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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최대의 적폐는 '분단'이며, 이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가 '국가보안법'이다. 그 동안 '국보법'은 우리의 의식을 완전히 마비시켜놨으며, 촛불정권이 들어서고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개최되는 등 그야말로 통일시대가 활짝 열렸음에도 국보법 덕분에 우리는 여전히 '북맹상태'에 있다.
 
올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기념해서 개정판으로 발간한 김영종의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
 올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기념해서 개정판으로 발간한 김영종의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
ⓒ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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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종은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2018 개정판)라는 제목의 소설 속에서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100쪽도 안될 뿐만 아니라 삽화가 워낙 많은 소설이다 보니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사람들은 <남영동 1985>를 관람하면서 지난 독재정권에 분노하지만 정작 김근태, 박종철 같은 민주투사들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그렇게 처참하게 당했다는 사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p.60)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사회는 국보법이 악법이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국보법 폐지'를 외치는 사람은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다. 이것은 비단 '수구'라고 불리는 세력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위 민주화세력 역시 이러한 분단 트라우마가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 국보법이 나쁜 법임을 알기에 폐지되면 좋겠다고 주장할 뿐 그것과 싸우는 데 앞장서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모습은 서구교육에 길들여진 지식인들이 더욱 심하다. 극중에서 이들은 "정의가 사회의 상식이 될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니기미, 어떻게 정의가 사회의 상식이 될 수 있나? 또 선진국은 무언가? 유럽과 일본과 미국이 선진국이라면 프랑스가 알제리에 대해, 영국이 인도에 대해, 일본이 한국에 대해, 미국이 인디언과 베트남에 대해 저지를 만행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데 그게 정의라고? 이 친구야, 헛물켜지 마. 그건 네가 비숍 여사와 연애 중이라서 모르는 것뿐이라고." (p.57)
 

그러면서 "정의 같은 소리 하지 말고 '김일성 만세'를 부르는 걸 허용하는 것이 차라리 상식이어야"한다고 반박한다.

이러한 서구지향적 민주주의자를 두고 북에 대하여 '동질감'보다는 '반감' 내지 '무시', '통일'보다는 '평화'를 내세운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론적 근거로는 '탈민족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작가 김영종은 김수영의 시 두 편, <거대한 뿌리>(1961)와 <김일성 만세>(1960)를 인용하며 우리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김수영은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고,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며 '민족'이라는 '거대한 뿌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오직 "김일성 만세"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언론자유의 출발"이라고 외친다.
 
통일토크콘서트를 종북몰이하는 것에 대한 황선(좌)과 신은미의 기자회견 모습
 통일토크콘서트를 종북몰이하는 것에 대한 황선(좌)과 신은미의 기자회견 모습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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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문제 삼은 지난 2014년 조계사에서 개최된 ‘신은미-황선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 웹자보
 경찰이 문제 삼은 지난 2014년 조계사에서 개최된 ‘신은미-황선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 웹자보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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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에 방영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중 한 장면으로 사진 속 인물 박순석은 1948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주도한 재미동포 신은미의 외조부이다.
 2002년 10월에 방영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중 한 장면으로 사진 속 인물 박순석은 1948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주도한 재미동포 신은미의 외조부이다.
ⓒ M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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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강연을 통해 내란음모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이석기 의원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 그것이 절대 내란음모가 아니었으며, 구속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거기에 그칠 뿐 그의 석방을 위해서 싸우지는 않는다. 그 역시 '종북 인사'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저자 김영종(좌)과 사진작가 이시우. 특히 이시우는 지난 2007년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되었을 당시 국보법에 저항하며 48일간 옥중 단식투쟁으로 결국 무죄를 이끌어 냈다.
 저자 김영종(좌)과 사진작가 이시우. 특히 이시우는 지난 2007년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되었을 당시 국보법에 저항하며 48일간 옥중 단식투쟁으로 결국 무죄를 이끌어 냈다.
ⓒ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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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반복하고자 한다. 우리사회 최대의 적폐는 '분단'이며, 이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가 '국가보안법'이다. 국보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우리사회는 그저 레드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대한 정신병동'일 뿐이다.

참고로 다가오는 12월 1일은 국보법이 제정된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이제야 말로 통일의 시대를 맞이하여 분단의 낡은 유물을 거두어들일 때이다.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

김영종 지음, 정승훈 그림, 도서출판 말(2018)


태그:#국가보안법, #거대한 뿌리, #김일성만세, #신은미, #분단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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