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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앞에서 ‘비웨이브(BWAVE)’ 주최 제17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촉구 시위가 열렸다. ⓒ 권우성
 
269명이 만든 낙태죄 폐지 촉구 퍼포먼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념 '269명이 만드는 형법 제269조 폐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단 보장하라. 낙태죄를 폐지하라. 낙태죄는 위헌이다."
 
29일 서울 종각역 인근 한빛 광장과 보신각 앞. 머지않은 거리에서 같은 듯 다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가 주최한 269명의 피켓 퍼포먼스(아래 피켓시위)와 'BWAVE(비웨이브)'가 주최한 17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아래 임신 중단 시위)가 그것이다.
 
'낙태 찬성 집회'라는 점에선 두 집회는 같다. 이날 집회에 나선 이들은 형법 제269조 1항과 제270조 1항의 폐지를 요구했다. 269조는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을 처벌하는 내용이다.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270조 제1항은 낙태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같지만 서로 다른 목소리
 
269명이 만든 낙태죄 폐지 촉구 퍼포먼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념 '269명이 만드는 형법 제269조 폐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이날 두 집회의 목적은 같았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피켓 시위에는 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가끔씩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임신 중단 시위에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여성'만 존재했다. 집회가 시작된 지 1시간가량이 지나자, 종각역 4번 출구는 어느새 1500여 명의 고성으로 가득찼다.

참여자들의 구호에서도 차이점은 또렷했다. '낙태죄를 폐지하라'며 비교적 온건한 구호를 외친 피켓시위와 달리, 임신중단 시위에선 '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를 시작으로 대통령과 복지부 장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남성 참여 금지, 운동권 및 단체 연대 금지, 친목 금지. 수많은 금지 조항들 때문일까. 비웨이브의 집회에 '극단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최 측은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집회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고기'라는 닉네임을 가진 익명의 운영진과 만났다. 

우리 집회가 과격하다고? "격렬한 집회가 하나쯤은 있어야"
 
'제17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앞에서 ‘비웨이브(BWAVE)’ 주최 제17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촉구 시위가 열렸다. 집회장에 '나는 아기자판기가 아니다. 나는 사람이다'가 적힌 아기자판기 모형이 등장했다. ⓒ 권우성
"전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고기씨는 비웨이브가 극단적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집회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이후로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지만, 이 또한 할 말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예로 들었다. 개정안은 낙태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1개월을 처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8월 17일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재가 낙태죄를 합헌이라 판결할 경우 이 개정안은 즉시 시행된다.

남성을 시위 참가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타 단체와의 연대를 거부해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그는 나름의 답변을 내놨다. 남성이 시위에 참여하는 순간, 대중들의 관심이 해당 남성에게 쏠린다는 게 이유다.

그는 "과거 한 집회에서 언론이 '남성 페미니스트의 참석'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집회의 목소리가 묻힌 적도 있다"고 말했다. 타 여성 단체와의 연대를 거부하는 이유도 같은 선상에 있다. 고기씨는 "규모가 큰 여성 단체는 여성이슈 뿐 아니라 사회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다"며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현 시점에선 여성 문제에만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17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앞에서 ‘비웨이브(BWAVE)’ 주최 제17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촉구 시위가 열렸다. ⓒ 권우성
고기씨는 "(나는)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남들이 보기에 비웨이브가 극단적일 수 있다"면서도 "격렬한 집회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격렬한 집회의 존재가 사회적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고기씨는 집회의 핵심 주장인 '임신중단의 전면 합법화'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 중에서도 전면 합법화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에도 임신 초기(0주~12주) 이내의 조건에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한편 비웨이브의 이번 17차 집회에는 주최 측 예상 참가 인원의 2배가 넘는 이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다음 집회는 10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태그:#낙태죄, #낙태죄폐지, #박능후, #페미니즘, #비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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