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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에 700만의 재외동포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살면 국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무뎌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빠르게 챙겨보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해외 곳곳에는 국내외 이슈로 활동하는 개인 활동가, 활동 단체들이 있습니다. 활동 성격과 방향은 다양합니다. 같은 주제로 활동한다 하더라도 그곳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재외동포 한인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전세계의 한인 활동가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말

미국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활발하게 사회 참여 활동을 하고 있는 한인 린다모씨.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그녀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린다모씨는 1999년부터 남편의 학업을 위해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 합니다. 처음 참사 소식을 접했을 때는 희생당한 학생들과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후 박근혜 정부가 참사 과정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린다모씨는 인디애나폴리스 지역에 사는 한인들과 함께 거리로 나왔습니다. 피켓팅을 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지역 사회에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알렸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활동을 하던 도중 전세계 다른 지역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가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을 느꼈지만, 고통에 함께하는 시민들을 보며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하던 린다모씨는 자신을 향해 '종북'이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분단이 불러온 모순을 직접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평화통일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린다모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하며 자신이 경험했던 모순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바로 일제 식민지 이후로 일본에 건너간 재일조선인들, 그리고 그 자녀들이었습니다. 재일 조선인들의 자녀들은 재일 조선학교(우리학교)에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차별은 주로 우리학교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2016년 우리학교를 방문한 린다모씨가 학생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우리학교를 방문한 린다모씨 2016년 우리학교를 방문한 린다모씨가 학생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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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모씨는 지난 2016년 가을 일본 조선대학교, 도쿄초쿄와 이바라기 조선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식민지 시대 이후 70여 년 동안 자신들에 대한 탄압과 차별을 멈추지 않았던 일본에서 4대, 5대를 살아오면서도 밝고 건강하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온 그들을 만난 건 린다모씨가 활동을 하며 가장 행복하고 보람된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린다모씨는 이후, 본격적으로 우리학교를 돕는 활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재일조선인의 과거와 현재를 배우는 책읽기, 아베 정권부터 교육비 지원이 끊긴 조선학교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피켓팅 활동 등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오사카 지역의 수해로 인한 조선학교 피해 복구를 위한 모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는 11월 4일 한신투쟁 70주년을 맞아, 일본 문무과학성 앞에서 열리는 조선학교 차별 반대 집회를 위해 참여자 모집과 후원금 모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우리학교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의 모습
▲ 우리학교 수업  일본 우리학교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의 모습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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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모씨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진상규명 활동에 함께하는 시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외면받고 폄하되는 것처럼, 일본에 사는 재일 조선인들이 조국으로부터 외면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하며 유가족들의 아픔을 나누려했던 것처럼, 이제는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있습니다.

물론 린다모씨가 활동하며 좋은 순간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함께 활동했던 동지들이 한두 명씩 떠나갈 때, 린다모씨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함께할 이웃을 얻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지속 가능한 활동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시간은 린다모씨가 지난 활동에 대해 되돌아 보고 이후 활동에 교훈으로 삼는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현재 린다모씨는 <일본 우리학교 지키는 재외동포모임> 활동과, 해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소개하는 인터넷 월간지 <내 울타리 밖에서는 지금>의 편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린다모씨는 인터뷰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우리학교를 지키는 일에 동참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린다모씨의 활동이 다른 이들에게 훌륭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린다모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 뿐이라며 쑥쓰럽게 대답했습니다.

태그:#린다모, #S.P.RING세계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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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박사과정 인도네시아 도시 지리, 이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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