 데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12권의 저서 출간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마이뉴스를 시작합니다. 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2015) /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2009) / 꿈의 집 현실의 집(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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