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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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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지난 9일, 한 민속마을. 휴일을 맞아 청명한 가을 날씨를 즐기려는 나들이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모처럼의 나들이에 한껏 들뜬 외지 관광객들의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극한 알바에 시달리는 청춘이 있었다.

민속 마을에서 전통혼례 의상을 입고 외지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알바청년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보통 민속촌 캐릭터 아르바이트를 '편하다'는 의미의 '꿀알바'로 알고 있지만, 이들은 달랐다. 그들이 겪는 고초는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했다.

'둘은 무슨 사이냐? 시급은 얼마냐? 나이는 몇 살이냐? 학교는 어디냐? 남친(여친)은 있느냐? 집은 어디냐? 언제 끝나냐? 또 언제 오느냐…?'

방문객들에게 사진까지 찍혀가며 얼굴이 팔려나가는 것도 참기 힘든데, 잠깐 사이에 호구 조사 급의 질문들로 넘쳐난다. 게다가 '얼평(얼굴 평가)'까지 이어진다. 급기야 과도하게 껴안거나 얼굴까지 만지는 사람까지 있다. 그야말로 진상손님들이다. 극한알바가 따로 없다.

슬프게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힘든 이들은 번개처럼 지나가는 짓궂은 희롱에 맞서지도 못한다.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빨리 사과하세요!'라고 항의할 만큼 용기 있는 청춘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들의 무기력한 대응을 지켜보고 있자니, 관람객들은 환호하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온몸의 신음까지 들리는 듯하다.

진상 꼰대들이여, 반드시 이것만은 명심하길 바란다. 제발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는 손님의 신분임을 망각하지 말기 바란다. 아무리 손님은 왕이라지만, 그렇다고 알바청년들이 노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딸이나 아들로도 생각하지 말라. 그들은 당신을 결코 아버지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 내가 궁금한 것이 상대방에게는 수치스러울지 모른다. 내가 마음대로 지시할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틀렸다. 진상이니까 꼰대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한다면, '존경'은 권리가 아닌 '의무'다.

알바의 고통을 뒤로한 채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내가 그저 사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태그:#모이, #극한알바, #민속촌,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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