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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광주비엔날레'가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을 주제로 오는 11월 11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주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등 광주 일원에서 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광주비엔날레 주 전시 프로그램에는 포함돼있지는 않지만 비엔날레 기간에 열리는 의미 있는 전시를 '비엔날레 밖의 비엔날레'로 소개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성매매 집결지 인권 침해 실태를 고발하는 전시회 <느끼고 공감하다> 전. 임창진 작가는 성매매 경험여성들 그리고 반 성매매 활동가들과 함께 이 전시회를 준비했다.
 성매매 집결지 인권 침해 실태를 고발하는 전시회 <느끼고 공감하다> 전. 임창진 작가는 성매매 경험여성들 그리고 반 성매매 활동가들과 함께 이 전시회를 준비했다.
ⓒ 박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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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불편한, 명백한 사실들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아는 성매매 집결지가 있고, 성 구매자가 있으며,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있다. 성 구매자가 돈을 내놓는 순간 여성은 자기 몸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다. 그 소유권을 행사하는 자들은 성 구매자와 소개업자, 건물주 등이다.

그들은 돈으로 빼앗은 여성의 몸에 대한 소유권을 가장 천박하게 행사한다. 성매매 집결지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격 무시와 혐오는 기본이다. 인신매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으며, 성매매 여성을 좁은 공간에 감금한 상태에서 학대와 폭력을 일삼다가 살인까지 저지른 경우도 있다. '내 돈 주고 샀기 때문에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천박한 자본의 논리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난도질하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성매매 집결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 침해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전시회 <느끼고 공감하다> 전이 광주광역시 금남로에 있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는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대표 이명자)'와 '미디어공방+틈'이 주최한다.

전시회는 모두 3면으로 구성됐다. 마치 시화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첫 면은 성매매 경험여성들이 직접 쓴 글과 직접 찍은 사진으로 꾸며졌다. 두 번째 면은 반 성매매 활동가들이 만든 설치작품과 미디어아트로 이뤄졌다. 그리고 마지막 면은 사진작가 임창진의 사진 콜라주가 채우고 있다.

전시회는 '각각 따로면서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느낌이 물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 면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이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창진 작가는 성매매 경험여성들과 사진 수업을 함께 했다. 성매매 경험여성들과 임 작가, 반 성매매 활동가들은 광주와 전주의 성매매 집결지를 함께 걸었다.

전시회 첫 면을 채운 성매매 경험여성들의 글과 사진은 그때 소회를 담은 것이다. 두 번째 면을 채운 반 성매매 활동가들의 투박한 작품들도 이때 구상됐다. 세 번째 면을 장식한 임창진 작가의 사진 콜라주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그때, 함께 걸었던 이들의 뒷모습이거나 그때 함께 걸었던 곳의 풍경들이다.

2일 오후 2시, 전시장에서 만난 임 작가는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번 전시는 저 혼자 작업의 결과물이 아닌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번에 작업한 사진 콜라주에는 작품 한 편당 50~70장의 사진이 사용되었다.
 
임창진 작가의 사진 콜라주에 등장하는 빨간 색 의자는 이른바 '유리방'이라 불리는 성매매 업소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앉아있을 때 사용한다.
 임창진 작가의 사진 콜라주에 등장하는 빨간 색 의자는 이른바 "유리방"이라 불리는 성매매 업소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앉아있을 때 사용한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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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성매매 경험여성들에게 사진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약 5회 정도 진행했는데 그분들과 그렇게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올해 광주와 전주의 성매매 집결지를 함께 걸었다. 콜라주는 그때 찍은 사진과 그분들이 서로 찍어준 모습 등으로 만들어졌다."

임 작가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고, 당사자들(성매매 경험여성들)이 혼자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어서 사진 콜라주라는 장르를 선택했다고. 그의 작품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빨간색 의자는 성매매 여성들이 이른바 '유리방'이라 불리는 업소에서 앉아있을 때 사용하는 것이다.

"성매매 집결지를 함께 걸을 때 몇 번이나 충격을 받았다. 일상의 공간에서 보았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콘돔과 성경책이 그 공간에 있으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여성들이 손님을 받는 좁디좁은 빨간 방에선 콘돔이 바구니에 수북하고, 업주 자리엔 성경책이 있었다. 여성은 가둬놓고 거의 밖으로 못 나가게 하면서 자기 자식은 서울대 보내려고 기도하고 애쓴다는 게...

무엇보다 충격이었던 것은 성매매 여성들이 손님을 받는 방에서 잔다는 것이었다. 작은 케이지 같은 좁디좁은 빨간 방에서 손님을 받고, 또 그 방에서 잠을 자야 하는 압박과 고통... 막막한 삶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성매매 경험여성 김마리(가명)씨는 <그녀의 방>이라는 사진과 글을 내놓았다. 그는 빨간 조명이 어둡게 비치는 좁은 방, 침대 위에 놓인 곰 인형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빨간 방'으로 들어가던 그날의 나와 지금도 그 방 안에 있을 '너'에게 글을 남겼다.

 
성매매 경험여성 김마리(가명)씨의 작품 <그녀의 방>. 좁디좁은 빨간 방 안, 침대 위에 혼자 남겨진 곰 인형을 사진과 글에 담았다.
 성매매 경험여성 김마리(가명)씨의 작품 <그녀의 방>. 좁디좁은 빨간 방 안, 침대 위에 혼자 남겨진 곰 인형을 사진과 글에 담았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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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조명 아래 텅빈 방 안/ 이 방에 들어온 순간 나의 첫 느낌은 외로움이었다./ 누구도 없는 그저 유일하게 이 곰 인형만이 친구였을 이 방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서글펐을까./ 지금은 주인도 없는 곰 인형만이 남아있다."

임 작가는 "기회가 주어지면 계속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했다. "그분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배타와 무시, 외면하려 했던 그분들의 엄연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예술로 만나는 반:성매매, 다양한 시선에서 길을 찾다'라는 부제를 단 이번 전시회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는 오는 5일까지 열린다. 그리고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동안 광주 서구에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에서 열릴 예정이다.
 
반 성매매 활동가들이 만든 작은 설치 작품. 성매매 집결지의 실태를 표현했다.
 반 성매매 활동가들이 만든 작은 설치 작품. 성매매 집결지의 실태를 표현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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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성매매, #임창진,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5.18기록관,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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