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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9일 오후 3시 32분]
 
광화문네거리의 '기념비전' 뜰 안에 1914년 만들어진 '도로원표'가 위치해 있다.
 광화문네거리의 "기념비전" 뜰 안에 1914년 만들어진 "도로원표"가 위치해 있다.
ⓒ 서울시역사편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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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네거리의 기념비전 한 구석에는 1914년에 만들어진 표석이 하나 있다. 이것의 정식명칭은 총독부가 작명한 '도로원표'며, 경성에서 각 도시간의 거리를 측정하는 표준점 역할을 한다. 도로원표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각 도시의 중심에도 설치되어 있다. 

도로원표 본래의 위치는 광화문네거리 중앙이었다. 그러나 1926년 조선총독부가 남산 왜성대에서 경복궁 신청사로 옮기면서 차량통행이 늘고 번잡해지자 1935년 이곳으로 옮긴 것이다.
 
1997년 세종로파출소 앞에 새로 설치된 도로원표
 1997년 세종로파출소 앞에 새로 설치된 도로원표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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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1997년 현재 광화문네거리 남서쪽 블록인 세종로파출소 앞에 이것과 별개의 조형물을 새로 설치해 이곳 기념비전에 남아 있는 도로원표는 그 지위를 잃어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재로서의 지위도 갖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참고로 표식물은 이렇게 두 번에 걸쳐 옮겨졌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각 도시간 거리를 따지는 '(기준점의) 그 위치는 광화문광장의 중앙으로 한다'고 도로법 시행령 제50조에 규정되어 있다.
 
도로원표의 시기별 이동. 그러나 표식물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 여전히 공식적인 서울시 도로원표의 위치는 위 사진 속 ①에 표시된 북위 37° 34′ 12.63″ 동경 126° 58′ 37.73″에 위치한다.
 도로원표의 시기별 이동. 그러나 표식물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 여전히 공식적인 서울시 도로원표의 위치는 위 사진 속 ①에 표시된 북위 37° 34′ 12.63″ 동경 126° 58′ 37.73″에 위치한다.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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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최초로 만들어진 도로원표
 1914년 최초로 만들어진 도로원표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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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도로원표에 새겨진 경성과 각 도시 간의 거리
 1914년 도로원표에 새겨진 경성과 각 도시 간의 거리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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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표석에는 당시 경성에서 10개 도시의 거리가 표시되어 있는데 위의 표와 같으며, 흥미로운 것은 거리를 나타내는 km를 일본식 한자 조합어인 '米千(m+1000=km)'으로 표기한 것이다. 즉 1미터(m, 米)가 1천개(千) 모여서 1km가 된다는 의미다.

북한의 '나라길시작점'

한편, 이러한 도로원표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실적으로 실용성이 없으며, 상징으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이 역시 일제의 잔재라며 없애버릴 것을 주장하는 측과 이것도 '역사'이므로 보존하자는 측이 대립하고 있는 것.

나로서는 굳이 '이런 것 조차 일제의 잔재라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일제의 잔재를 철저히 청산했다는 북한 조차 이것이 존재하고 있다. 단지 총독부가 작명한 '도로원표'가 아니라 순 우리말인 '나라길시작점'이라고 칭할 뿐이다. 그 위치는 평양시 중구역 김일성광장 주석단 아래이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http://nkinfo.unikorea.go.kr)에 따르면, 평양의 도로원표 역시 현재의 위치로 오기까지 서울과 마찬가지로 2번의 이동이 있었다. 본래 1990년 초까지 현재의 위치로부터 남쪽으로 약 600미터 떨어진 해방산호텔 앞 마당에 위치했다가 이후 평양성 중성(中城)의 출입문인 함구문으로 그 위치를 변경했다고. 고구려가 평양성 완공 이후 이 문을 통해서 파발들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1996년 "나라길 시작점을 수령님의 혁명활동역사와 결부시켜 올바로 정하는 것은 시대와 인민의 한결같은 요구였다"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현재의 위치인 김일성광장 주석단 아래 정가운데로 옮긴 것이다(월간 '국토와 교통' 397호, 2017.8.9 발행 참고).

참고로 다른 나라의 경우 일본은 도쿄 니혼바시(日本橋) 위에 '도로원표'라는 명칭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미국은 워싱턴 백악관 앞에 위치해 있으며 그 명칭은 제로마일스톤(Zero Milestone, Kilometre zero)이다. 또 프랑스는 노트르담 성당 앞에 설치되었으며 명칭은 제로 포인트(Zero Point, (프랑스어)Point zéro (topographie))이다.

실제 도시간 거리 표시

문서 등에서 쓰이는 도시간 거리는 앞서 설명한 각 시·군에 설치된 도로원표간의 거리로 표시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도시간 거리표시는 사용 주체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점을 사용하고 있다.

즉, 고속국도에서 지역간 거리는 각각 그 도시로 빠져 나가는 나들목을 기점으로 해서 계산되며, 철도청은 철도를 기준으로, 항공사는 공항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각기 다르게 표시되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부산간 거리는 고속국도의 경우 428km, 철도는 444.5km, 비행기는 417km로 각각 차이를 보인다.

태그:#도로원표, #나라길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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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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