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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설명할 때면 개성 16km, 평양 30km 떨어진 곳에 7개국 10명이 함께하는 협동조합 카페가 있다고 이야기해요."

연천군 백학면에 있는 '러브인 DMZ 다문화카페' 이야기다. 중국, 일본, 미국, 필리핀, 베트남,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6명의 이주여성과 지역 주민 4명이 뜻을 모아 2014년 DMZ 레클리스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다음 해인 2015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남궁금복 대표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고민하며 이주여성들과 지역 주민들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지역 일자리 창출, DMZ 문화 체험 관광 상품개발 등 지역민과 함께하는 마을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협동조합 이름인 '레클리스'(뜻밖의 여정)는 6.25 전쟁 당시 연천 전투에서 크게 활약한 용감한 암말이자 미국 해병대 최초의 말 부사관인 군마 레클레스에서 가져왔다. 전쟁터에서 겁 없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해서 붙은 별명처럼, 자신들의 길도 무모하지만 용감하게 나아가길 희망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남궁 대표는 설명했다.

"연천군에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한국 문화도 잘 모르고 소통도 부족해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요. 연천군에서 진행하는 아카데미에서 지역자원을 찾아내 사회와 환원하는 내용을 들으며 뜻이 맞는 이들끼리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죠."

이주여성과 지역 주민 10명이 함께 2014년 'DMZ 레클리스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밝고 오픈된 곳에 누구나 와서 이야기 나누고 교육도 받는 소통과 모임의 장소를 고민하다 2015년 12월 23일 '러브인 DMZ 다문화카페'도 열었다. 자금은 마을기업으로 지정되면서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5000만 원과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마련했다.

"힘들었죠. 언어소통도 안 돼 남편들을 찾아가 만나고, 한 달에 한 번 팜 파티를 하는 등 모임을 자주 가지면서 설득해 갔죠. 카페 하나 없이 다방문화가 익숙한 동네에 다문화카페를 내겠다는 것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집 안에만 머무는 이주여성들이 협동조합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며 경제적 여유를 얻어 삶의 주체로 서길 바랬다. 지역축제나 행사에서 쌀국수, 커피 등을 판매하며 한 걸음씩 카페를 준비해 나갔다.

"조합원 간 갈등도 있었죠. '우리를 이용해 돈벌이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고, 다방문화가 익숙한 곳이다 보니 '잘 있는 며느리 데려다 커피 배달시키지 마라'는 시댁의 반대도 컸죠."

다문화 교육 및 체험 행사들을 운영하며 카페가 지역 주민들과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자 이제는 반대보다는 지지자가 많아졌다. 매출이 적고, 운영 기간도 짧지만, 행안부에서 마을기업으로 지정받을 수 있던 것도 지역사회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남궁금복 대표는 "너무 힘들어 '그만두자' 하다가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사업이고 우리가 본보기가 되고 싶어 계속 나아가게 된다"며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고, 조합원들도 다 열심히 하고 있어 우리는 성공할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DMZ 레클리스 협동조합은 여러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흥미를 일깨워주고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체험을 진행한다.

중국어, 공예, 해금 등 문화교육활동과 자원봉사활동으로 지역 문화해설, 지역 가꾸기, 체험 활동 연계 등을 실시한다. 결혼이민자 정착 프로그램, 따복 사랑방 조언 등 지역 도움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카페 내 공간을 마련해 지역 농산물도 판매한다. 수익창출을 위해 최상급 아라비카 생두로 볶아낸 최고급 원두커피인 DMZ 커피를 개발해 온·오프라인 판매에 나섰다. 한양여대 식품학부, 경민대 산학협력단 협업으로 독특한 디저트 및 레시피를 개발하고, 고정수입 창출을 위해 커피자판기 임대사업도 한다. 지역축제 및 박람회 등에 참여해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모국방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카페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여러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흥미를 일깨워주어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 드리고 싶어요. 레클리스라는 뜻처럼, 우리가 시작한 뜻밖의 여정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죠."

덧붙이는 글 |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협동조합, #다문화카페, #결혼이주여성, #마을기업, #따복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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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다문화뉴스 등에 기사를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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