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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덩어리 철도기관차로 가득한 박물관
 
철도기관차박물관
 철도기관차박물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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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철도 활용과 기차 운영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것은 철도와 기관차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지금도 철도교통의 수송분담율이 버스나 택시 등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장거리 이동시 러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기차를 이용한다. 이번 러시아 여행에서 우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도 해 보았고, 엘렉트리치카를 타고 단거리 여행도 해 보았다. 이들 기차여행에서 러시아 철도 시스템과 운영이 훌륭하고 시간도 정확히 지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야텔역에 내리자마자 노보시비르스크로 돌아가는 3시 40분 기차를 예매한다. 이제 2시간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철도기관차박물관은 시야텔 기차역 건너편에 있어 고가를 통해 건너가게 되어 있다. 박물관 입구에는 안내도와 규모가 작은 증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려고 하니 무료란다. 1시간을 달려온 보람이 있다.
 
증기기관차
 증기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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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곳 역시 안내자료가 없다. 중요한 기관차의 경우 앞에 가끔 설명판을 붙여놓곤 했다. 그런데 모두 러시아 키릴문자다. 키릴문자를 이제 겨우 떠듬떠듬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니, 내용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자료집에서 읽은 지식을 토대로 기관차를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며 특징을 파악할 수 밖에 없다.

시야텔에 있는 철도기관차박물관의 공식명칭은 노보시비르스크 철도기술(железнодорожной техники)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이 세워진 것은 2000년 8월이다. 길이 3㎞의 야외박물관에 증기기관차, 디젤기관차, 전기기관차는 물론이고, 승용차, 구급차, 트럭, 장갑차, 트랙터 등 온갖 종류의 탈것이 전시되어 있다. 증기기관차로 가장 오래된 것은 1909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디젤기관차
 디젤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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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관차는 디젤기관차다. 디젤기관차는 화물차와 객차로 나눠지는데, 이곳에는 화물차가 더 많다. 이들 중 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관차가 에코라 불리는 화물기관차다. 1953년부터 1956년까지 러시아에서 제작된 것으로 2001년 이곳 박물관에 왔다고 한다. 앞면에 레닌과 스탈린 흉상이 붙어 있다. 한마디로 크고 육중한 모습이다.

일부 기관차는 계단을 통해 기관실에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기관실에 계기판과 밸브 그리고 노즐들이 드러나 있다. 아이들이 그 앞에 앉아 이들을 만져보기도 한다. 말 그대로 산교육이다. 건설과 수리장비를 실은 기관차도 있다. 트롤리 DMS로 불리는 기차로, 10명이 타고 시속 80㎞로 달리며 문제를 해결한다. 1977년 제작되어 30년 이상 운행되다 2009년부터 전기기관차가 도입되면서 퇴역했다고 한다.
 
스노 블로우어
 스노 블로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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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노란색으로 칠한 특별한 기차가 있다. 눈이 많이 오는 시베리아 지방을 달리는 기차로, 스노 블로우어(Snow Blower) CM이라 불린다. 높이 90㎝ 폭 5m의 눈길을 헤치고 갈 수 있다고 한다. 1965년 엥겔스 기관차공장에서 만들어졌고, 2000년 이곳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것 역시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또 장갑차와 중장비를 실은 화물기관차도 있다. BAT-2와 BTS-4A 두 종류다. BAT-2는 철로를 까는데 사용하는 기계와 장비가 실려 있다. 이들은 토목과 건설시 사용하는 엔지니어링 장비다. 1991년 제작되었고, 2016년 이곳 박물관으로 들어왔다. 그래선지 아주 새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BTS-4A 역시 선로작업에 쓰이는 장갑차와 트랙터로 1963년에 제작되어, 2014년 박물관에 들어왔다.

전기기관차로는 어떤 게 있나?
 
VL시리즈
 VL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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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기관차는 11종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VL시리즈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CS시리즈다. 여기서 VL은 Vladimir Lenin의 약자고 CS는 Czechoslovak의 약자다. VL22는 소비에트 전기기관차 공장에서 1938년부터 1941년 사이 처음 만들어졌다. VL23은 1954년 처음으로 디자인되었고, 1956년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속 100㎞까지 달릴 수 있다. 여기서 23은 차축의 하중이 23t이라는 뜻이다.

이곳에 있는 VL23-501은 1958년 9월에 제작된 것으로 디자인에 변형을 가한 신형이었다. 이 기관차는 1990년대까지 사용되었고 2010년 이곳 박물관으로 오게 되었다. VL40은 1966년부터 1969년 사이 제작되었다. VL60은 1960년대 가장 많이 운행된 기관차 중 하나였다. 이곳에 있는 VL60 기관차은 관리자가 녹이 슨 부분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CS시리즈
 CS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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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시리즈는 체코의 플젠(Plzen)에 있는 수코다(Škoda) 공장에서 1961년부터 제작되었다. CS시리즈는 87종이나 생산되었으며, 적은 숫자부터 높은 숫자로 올라가면서 개량형이 나온 것으로 보면 된다. 이들 기차는 시속 160㎞까지 달릴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평균 100㎞ 정도로 달렸다고 한다. 이곳에는 CS시리즈가 세 종류 있다. СS2-039, СS3-073, СS4-023이다. 이들 CS시리즈는 2000년까지 운행되었다. 그 후 이들 전기기관차는 고속열차로 대체되었다.

고속열차는 5종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ER200이 가장 눈에 띈다. 여기서 ER은 Electric train Riga의 준말이고, 200은 시속 200㎞로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고속철 도입 논의는 1976년 시작되었고, 승객을 태운 최초의 운행은 1979년 11월에 이루어졌다. 이때 시속 160㎞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후 6년의 실험을 거쳐 1984년 3월부터 정규노선에 투입되었다. ER200은 2009년 그 사명을 다하고 이곳 박물관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죄수 수송열차에 올라 내부를 살펴보다
 
호송열차 내부
 호송열차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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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외에 특별한 열차도 있다. 동물과 곡물을 실어 나르는 열차, 병원 열차, 죄수와 포로를 호송하는 열차 등이 그것이다. 동물과 곡물을 실어 나르는 기차는 칸칸의 벽을 나무로 한 것이 많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라고 쓰인 객차도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내부가 거실처럼 꾸며져 있다. 침대칸, 날로, 화장실도 갖춰져 있다. 오래되어 낡기는 했지만 정갈한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이르쿠츠크에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타고 온 횡단열차의 전신쯤 되는 것이다.
 
병원열차
 병원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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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와 포로를 실어 나르는 기차는 칸칸이 방을 만들고 철망으로 차단을 했다. 통로에서 이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 같다. 교도소의 감방과 다를 바 없다. 의무열차로도 불리는 병원열차는 21.4m에 42t 무게의 기차로 이동병원으로 활용되었다. 1931년 칼리닌그라드에서 제작되었고, 2000년 박물관에 오게 되었다. 열차의 외관은 초록색이고, 흰색의 원에 빨간 십자가를 그려 멀리서도 의무열차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승용차, 트럭, 봉고차, 트랙터, 장갑차, 불도저도 전시
 
승용차와 트럭 등 전시
 승용차와 트럭 등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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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기관차 박물관에는 철로를 따라가는 탈것만 있는 게 아니다. 이곳에는 노선이 아닌 길에서 달릴 수 있는 탈것들도 많다. 일반적으로 도로를 이용하는 교통기관을 말한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이 승용차다. 이들은 모두 올드카다. 현재의 차보다 엔진룸과 트렁크가 큰 차들이다. 형태는 각이 진 디자인과 유선형 디자인으로 나눠진다. 유선형 승용차는 대개 60년대 생산된 차들이다. 차 이름을 보니 Volga-M22다. 러시아에서 생산된 것이다. 크기가 좀 더 작은 승용차도 있다.

트럭은 군용 지프차들이 많다. 지붕을 천막형태의 호로를 씌우도록 되어 있다. 봉고차도 보인다. 1970년대 차들이다. 그렇다면 아주 오래 된 것은 아니다. 트랙터와 불도저 등도 70년대 제작된 것이다. 앰뷸런스도 있는데, 더 새 것으로 보인다. 장갑차 종류도 여럿 보인다. 군용도 있지만, 민간용도 많다. 기차에 싣고 다니며 건설과 엔지니어링 용으로 사용하는 것들도 있다. 이들 장갑차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가족단위 관광객
 가족단위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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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철도기관차 박물관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그것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러시아의 과거를 보여주고, 교통기관의 중요성을 알려주려는 의도에서인 것 같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계획경제를 실행하기 때문에 과거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많았다. 그 때문에 도로와 교통 분야에 자본과 인재들이 몰리곤 했는데, 시장경제를 추구하면서 사회주의 국가들이 도로와 교통 분야에서 낙후되어가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곳 철도기관차박물관은 그들의 과거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태그:#시야텔, #철도기관차박물관, #증기관차, #디젤기관차, #전기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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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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