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TBC에서 방영중인 예능 <랜선 라이프>는 이른바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유튜브 스타(이하 '유튜버')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먹방, 게임, 뷰티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유튜버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매주 2% 안팎의 시청률을 유지할 만큼 시청자들로부터 제법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넷 방송을 자주 시청하는 사람치고 밴쯔, 대도서관, 씬님 등 현재 웬만한 연예인 못잖은 유명세를 얻는 유튜버들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유튜브 또는 아프리카TV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 1인 크리에이터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점차 지상파 및 케이블 TV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반면 안방극장의 인기 스타들인 유명 가수, 개그맨들은 역으로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기존 방송 외에 다양한 활동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활동 무대가 크로스오버(?)되고 있다는 점에서 2018년 한국 연예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로도 손꼽을 수 있다.

자신의 다양한 일상을 담는 '브이로그'로 활용
 
 최근 1년사이 데프콘, 윤보비(에이핑크) 등은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화면 캡쳐)

최근 1년사이 데프콘, 윤보비(에이핑크) 등은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화면 캡쳐) ⓒ 데프콘TV, 뽐뽐뽐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과 KBS2 < 1박2일 >을 통해 이젠 힙합 음악인보다는 예능인으로서 왕성한 활약을 펼치는 데프콘도 지난해 10월 유튜버의 대열에 합류했다. 본인의 예명을 그대로 활용한 이 채널에서 그는 방송 촬영 현장 스케치, 피규어 및 각종 게임 소개, 먹방, 음악 이야기 등 다채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형님의 장점은 섭외력, 단점은 형만의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라는 어느 사용자의 댓글처럼 '정형돈, JYP 박진영, < 1박2일 > 동료 및 기타 유명 아이돌 스타 등 다양한 초대손님의 등장' vs. '너무 광범위한 소재를 다루는 방송'이라는 극과 극 평가도 존재하지만, 데프콘 본인이 직접 영상 편집까지 도맡아 진행하는 만큼은 칭찬할 만하다.

현역 아이돌 그룹 멤버로는 이례적으로 지난 4월 < 뽐뽐뽐 >이란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에이핑크 멤버 윤보미 역시 컴백 활동 뒷 이야기, 뷰티, 먹방, 신제품 리뷰, 다이어트 등 광범위한 소재를 다룬다. 비록 직접 영상 편집을 할 여건은 아니기에 외부 편집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바쁜 국내외 활동 속에서도 매주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 게재하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굳이 유튜브를 하지 않더라도 기존 방송 매체를 통해 남 부럽지 않은 인기와 유지하는 스타라는 점에서 데프콘, 윤보미 등의  최근 행보는 색다른 도전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들은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를 합친 신조어) 목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이용해 기존 방송에선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방송에서 잊힌 연예인들... 제2의 활동 무대를 만들다
 
 동료 개그맨이자 역시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 강유미를 인터뷰 중인 김대범 (사진 맨 위), 본인의 취미인 액션 피규어 수집을 영상물로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상훈 (방송화면 캡쳐)

동료 개그맨이자 역시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 강유미를 인터뷰 중인 김대범 (사진 맨 위), 본인의 취미인 액션 피규어 수집을 영상물로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상훈 (방송화면 캡쳐) ⓒ 대범한TV, 이상훈TV

 
유튜브는 최근 방송에서 보기 힘든 연예인들에겐 새로운 활동 무대가 되고 있다.

한때 '대빡이'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KBS2 <개그콘서트>에서 사라진 개그맨 김대범은 유튜브를 계기로 제2의 연예 인생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3년부터 직접 제작한 개그 영상물을 '대범한TV'(구독자수 15만명) 채널을 통해 조금씩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얻으며 '유튜브 개그맨'으로 각광 받고 있다.

역시 <개그 콘서트>의 주역 중 한 명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얼굴을 보기 힘들어진 이상훈은 개그 대신 자신의 취미 생활을 영상물로 제작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그동안 모은 액션 피규어들을 소개하면서 각 캐릭터에 얽힌 이야기와 관련 지식, 수집기 등을 설명하는, 제법 진지한 구성의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다. 비단 김대범, 이상훈 뿐만 아니라 유튜브 혹은 아프리카TV를 새로운 영역으로 만드는 연예인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늘고 있다.

굳이 기존 방송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환경에서 이들은 남 부럽지 않은 슈퍼스타들이다.

인터넷 스타, TV 안으로 들어오다
 
 유튜브 스타 대도서관(나동현)은 현재 부인 윰댕(이채원)과 함께 JTBC < 랜선라이프 >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축구 전분 크리에이터 감스트(김인직)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다양한 프로그램의 초대손님으로 자주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유튜브 스타 대도서관(나동현)은 현재 부인 윰댕(이채원)과 함께 JTBC < 랜선라이프 >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축구 전분 크리에이터 감스트(김인직)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다양한 프로그램의 초대손님으로 자주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 JTBC, MBC

 
반대로 유명 유튜버들의 각종 TV 방송 출연은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랜선 라이프>처럼 방송 소재부터 인터넷 방송을 다룬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가 되기도 하는가 하면 각종 예능의 초대손님 등으로 1인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는 건 어느덧 방송가에선 흔한 일이 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인물은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다. 세이클럽 인터넷 라디오로 시작해서 다음TV팟,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을 거치면서 인지도를 쌓은 그는 지난 2016년엔 EBS에 입성, <대도서관 잡쇼>라는 직업 관련 교양 프로그램의 MC가 되는 등 유튜버들의 TV 방송 출연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다. 지난 여름엔 휴가를 떠난 정관용 시사평론가를 대신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임시 진행도 맡을 만큼 탁월한 입담과 진행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랜선 라이프> 고정 출연 외에도 <어쩌다 어른>, <1대100> 등 케이블과 지상파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의 초대 손님으로도 얼굴을 내비치는 그는 어느덧 유튜버를 꿈꾸는 초보자들에겐 롤 모델이 되었다.

지난 6월 MBC의 '2018 러시아 월드컵' 특별 해설 위원으로 초대된 축구 전문 1인 크리에이터 감스트도 최근 각광 받는 인물 중 하나다. 홍보 차원에서 출연한 <라디오 스타>에서 특유의 입담으로 눈도장을 받은데 이어 이번엔 <진짜사나이 300>에도 합류,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을 점검 받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셰프(요리사)들이 유행처럼 등장하던 것과 비교해보면 요즘 이뤄지는 전문 유튜버들의 연이은 TV 무대 입성은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어설픈 타 분야 도전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지난 9월 방영된 MBC < 아이돌스타육상선수권대회 >의 한 장면.  축구 전문 유튜버 감스트를 족구 해설자로 초빙한 탓에 이날 방송분에서 그의 멘트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방송화면 캡쳐)

지난 9월 방영된 MBC < 아이돌스타육상선수권대회 >의 한 장면. 축구 전문 유튜버 감스트를 족구 해설자로 초빙한 탓에 이날 방송분에서 그의 멘트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방송화면 캡쳐) ⓒ MBC

반면 "남이 하니까 나도 한번 해볼까" 식으로 의욕만 앞세운 채 체계적인 기획 없이 중구난방 식으로 영상을 만들었다가 별 반응을 못 얻자 일찌감치 관두는 스타 연예인 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심지어 어느 연예인은 "구독자수 OOO명 이상 되야 영상을 올리겠다"는 황당 공약을 제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저 기존 연예 활동을 통해 얻은 인지도만 갖고 유튜브를 하려고 했다간 자칫 큰 코 다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결정도 필요하다. 

또한 각종 심의에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악용(?), 간혹 생방송 진행 도중 비속어 혹은 욕설 등 부적합한 언어를 남발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스타들도 있다. 하지만 유튜버로 성공하려면 이 부분 또한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 숙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TV 무대로 입성한 몇몇 유튜버들 역시 주의가 요망된다. MBC 각종 예능 섭외 1순위로 주가가 급등한 감스트만 하더라도 지난 추석에 방영된 <아이돌스타육상선수권대회>에선 "이 프로에 왜 부른 거야?"라는 일부 시청자들의 질책 속에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의 전문 분야인 축구가 아닌, 족구 해설 위원으로 초빙되었기 때문이다.

발로 공을 차는 종목이라는 한 가지 유사점 외엔 규칙, 경기 방식 자체가 전혀 다른 종목에 섭외한 탓에 감스트의 멘트는 방송 초반 인사 소개 외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론 거의 '통편집'이 되다시피한 셈이다.

물론 이 경우는 게스트 활용 방식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제작진의 잘못이 절대적으로 크다. 하지만 본인이 잘하는 분야 이외의 영역에 어설프게 발을 담갔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TV 출연을 결심한 1인 크리에이터라면 철저한 준비 및 선택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유튜브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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