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의 공·수 밸런스 확립은 요원하기만 하다. 최근 극심했던 빈공의 문제는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수비 불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9일 (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1라운드 수원과 울산현대축구단(이하 울산)의 맞대결에서는 전반 6분과 후반 9분 한승규의 멀티골로 원정 팀 울산이 리드를 잡았으나, 후반 37분과 추가 시간에 터진 사리치의 연속골로 홈 팀 수원이 극적인 2대2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수원은 지난 8월 수비가 크게 흔들리면서 부진을 거듭했다. 24라운드 전남드래곤즈전과 27라운드 대구FC(이하 대구)전 등 하위권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대량 실점을 이어가며 당연시 여겼던 승점 3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신화용 골키퍼 복귀와 홍철, 신세계의 복귀로 수비 라인은 점점 안정감을 찾아갔다. 하지만 수비가 안정되자 이번에는 공격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수원은 최근 5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과감한 선발 명단 변화와 다양한 포메이션 변경을 가져가 봐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5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을 끊은 사리치의 멀티골

이번 라운드 울산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후반 중반까지 답답한 공격력으로 일관했다. 수원은 이날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주전 공격수 데얀을 대신해 유주안이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고, 염기훈과 한의권이 윙 포워드를 책임졌다. 울산의 조직적인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정통적인 포스트 플레이보다는 속도전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더욱 승산이 높다고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지난 라운드 경고 누적으로 동시에 결장했던 사리치와 이종성이 돌아온 점도 고무적이었다. 이 두 선수가 중원에서 버텨줌에 따라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 그들의 패스 플레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직전 라운드 강원FC전보다 중원의 활기가 눈에 띄게 상승된 모습이었다. 문제는 전방 공격수들의 결정력이었다. 원톱 유주안에게 많은 패스가 돌아갔으나 소극적인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득점 찬스에서 슈팅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볼 터치도 계속해서 뒤로 향했다. 윙 플레이어도 마찬가지였다. 염기훈은 부상 복귀 이후 아직 완전치 않은 모습인 듯했고, 한의권은 수원 영입 이후 꾸준히 보여준 결정력 부재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이병근 감독 대행이 교체 카드 사용과 포메이션 변화로 끊임없는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수원 선수들의 움직임은 무거워졌고 오히려 울산의 수비 라인이 힘을 받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수원은 최근 무득점 행진을 6경기로 늘릴 공산이 높았다. 그 순간 사리치의 결정력이 빛을 냈다. 후반 37분 세컨볼 상황에서 환상적인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낸데 이어, 후반 추가 시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헤딩골을 쏘아 올렸다.

이번 사리치의 멀티골은 의미가 크다. 0대2로 끌려가던 경기를 극적으로 돌려냈을 뿐만 아니라 지독한 5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을 끊어냈다. 게다가 수원은 이후 AFC 챔피언스리그 4강 가시마전, FA컵 8강 등 주요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수원 입장에서는 어느 대회도 소홀할 수 없다. 따라서 득점력은 반드시 제반되어야 할 요소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공격수들의 자신감이 높아져야 한다. 이병근 감독 대행도 "사실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다시 올리는 게 어려운 작업이다. 기세와 자신감만 되찾는다면 충분히 다시 득점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밝혔을 만큼 수원 공격수들이 이번 경기를 계기로 자신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잠잠했던 수비 불안 다시 붉어지나?

수원이 이번 경기에서 공격 쪽에서는 인상적인 결과를 얻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수비에서는 불안감을 노출했다. 비단 2실점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마저도 좋지 못했다. 상대 공격수에 대한 마킹이 되지 않았고, 침투해 들어가는 선수를 놓쳤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중원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의 패스 미스 빈도도 늘어났다.

무엇보다도 한승규의 원맨쇼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 수원 수비의 가장 큰 패인이었다. 첫 번째 실점 장면은 지난 27라운드 대구전 세징야에게 당했던 장면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한승규가 공을 잡았을 때 수비수들의 적절한 압박이 되지 않았고, 한승규가 쉽게 슈팅 각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 4명의 수비수들이 존재했지만 그 누구도 마킹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는 마킹이 주니오에게 치중됐던 것이 화근이었다. 김태환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릴 당시 수원의 수비수들은 모두 주니오를 방어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공은 주니오가 아닌 한승규에게 흘러갔고 한승규는 또다시 자유롭게 슈팅을 가져갈 수 있었다.

두 골을 실점한 이후부터는 수원의 수비 조직력은 완전히 무너졌다. 득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수비 라인을 올려야 했고, 이는 곧바로 뒷공간 노출을 야기했다. 장호익은 이근호와 이명재의 왼쪽 측면 라인에 고전했다. 두 선수는 서로 스위칭을 실시한 이후 짧은 2대1 패스로 장호익의 압박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왼쪽 풀백 홍철도 마찬가지였다. 수원의 두 번째 실점은 그가 김태환의 돌파를 앞선에서 끊어내지 못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울산도 이를 간파한 듯, 후반전부터 역습의 속도를 더했다. 후반 15분 김인성을 교체한데 이어, 후반 중반 이후부터는 수비에 힘을 집중한 후 한 번의 역습에서 수원의 수비 집중력을 확실히 무너뜨렸다.

최근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수원이라 이번 2실점은 아쉬운 결과다. 물론 완벽한 수비력은 아닌 데다 신화용과 노동건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가려진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실점률을 줄여가고 수비의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수원은 이번 경기를 계기로 다시 수비 조직력을 다잡아야 한다. 승리가 고픈 수원이 이후 경기에서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가져갈 것은 자명할 터, 득점을 기록한 후 얼마나 잘 지키느냐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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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수원삼성블루윙즈 울산현대축구단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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