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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대 카메라전시실에서 만난 카메라. 카메라에 자주 찍히면 사람의 혼이 나가고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을 떠올려 준다.
 동신대 카메라전시실에서 만난 카메라. 카메라에 자주 찍히면 사람의 혼이 나가고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을 떠올려 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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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직접 카메라를 만져보고 사진을 찍어본 게 언제였을까.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였던 걸로 기억된다.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렸다. 24판 짜리 필름 한 통을 넣어서 48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하프카메라였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그 카메라로 처음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자주 찍히면 혼이 나간다는 말도 있었다. 빨리 죽는다고도 했다.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면서 빛이 반짝일 때마다 그런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진을 자주 찍어주지 못한 데 따른 변명이었던 것 같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의 얘기다.

서울에 사진관이 처음 들어선 게 1880년대. 그때부터 시중에 떠돌던 말이라고 한다. 당시 카메라는 거부해야 할 외국 문물의 이기이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환상적인 선진 문물이라는 인식이 섞였다고 한다.
  
동신대학교 카메라 전시실에 전시된 사진기들. 오래 전에 쓰던 것부터 요즘 것까지 다양한 크기와 성능의 카메라를 볼 수 있다.
 동신대학교 카메라 전시실에 전시된 사진기들. 오래 전에 쓰던 것부터 요즘 것까지 다양한 크기와 성능의 카메라를 볼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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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대학교 카메라전시실에서 만난 오래 된 카메라. 1949년 미국산이라고 적혀 있다.
 동신대학교 카메라전시실에서 만난 오래 된 카메라. 1949년 미국산이라고 적혀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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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그동안 우리의 역사와 풍습, 현실을 정확히 기록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현실을 감시하는 기능도 했다. 열 마디 말이나 글보다 사진 한 장의 파급효과가 크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이런 역할은 카메라의 종류와 성능이 달라졌을 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카메라는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우리와 함께 해온 이 카메라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나주 동신대학교 문화박물관에 있는 카메라 전시실이다.
  
동신대학교 카메라 전시실 풍경. 입구에 1500대의 카메라를 기증한 이경모 선생의 생전 모습 사진이 놓여 있다.
 동신대학교 카메라 전시실 풍경. 입구에 1500대의 카메라를 기증한 이경모 선생의 생전 모습 사진이 놓여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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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대학교 카메라전시실 풍경. 이경모 선생이 기증한 카메라와 함께 옛 모습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지난 9월 21일 모습이다.
 동신대학교 카메라전시실 풍경. 이경모 선생이 기증한 카메라와 함께 옛 모습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지난 9월 21일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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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대 캠퍼스에 카메라 전시실이 설치된 것은 이경모 선생 덕이다. 동신대학교 예술학부 사진전공 객원교수로 있다가 지난 2001년 작고했다. 우리 사진예술 분야의 개척자이다.

선생이 평생 모은 카메라 1500대를 동신대에 기증했다. 생전인 1996년이었다. 동신대에서는 전시실을 만들었다. 전시실에는 선생이 기증한 카메라 가운데 400여 대를 전시하고 있다. 카메라 렌즈와 부품, 영사기도 종류별로 전시돼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독일의 라이카, 콘탁스를 비롯 일본의 캐논, 미놀타, 미국의 코닥 카메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북한과 중국산, 유럽, 구소련 등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카메라도 있다. 1900년 초부터 1930년에 걸쳐 만들어진 목재 폴딩카메라도 있다. 초점과 노출 기능이 분리된 이안 리플렉스와 이것이 합해진 일안 리플렉스도 볼 수 있다.
  
동신대학교 카메라전시실에서 만난 옛 카메라. 전시실에는 오래 전 카메라부터 최근 것까지 400여 점이 선보인다.
 동신대학교 카메라전시실에서 만난 옛 카메라. 전시실에는 오래 전 카메라부터 최근 것까지 400여 점이 선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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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대학교 카메라전시실 풍경. 각양각색의 카메라부터 영사기까지 전시돼 있다. 학교 중앙도서관 5층에 마련돼 있다.
 동신대학교 카메라전시실 풍경. 각양각색의 카메라부터 영사기까지 전시돼 있다. 학교 중앙도서관 5층에 마련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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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처럼 주머니에 꽂을 수 있는 미니카메라 스틸로포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삼성코비카, 북한이 처음 만든 학무정, 중국산 장성도 귀한 카메라다. 수중카메라, 항공카메라, 스테레오 카메라 등 특수카메라도 볼 수 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구할 수 없는 카메라도 있다. 코닥사가 1888년 만든 최초의 롤필름을 쓴 카메라, 1839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세계 최초 카메라는 모형으로 보여준다. 인류 최초로 달을 밟는 순간을 찍었던 스웨덴 핫셀블라드사가 만든 초기 카메라도 매한가지다. 단순한 카메라 전시관이 아닌, 카메라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인 셈이다.

오래 전 우리 역사도 흑백사진으로 볼 수 있다. 여순항쟁과 한국전쟁 전후의 모습이다. 이경모 선생이 1948년 여순사건과 한국전쟁을 종군하며 찍은 기록사진들이다. 광주 계림초등학교에 더부살이로 개교한 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교, 화순 운주사의 모습 등 옛 풍경과 문화재 사진도 흑백으로 만난다.

카메라 전시실은 동신대학교 중앙도서관 5층 문화박물관에 만들어져 있다. 한쪽은 카메라 전시실, 다른 한쪽은 갤러리로 꾸며져 있다. 관람료도 따로 없다.
  
동신대학교 문화박물관 갤러리. 박물관은 카메라전시실과 갤러리로 이뤄져 있다.
 동신대학교 문화박물관 갤러리. 박물관은 카메라전시실과 갤러리로 이뤄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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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김천일 동상. 정렬사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한 김천일 등 나주의 충절을 배향하고 있다.
 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김천일 동상. 정렬사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한 김천일 등 나주의 충절을 배향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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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대 부근에 가볼 만한 데도 많다. 나주의 충절 5명을 모신 사우 정렬사가 학교와 맞닿아 있다. 임진왜란 때 고경명, 최경회 등과 함께 의병장으로 활동한 김천일과 그의 아들 상건 등을 배향하고 있다.

정렬사는 김천일이 1593년 진주성 전투에서 순절하고 13년 뒤인 1606년 처음 세워졌다. 임금이 이름을 짓고 편액을 내려준 사당이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 때 헐렸다가 1980년대에 복원됐다.

김천일 동상과 김천일의 활약상을 소상히 적어놓은 정렬사비, 기념관과 사당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 진분홍색 배롱나무 꽃과 비자나무 열매가 어우러져 어느 때보다 더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김천일이 의병장으로 참가한 1593년 진주성 전투 그림. 정렬사 기념관에서 만난다.
 김천일이 의병장으로 참가한 1593년 진주성 전투 그림. 정렬사 기념관에서 만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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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다보사의 팽나무. 수령 600년을 자랑하며 절집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
 나주 다보사의 팽나무. 수령 600년을 자랑하며 절집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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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절집 다보사는 금성산 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661년 신라 태종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원효대사의 꿈에, 땅에서 솟은 칠보로 장식된 큰탑 속에서 다보여래(多寶如來)가 출현했다고 다보사(多寶寺)로 이름 붙여졌다.

겹처마 맞배지붕의 대웅전에는 석가여래를 주불로 한 목조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1901년에 제작된 아미타후불탱이 걸려 있다. 보물 제1343호로 지정돼 있는 다보사 괘불탱도 있다. 수령 600년이나 된 팽나무도 절집을 지키고 있다.
  
나주성당은 순교자 기념 성당이다. 청동으로 만든 순교자의 기도상이 가슴 애잔하게 한다.
 나주성당은 순교자 기념 성당이다. 청동으로 만든 순교자의 기도상이 가슴 애잔하게 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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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까리다스 수녀회의 최초 건물인 한옥에서 내다본 바깥 풍경. 꽃무릇이 활짝 펴 있다.
 한국 까리다스 수녀회의 최초 건물인 한옥에서 내다본 바깥 풍경. 꽃무릇이 활짝 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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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척에 들러볼 만한 성당도 있다. 나주성당은 순교자 기념 성당이다. 기해박해와 병인박해 때 나주에서 순교한 4명을 기리는, 빈 무덤 형태의 순교자 기념 경당이 만들어져 있다. 경당 앞에는 청동으로 만든 순교자의 기도상이 설치돼 있다. 까리다스 수녀회의 최초 건물인 한옥도 여기에 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축제를 여는 노안성당도 여기서 멀지 않다. 나주지역 최초의 천주교회다. 100년이 넘은 역사와 건축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보기 드물어 귀한 낙우송이 숲길을 이루고 있는 대호수변공원도 아름답다. 호수에 연이 가득하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크도 오붓하다.
  
보기 드문 낙우송 열매. 나주 대호수변공원에는 낙우송이 숲길을 이루고 있다.
 보기 드문 낙우송 열매. 나주 대호수변공원에는 낙우송이 숲길을 이루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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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카메라전시실, #카메라박물관, #동신대학교, #나주성당, #정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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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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