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해외파 타자 3인방이 나란히 KBO리그에 복귀했다. 박병호가 원소속구단인 넥센 히어로즈의 품으로 돌아온 가운데, 나머지 두 명의 선수는 다른 팀에서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다. 김현수는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아 LG 트윈스로 향했고, 황재균은 확실한 우타 거포가 필요했던 kt 위즈와 손을 잡았다.

LG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고도 타선의 침묵으로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타선에 힘을 더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수비 능력도 어느 정도 검증된 만큼 공-수 양면에서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3년 내내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kt도 전력에 플러스 요인을 만들면서 4년 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까진 안고 싶지 않다는 각오가 강했다. 팀 외부에서도 두 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달랐다. 김현수가 가세했음에도 팀 순위는 오히려 지난해(6위)보다 낮고, 그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LG는 완전히 힘을 잃었다. 내심 중위권까지 올라가길 바랐던 kt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하위 NC 다이노스에 0.5G 차 앞선 9위로, 간신히 최하위에서 벗어나는 데 만족했다. 8위 LG와의 승차가 크게 벌어져 있어 9위 혹은 10위로 시즌을 끝낼 전망이다. 오는 2~3일 잠실구장에서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갖는 두 팀이 거액을 투자하고도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현수 한 명 왔다고 팀 전체가 달라질 수 없었던 LG
 
 21일 오후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5회초 1사 LG 김현수가 안타를 치고 있다. 2018.6.21

21일 오후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5회초 1사 LG 김현수가 안타를 치고 있다. 2018.6.21 ⓒ 연합뉴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김현수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4.74로 리그 전체 외야수 중에서 김재환(7.35)과 로하스(5.88), 손아섭(5.19)과 전준우(5.17)에 이어 5번째로 높다. 부상 없이 시즌을 계속 소화하고 있었다면 수치는 높아졌을 것이다. 타율 1위(0.362), OPS 4위(1.004) 등 개인 기록을 보더라도 그의 존재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4할1푼9리에 달한다. 덕아웃에서는 항상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후배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누구도 김현수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개인 성적, 팀 기여도 등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충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 김현수의 활약에도 8위까지 추락한 LG의 가을야구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과적으로,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5강 이상을 목표로 잡았던 계획은 완전히 어긋나고 말았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맞대결 전패, 롤러코스터 행보, 납득하기 어려운 마운드 운영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결론은 딱 한 가지다. 모든 게 달라질 것이라고 믿었던 LG의 착각이 이러한 결과를 야기했다.

외국인 원투펀치 소사와 윌슨, 차우찬과 임찬규을 비롯한 토종 투수들까지 남부럽지 않은 선발진을 구축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올 시즌 QS(퀄리티스타트) 62회로, 이 부문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함께 리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 ERA(5.17)도 나름 준수한 편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 특히 소사와 윌슨이 긴 이닝을 던지면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꼈다. 등판할 때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다보니 무리가 오면서 두 명 모두 적어도 한 번 이상 엔트리에서 말소된 기억이 있다. 나란히 두 자릿수 승수를 챙긴 차우찬, 임찬규의 투구 내용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불펜은 상태가 더 심각하다. 팀 불펜 ERA 5.78로,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상승했다. 진해수, 김지용, 고우석, 정찬헌을 중심으로 필승조를 꾸렸으나 부상 혹은 부진으로 시름한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류중일 감독이 꺼내든 최동환, 신정락 등의 카드도 LG를 오랫동안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없었다. 종종 큰 점수 차로 앞서다가 리드를 빼앗겨 패배한 경기들에선 비슷한 패턴으로 불펜이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였고, 최근에는 접전에서 버티는 게 다소 버겁게 느껴진다. 기본기와는 다소 거리가 먼 야수진의 수비도 LG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타선에서는 중심 타선을 제외하면 상대를 위협할 만한 타자들을 찾을 수 없다.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타점을 기록한 채은성이 그나마 분전하고 있는 게 전부다. 후반기에 들어 맹타를 휘두르던 이형종의 방망이가 식었고, 부상 때문에 한 시즌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도 류중일 감독의 속을 썩였다. 게다가 팀 내에서 의존도가 높았던 김현수까지 정규 시즌 잔여 경기를 소화할 수 없게 되면서 LG의 상황은 최악에 이르렀다.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 한 명만 믿고 시즌을 착실하게 준비를 하지 못했다면, 그 팀은 포스트시즌에 갈 자격이 없다.

황재균 영입, 그래도 '신생팀' 꼬리표 떼기 어려웠던 kt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4회 말 무사 1,3루 오태곤의 안타에 득점한 황재균이 더그아웃에서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18.4.26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4회 말 무사 1,3루 오태곤의 안타에 득점한 황재균이 더그아웃에서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18.4.26 ⓒ 연합뉴스

 
kt 역시 황재균을 영입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부푼 기대감 속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모두가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임했다. 팀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만한 요소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러스가 될 만한 요소도 없었다. 비시즌 기간 동안 다른 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전력 보강에 힘을 썼기 때문에 황재균의 영입으로 단숨에 kt가 중위권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어있었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출발은 순조로웠다. 시즌 개막 이후 4월까지 31경기에서 15승 16패 승률 0.484, 4위로 5월을 시작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중위권을 유지하지 못하고 한 계단씩 내려오면서 가을야구가 멀어졌고, 다소 이른 시점에 5강 경쟁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최하위 NC와 거리가 좁혀지면서 9위 수성마저 불투명해졌다.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는 또 다시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것이고, 9위로 시즌을 끝내도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결과다.

4년간 총액 88억 원을 받고 수원에 입성한 황재균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91 24홈런 86타점 14도루로, 그의 활약이 팀 성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팀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고 볼 수도 없다. 시즌 내내 꾸준했던 게 아니었고, 6월 타율은 1할대에 그쳤다. 수비에서는 17개의 실책으로 오지환(24개), 번즈(19개)에 이어 하주석과 함께 세 번째로 많은 실책을 범했다. 확실한 붙박이 3루수가 왔다는 점에서 반가운 영입이었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아쉬운 게 너무나 많다.

2016년 팀 실책 130개(최다 1위), 2017년 112개(최다 1위), 2018년 97개(2일 기준, 최다 6위)로 실책 개수만 놓고 보면 비교적 수비가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팀 ERA는 5.40(8위)으로 하위권에 속한다. 팀 홈런 195개로 SK 와이번스(220개)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생산했으나 팀 타율은 0.275로 NC(0.262) 다음으로 낮다. 전반적으로 투-타 상황이 나아진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느낌이다.

적극적으로 외부 선수를 영입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kt가 알아야 할 것은, 김진욱 감독이 목표로 설정한 5할 승률까지 올라가기 위해선 외부 선수 영입만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부적인 변화와 성장 없이 팀의 발전도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신생팀' 꼬리표를 떼어내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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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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