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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덴마크 학생들이 저기 온다"

지난 10월 1일 오후 1시 30분,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위치한 인창고등학교(교장 김덕년) 교정이 낯선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학생들의 흥분으로 여기저기서 들썩였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류이슨스틴 공립고등학교(Rysensteen Gymnasium) 학생 23명(여학생 15명, 남학생 8명)과 교사 2명이 인창고등학교를 방문한 것이다.
이들이 환영 현수막이 내걸린 교문 안으로 들어서자 인창고 학생들이 박수로 환영했다.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며 손을 흔드는 학생에서 한달음에 걸어 나와 덴마크 학생의 손을 잡는 학생까지. 덴마크 학생들이 이동하는 곳은 계단이건 복도건 시끌벅적한 환영의 장으로 바뀌었다.

행복 1위 덴마크 공부하다가 교환 방문까지  
 
한국 학생과 덴마크 학생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국 학생과 덴마크 학생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인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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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대는 오랜 기다림과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창고등학교는 2009년부터 혁신학교를 표방해온 일반계 고등학교다. 혁신학교이기에 학업뿐 아니라 '어떻게 해야 나와 우리가 모두 행복한 학교가 될까'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올해 3차례에 걸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의 저자 오연호씨(오마이뉴스 대표)를 초청해 왜 덴마크가 행복지수 세계 1위의 나라가 되었는지, 우리는 그런 행복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토론했다. 그 과정에서 이 교환방문 건이 기획되었고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된 것이다.

사실 다음 주에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 모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기간이어서 학생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을까 선생님들은 걱정을 했다고 한다. 김애경 선생님은 "그런데 기우였다, 환영식, 동아리별 토론, 전체토론 등 모든 프로그램과 통역에 이르기까지 모두 학생들이 척척 준비해냈다"고 말했다.

환영식에서는 안보라, 오지연 학생이 K-POP 한류 열풍을 발표했고, 음악 동아리 '데시벨'은 '사랑이 잘', '피카부', 'Fake Love', 'DNA'를 직접 편곡하여 노래를 들려주었다. 덴마크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어 덴마크 학생들이 인창고등학교 각 동아리에 참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려 20개의 동아리가 덴마크 학생과의 대화를 원해 한 동아리당 1, 2명의 덴마크 학생만 참가해야 했다.

 
인창고등학교 동아리 'ATOM' 학생들이 마그네슘 연소 실험을 시연하고 있다.
 인창고등학교 동아리 "ATOM" 학생들이 마그네슘 연소 실험을 시연하고 있다.
ⓒ 인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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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 만들기, 드론 비행, 윷놀이, 한글 디자인, 상황극, 북한 핵문제 토론 등을 하는 다양한 동아리에서 양국 학생들은 비록 서툰 영어지만 진지한 대화를 이어갔고,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피었다.

양지호 학생은 "많이 어색할 줄 알았으나 덴마크 학생이 먼저 잘 대화를 이끌어주어 좋은 시간을 가졌다, 덴마크의 동물보호정책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 했다. 정채원 학생은"나는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들려줬고, 덴마크 학생에게는 그들의 역사교육 방법을 들었다"고 했다.

김정희 학생은 "한국 전통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덴마크인들의 식습관도 알게 되어 유익했다"고 했다. 한 학생은 "평소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걸 그랬다. 앞으로 세계인들과 만나 무리없이 소통하기 위해 영어 회화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동아리 모임 소감을 밝혔다.

동아리 활동이 모두 끝난 후, 소강당에서 특별한 기획 프로그램이 또 있었다. 덴마크 학생들과 함께하는 '톡톡(Talk Talk) 콘서트'. 인창고 학생 100명과 덴마크 학생들이 자유토론을 하는 시간이었는데 1학년 김현태, 이서현 학생이 영어통역을 도왔다.

6시간가량 함께했을 뿐인데... 학생들 "헤어지기 싫어요" 

 
덴마크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Talk Talk 콘서트'에서 "덴마크인의 행복의 비결은 무엇인가, 한국학생은 남북통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을 소재로 대화하고 있다.
 덴마크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Talk Talk 콘서트"에서 "덴마크인의 행복의 비결은 무엇인가, 한국학생은 남북통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을 소재로 대화하고 있다.
ⓒ 인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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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차원에서 이지원, 나경민 학생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삶을 발표한 후 토론이 이어졌다. 덴마크 학생들은 '한국에서 미의 기준은 무엇인가', '한국학생들은 여가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는가' 등을 물었다.  한국 학생들은 "덴마크는 행복지수가 세계 1위인데 세계의 행복을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등을 물었다.

약 1시간 가량 하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양국 학생들은 저녁식사를 하러 삼겹살을 하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덴마크 학생들은 매우 서툴게 고기에 상추쌈을 싸먹었는데 한국 학생들의 도움으로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고기가 익어가는 불판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앉아 서툰 영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덴마크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모여 '코리안 바베큐'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다.
 덴마크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모여 "코리안 바베큐"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다.
ⓒ 인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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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6시간가량만 함께했을 뿐인데 벌써 정이 들어버린 것일까. 배불리 식사를 마친 다음에도 헤어지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양국 학생들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 운동장에서 흐릿한 불빛 아래 야간 축구를 즐기고, 서로 사진을 찍고, 연락처를 교환하고, 내년에도 이런 뜨거운 만남을 계속하자고 다짐한 후에야 밤 9시경 서로의 손을 놓아주었다.

이번에 방한한 류이슨스틴 고등학교 학생들은 약 10일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 사회의 이모저모를 체험한다. 인창고등학교를 방문한 다음날(2일)은 덴마크형 1년짜리 인생설계 기숙학교인 꿈틀리 인생학교(이사장 오연호, 교장 정승관)를 찾아 그곳 학생들과 어울려 풍물 등을 배우며 하루를 보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남수혁 학생은 인창고등학교 2학년생입니다.


태그:#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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