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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메밀면 전문점에 걸린 현수막. 한 임차상인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해당 건물 주인은 손학규 대표의 친형이다.
 지난 4일부터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메밀면 전문점에 걸린 현수막. 한 임차상인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해당 건물 주인은 손학규 대표의 친형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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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의원님! 도와주세요.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쫓겨나게 됐습니다."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식당 앞에 작은 현수막이 붙었다. 메밀면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승록씨는 "입주한 지 3년밖에 안됐는데 건물주가 건물이 낡았다고 강제 철거를 하려 한다"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바로 이 건물 주인이 손 대표의 친형인 손아무개(75)씨이기 때문이다. 손씨는 한 중소기업 대표로 한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손씨가 소유한 두 동짜리 공장 건물 2동 1층 점포에서 보증금 750만 원, 월세 80만 원을 내고 면집을 운영해왔다. 2017년 2월 말 2년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묵시적 계약 갱신'에 의해 영업을 계속해오다 지난 1월 계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손씨는 건물이 낡아 철거하고 재건축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씨는 건물주와 명도소송까지 벌였지만 지난 8월 말 1심 재판에서 결국 패소해 10월 4일까지 가게를 비우고 나가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버티는 임차인 → 명도소송 걸어 강제집행 앞둬

이씨는 당시 개정 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소 5년까지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장사를 계속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손씨는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내세워 자체 건물 안전 진단까지 진행했다.

건물주가 신청한 안전진단 결과 1977년 지어진 1동 공장 건물은 내구연한이 지나 철거 후 재시공이 필요하지만, 면집이 입주한 2동은 H-빔 철골 구조이고 1989년 증축해 보수·보강만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두 동이 서로 연결돼 있어 1동만 철거할 경우 면집이 있는 2동의 구조 안전 역시 확보하기 어렵다는 감정 결과를 받아들여, 결국 건물주 손을 들어줬다.

가게 실내 장식부터 나무 식탁과 의자까지 손수 만들어 애착이 더 크다는 이씨는 "처음 하는 장사라 힘들었지만 2~3년 되면서 단골손님도 늘고 동네에서 자리 잡을만 하니까 나가라고 해 억울하다"면서 "재판을 진행하면서 법이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걸 느껴 건물주 동생이자 야당 대표인 손 대표에게 임차인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장 건물을 헐고 지하 1층 지상 8층짜리 공장형 건물을 신축할 예정이라는 건물주 손씨는 "건물이 많이 낡아 세입자들과 계약할 때부터 재건축 얘기를 해왔고 명도소송 등 모두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오히려 지난 1월 재건축 허가를 받고 3월 초 신축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임차인이 명도를 거부해 수개월째 공사가 지연돼 큰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임차인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상가임차인소송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현정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임대인 쪽에서 진행한 안전 진단이 재건축 관련 법에 따른 것인지 임대인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고, 법원 쪽에 직접 감정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지금은 권리금을 돌려받기 어렵지만 부속물 가치를 감정해 설비비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것도 명도 집행이 끝나고 임대인이 설비를 내가면 감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늦게 나간 임차인 → 보증금 절반만 돌려줘 

하지만 정작 지난 5월 말 가게를 비운 자동차정비업체 A사의 경우 손씨가 보증금 5천만 원 가운데 일부를 돌려주지 않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손씨는 올해 초 1동 공장 건물에서 7년째 입주한 A사에게도 지난 2월 말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명도를 요구했다. A사는 '묵시적 계약 갱신'을 내세워 내년 2월까지 계약이 유효하다고 버텼지만 결국 지난 5월 말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손씨는 오히려 임차인이 중도 해지한 거라며 계약해지를 통고한 날(5월 말)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법 조항을 앞세워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치 임대료 등을 포함한 2600만 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박현정 변호사는 "임차인이 묵시적 계약 갱신을 주장했다면 계약해지 통고 후 3개월 뒤 효력이 발생한다는 임대인 쪽 주장이 맞지만, 임대인이 2월 말 이전에 재건축 예정 사실을 알리고 나가라고 해놓고 묵시적 계약 갱신을 주장하는 건 서로 배치된다"면서 "묵시적 계약 갱신은 계약 종료 이전 양자가 아무 말도 안 했을 경우에 해당돼 (임대인이 주장하는 조항은) 그 요건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가족 차량 무상 수리 요구? → "임차인이 먼저 제안"

손씨와 임차인 간의 임대차 갈등이 서로 간 오랜 앙금까지 되살리고 있다. 이른바 '건물주 갑질' 논란이다. 일부 임차인은 손씨가 자신의 건물에 입주한 자동차정비업체에 자신과 가족 차량 무상 수리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선거철에 손씨에게 손학규 후보 투표 독려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임차인은 "건물주가 과천에 살면서 이곳까지 일부러 차량을 가져와 무상 수리를 받았다"면서 "가족 차량 수리를 맡겨 보험 처리한 뒤 자기부담금을 청구했더니 건물주가 왜 돈을 받느냐고 해 되돌려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엔 손씨 소유의 BMW 차량 한쪽 면이 긁혀 수리해 달라고 맡긴 뒤 두 달 가까이 공장에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씨는 "내가 월세를 적게 올리거나 안 올리는 대신 임차인들이 먼저 경미한 차량 수리는 부품비만 받고 그냥 해 주거나 깎아주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가족 차량인 줄 모르고 수리비를 과다하게 청구해 일부 돌려줬을 수는 있지만, 수리비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BMW 차량도 범퍼에 흠이 난 것을 한 업체에서 먼저 고쳐주겠다고 해서 맡겼는데 두 달 넘게 방치해 다른 입주업체에서 무료로 고쳐줬다는 것이다.

세입자에게 '손학규 투표' 독려 메시지? → "문자 잘못 보내, 투표 요구 아냐"
 
손학규 친형인 손아무개 회장이 지난해 3월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등촌동 건물 한 세입자에게 보낸 투표 독표 문자 메시지
 손학규 친형인 손아무개 회장이 지난해 3월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등촌동 건물 한 세입자에게 보낸 투표 독표 문자 메시지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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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손씨는 세입자들에게 자신이 손학규 대표 친형임을 밝힌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해 3월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한 세입자에게 손학규 후보 투표를 호소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지난해 3월 31일 손씨가 한 세입자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문자에는 '[선거운동정보] 믿을 수 있는 변화, 기호 3번 손학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일할 사람, 이길 사람, 해낼 사람 손학규! 저와 함께 감동의 대역전극을 만들어주십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른 국민의당 경선 투표소가 자세히 안내돼 있었다. 또 같은 해 3월 13일 보낸 문자에는 "손 의장이 철새라는 말에 대한 대응, '한나라당은 차떼기 부정을 하다 없어진 당입니다!...'"처럼 상대 후보 쪽 비방에 반박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손 대표는 당시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지만 안철수 후보에게 밀려 2위로 낙마했다. 손씨가 친동생의 투표 독려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게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손씨와 이해관계가 걸린 세입자들에겐 자칫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임차인은 "손 대표가 손씨 친동생이란 사실은 주변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고, 밀양 손씨 종친회에 2동 2층 사무실을 빌려준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손씨는 "세입자들에게 동생 얘기를 한 적도 없고 투표 독려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억도 없다"면서도 "(지난해) 경선 때 (손 대표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에서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지인들에게 전달하면서 (세입자에게) 잘못 갔을 수도 있지만 (손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요구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손씨는 "종친들이 만날 장소를 제공한 적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빌려준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손씨는 "동생은 이번 일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도 임차인들이 오히려 자신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동생 이름을 거론하겠다고 압박했다"면서 "임차인들 때문에 재건축 공사가 지연돼 오히려 내가 큰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손학규 형이라고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상가임대차갈등, #손학규대표, #등촌동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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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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